연말에 해보는 생각
우리는 '인과'에 익숙하다. 이건 결국 시간을 수평선의 개념으로 인식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시간과 공간은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시공간으로 함께 존재하는 듯하다. 또한, 나에게 현재가 누군가에게는 과거 또 누군가에게는 미래일 수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과거가 존재하고 그 뒤에 현재가 존재하며, 또 그 뒤에 미래가 존재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닐 수 있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애초부터 함께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이 바로 '동시성의 상대성'과 '블록 우주론'이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들을 길게 꺼낸 것은 연말을 돌아보는 우리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올 한 해를 돌아보며 이런 생각을 자주 할 것이다. '내가 이렇게 해서 일이 틀어진 것 같아', '내가 잘못해서 관계가 틀어진 것 같아'와 같은 생각 말이다. 적어도 나는 종종 이런 생각을 하며 후회에 잠길 때가 있다.
그래서 연말에 너무 좌절하지 말자는 차원에서 물리학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우리는 내가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런 일이 생겨났다고 생각하는 방식에 익숙해 있지만, 애초부터 원인과 결과는 함께 존재했을지 모른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가 나의 잘못을 합리화하는 편리한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한 번 이런 식으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올 한 해 일어난 모든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온전히 내 탓으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머리로 아는 것과 달리 감정적으로 나는 자주 순전히 좋은 일은 내가 잘해서, 나쁜 일은 내가 못해서라는 사고방식에 갇히곤 했다.
연말을 돌아보며 나는 지나간 과거의 원인과 결과는 이미 존재하는 것이라고 상대성 이론에서 비롯된 해석으로 생각하고, 앞으로 내년을 비롯한 미래의 일은 확률적으로 정해진다는 양자역학적 해석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굉장히 내 입맛에 맞게 멋대로 하는 일종의 정신승리일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살아가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