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저 솔직하게 쓰기 어렵다.

by 프록시마

가능하면 날 것의 생각들과 속 마음을 글로 풀어내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혐오가 만연한 사회. 그리고 내 약점을 누군가에게 드러내는 것을 경계하라는 것이 매우 중요한 처세술로 여겨지는 사회이다. 그저 온라인에 솔직한 생각을 쓰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주 솔직하게 드러내고,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드러내기가 어렵다.


걱정왕인 나는 혹시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이 내 솔직한 글을 보게 되면 어떨지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리고 MBTI로 따지자면 파워 N인 나는, 내가 미래에 혹시라도 유명해졌는데 과거에 쓴 허접한 글이 파묘당해서 부끄러우면 어떡하지 같은 스스로 생각해도 우스꽝스러운 상상을 한다.


오래전부터 느낀 것인데, 내 안에는 일종의 '엄격한 감독관 초자아'가 존재해 왔다. 나는 그 감독관 선생님께 끊임없이 반항하고 저항했지만,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데에는 실패했다. 나는 내 주장이 공격당하는 것이 굉장히 불편한 사람이다. 그래서 쓸데없이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싶지도 않고, 또 갈등이 일어날 것 같으면 그냥 '그래 네 말이 맞는 것 같아'라거나 '이건 그냥 내 생각일 뿐이야'와 같은 말로 갈등을 피하려고 애쓴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처음 생각보다 글을 토해내기가 어려워졌다. 뭐랄까 어떤 적절한 밸런스를 잡기가 어려워졌달까. 사실 스스로도 '그래봐야 세상은 네 글에 별다른 관심도 없는데 대체 왜 이런 생각을 하는 거야'라고 생각한다. 그와 동시에 '아, 글에 이런 표현을 담으면 너의 낮아진 자존감 상태를 표현하는 것 같아서 이 표현은 쓰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와 같은 생각이 스친다.


글로도 솔직한 생각과 감정을 표출할 수 없다면, 사실상 나를 정직하게 표현할 수단이 사라지는 셈이니 포기할 수는 없다. 완벽히 솔직해질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는 최대한 내가 표현하고 싶고 쓰고 싶은 생각은 가능하면 날 것에 가깝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덧붙여서 아마도 누군가는 '또 사회 탓, 남 탓'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다양한 사람과 남들과 다른 사람을 포용하는 수용력이 떨어지는 우리 사회가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어떻게든 깎아내릴 것이 생기면 그걸 도파민 생성기 삼아서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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