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이 점차 무뎌질 때

by 프록시마

2024년 1월 1일

2025년 1월 1일

그리고 2026년 1월 1일.


2025년까지는 그래도 어느 정도 새해에 대한 막연한 희망이 어렴풋이 남아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아, 물론 세상이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 자체는 여전하지만, 개인적인 삶에 대한 기대는 반대로 그렇지 않다. '고용 없는 성장'이 의미하는 것처럼 세상은 나 없이도 제 갈길을 가고 있다는 감각은 있지만, 나는 사실 이제 1월 1일에 많이 무뎌진 사람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새해가 개인적인 삶에서 그저 작년, 재작년에도 있었던 또 다른 1월 1일로 다가오는 데 있어서는, 다른 것들에도 대부분 그러하듯 양가적인 감정이 느껴진다. 먼저, 굳이 이 날에만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며 실속 없이 들뜨기만 하지 않는 어른의 성숙함(?)을 가졌다는 긍정적인 인식과, 더 이상 새롭고 설레는 감정은 이제 나에게 사라져 버려 겨울철 앙상한 나뭇가지만큼 순수함을 잃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부정적 인식.


사실 돌이켜 보면, 1월 1일에 무언가 기대를 하지 않게 된 이유는 단순히 순수함을 잃어버려서라기보다는 살다 보면 인생이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흘러가는 데에서 오는 당혹스러움을 방지하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1월 1일에 '아 올해는 어떠한 것들을 이루고, 어떠한 일들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라고 막연한 희망을 가져도, 막상 일어나는 일들이나 이루게 되는 것들을 보면 최초의 출발점에서 상상한 그것과는 많이 다를 때가 아주 많았으니까 말이다.


1월 1일이 무뎌진 것을 고치고 싶다기보다는, 매일매일이 소중하고 특별하다는 감각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미 무뎌진 1월 1일보다 남은 1월 2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355일이 삶에서 훨씬 많은 시간을 차지하니까. 그렇게 살 수 있게 되면 다시 '1월 1일도 무뎌지지 않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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