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사형에 처하고 싶다.

by 프록시마

요즘 들어 글을 쓰다가 문득 생각보다 삐딱하지 않은 정상적인 시각(?)으로 글을 쓰고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다시 좀 삐딱하게 글을 써보려고 한다. 얌전하게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토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막상 화를 내려고 하면 억울한데 화는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씩씩거리기만 하는 것처럼 생각보다 내면의 이야기를 글로 폭발시킨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


서론이 길었다. 겨울은 정말 최악 중 최악의 계절이다. 개인적으로 겨울이 사람이라면 사형이라는 판결을 내려주고 싶다. 여름도 겨울만큼 죄질이 흉악하지는 않은 것 같다. 여름엔 에어컨이라도 틀면 실내에서는 그나마 시원함을 느끼기에 수월하다. 겨울에는 보일러를 틀면 되지 않느냐고 따질 수 있겠지만, 애초에 난방비가 전기세보다 비싼 데다가 바닥만 따뜻하면 되는 것도 아니고 공기까지 따뜻하지 않으면 불쾌하기는 매한가지다.


날씨만 그러한가. 추워서 방구석에 움츠러들고만 있는 것이 답답하여 어딘가로 떠나려고 알아보면 분명 돌아다니기에 좋은 날씨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저 수요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더럽게 비싸다. 항공권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아무리 항공권을 뒤적거려도 가격은 비성수기에 비하면 대체 이 날씨에 이 가격을 주고 어딘가로 떠나는 것이 맞나 싶어 다시 조용히 닫기 버튼을 누르게 만든다.


낮은 짧고 밤은 길다. 눈이 낭만적이라고? 아직 세상을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당신이 부럽다. 눈이 많이 내린다는 것은 교통사고나 미끄러져 다치는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올라간다는 뜻이고, 이를 막기 위해 제설작업에 참여해야 할 사람들이 추위를 참아가며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해 벽두부터 심술이 잔뜩 난 내가 썩 마음에 안 들지만, 아무리 요리조리 뜯어봐도 겨울은 좋은 점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것 같다.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고 눈썰매를 타던 그 짧은 어린 시절에나 겨울은 눈으로 두근거리는 계절이었지, 머리 큰 사람이 되니 겨울은 다시 생각해 봐도 괘씸하기 짝이 없다.


계절은 호불호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에게 겨울은 그냥 불호 그 자체다. 제발 사라져 줘. 이렇게 진지하게 작심하고 겨울 비판글을 쓸 정도면 내가 얼마나 겨울 추위가 싫은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또, 누군가는 겨울이 있기에 봄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겠냐고 말할 수 있다. 음, 아니다. 난 그냥 봄만 있어도 봄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찬양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니까 제발 겨울아, 지나가줘. 막상 글을 다 쓰고 보니 내가 아무리 불평해 봐야 겨울은 결국 시간이 지나야 자리를 비켜줄 텐데, 뭐가 그렇게 진지하게 겨울 비판 글을 토해냈는지 모르겠다.. 막상 잔뜩 화가 나서 글을 써놓고서는 '그런데 이 글 발행해도 될만한 글인가'라는 자기 검열에 부딪혔지만, 열을 올려가며 쓴 시간이 조금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추위에 몸을 움츠리며 발행 버튼을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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