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두운 곳에서 ‘하고 싶은 일’이 시작된다

by 유덕수

어느 날 그는 부모님에게 끔찍한 비밀을 털어놓았다. 이웃이 그를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경찰이 이웃을 체포했고 학대범이 열 명이 넘는 아이들을 학대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나 이 폭로는 구원이 아닌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이었다. 주변 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에게 그와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 경고했고, 따돌림은 이전보다 더 심해졌다. 소년은 철저히 외톨이가 되었다.


그는 끝없이 추락했다. 성적은 바닥을 쳤고, 심각한 식이 장애를 겪었다. 그의 부모는 각자 힘겨운 고통을 겪고 있었고 감정을 다루는 법을 전혀 몰랐다. 소년의 감정은 점점 무심해졌고 마음을 닫아버렸다. 오직 살기 위한 생존 전략이었다.


그때 구세주가 나타났다. 어느 여름날 그의 삼촌이 물었다.


기분이 어때?


비난도, 평가도, 해석도 없는 진심 어린 질문이었다. 그 사소한 질문 하나가 아이의 가슴 속 둑을 일시에 무너뜨렸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고통을 세상 밖으로 뱉어낼 수 있었다.

이 소년이 바로 세계적인 감성 지능 전문가, 예일대학교 아동 연구 센터의 교수이자 감성 지능 센터 설립 이사인 마크 브래킷 교수다.


그는 지난 25년 동안 전 세계를 돌며 '감정'을 연구하고 글을 쓰고 교육해 왔다. 미취학 아동부터 CEO까지 전 연령대 사람들에게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그에게 감정 표현 문제는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열정의 원천이자 평생의 과업인, '하고 싶은 일'이다. 그가 지금 이 일을 하고 싶은 이유는 명확하다. 본인이 감정을 억눌러야만 했던 지옥 같은 시간을 직접 통과해 봤기 때문이다. 그는 먼저 자신의 문제를 해결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는 이들이 없기를 바라는 진심 어린 마음으로 타인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다.


지금 정말로 힘들다면,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보통 ‘하고 싶은 일’을 찾을 때 즐겁고 행복한 일만 떠올린다. 하지만 진짜 강력한 동기는 때로 내가 겪었던 가장 어두운 지점에서 나온다.

배고파 본 사람이 따뜻한 밥 한 끼의 가치를 전하는 식당을 차리고,

병으로 고생해 본 사람이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치료사가 되고 싶어 하며,

관계에서 상처받아 본 사람이 소통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것과 같다.


나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 꿈이 그저 남을 흉내 내는 것뿐이며, 단순히 인정받고 싶어 꾸며낸 껍데기였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깊이 방황했다. 지난 30년간 받아온 교육이 무색해질 만큼 허무했고, 그 상처는 생각보다 컸다. 하지만 그 허무함 끝에 단 한 번뿐인 인생,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보겠다는 간절함이 싹텄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내가 그렇게 무너졌던 그 지점이, 나의 '하고 싶은 일'이 되었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을 찾고 키우는 방법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일에 15년을 보냈다.


만약 지금 감당하기 힘든 문제를 겪고 있다면, 혹은 과거의 상처가 여전히 아프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내가 이 문제를 극복하고 나면, 나와 같은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은 바로 내가 되겠구나.


지금의 힘겨움이 단순한 고통으로 끝나게 두지 말자. 이미 치렀거나 지금도 치르고 있는, 내 인생에서 가장 비싼 수업료를 낸 문제를 정리해보자. 그 힘겨움이 내가 몰입할 ‘하고 싶은 일’로 발전할 수 있는 강력한 열정의 원천이 되도록 하자.


*이 글의 사례는 마크 브래킷 교수의 <감정의 발견>에서 인용


지금 혹은 과거에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문제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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