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은 미덕이 아니다.

노동은 신성하지 않다.

by 프록시마

그 이름도 거창한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노동은 곧 신을 기쁘게 하는 거룩한 의무이자 종교적 수행이 되었다. 비록 현대에 와서 청교도 정신으로 인해 자본주의가 발전했다는 주장은 실증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비판받고는 있다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은 그야말로 신적인 존재이다.


우리는 산업자본주의의 훌륭한 역군이 되기 위해 공장에서 제품을 찍어내듯 주입식으로 교육을 받아왔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정말로 노동이 미덕이고 신인 세상이었다면 이 사회의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체제의 이름은 자본주의가 아니라 노동주의가 되었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내가 가장 놀라운 지점은, 자본주의의 충실한 부품이 되어 매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실업자와 그 이름도 대단한 '쉬었음 청년'들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노동이 신성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생존을 위해 일하고 싶은 청년들을 모두 일자리에 넣어도 여전히 일자리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 걸까?


또 하나 놀라운 것이 있다. 우리는 스스로를 소개할 때에 직업으로 소개하는 데에 익숙해져 있다. 사회에서 내가 어떤 노동을 수행하고 있는가가 그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짓는다는 생각. 과연 그러한가?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가 정말로 온전히 그 사람을 반영한다고 생각하는가?


노동은 결국 대체될 것이다. 학교가 아무리 인간을 노동에 익숙한 인재들로 양성했어도, 인간은 로봇이나 AI에 비하면 단점도 명백하고 비용효율 면에서도 열등하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서서히 노동이 대체되면 어떡하려고 아직도 이다지도 노동이 미덕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공고한 지 모르겠다.


누구나 느낌으로 혹은 본능적으로는 노동과 저축만으로 부자가 되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열심히 노력함과 성실성과 같은 속성으로 노동에 종속된 사람들을 미덕으로 여기는 것.

아직도 누군가 경제적 실패나 다른 실패로 괴로워 하고 있을 때, 그건 다 네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야라는 시선을 가지는 것. 이것은 내게 참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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