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 88일

2025-11-18-화

by 코리아앤

요즘 서점에는 책과 더불어 문구 제품들, 팬시(fancy)용품들, 리빙·라이프스타일 소품들, 다른 말로는 생활잡화라고도 할 수 있고, 누군가는 예쁜 쓰레기라고도 하는 다양한 물건들을 판매하고 있다. 난 예쁜 쓰레기를 잘 사는 편이다. 그래서, 공간이 아기자기 해 지기도 하고, 크지는 않지만 작은 즐거움을 주기도 하고, 대화를 일으켜 주기도 해서 기분이 좋다. 하지만, 공간을 지나치게 차지하게 되는 때가 되면 버려야 한다. 쉽게 버려지는 물건들도 있지만, 잘 버려지지 않는 물건들도 있다. 잘 버리려고 노력은 하는데, 잘 안 될 때가 많은 듯 하다.


남편은 미니멀리즘을 선호한다. 챗GPT가 미니멀리즘(minimalism)에 대해 불필요한 것을 줄이고, 본질에 집중하는 삶의 방식 또는 미적 철학이라는 설명과 함께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데 불필요한 것을 줄이는 능동적인 선택라고 설명해 준다. 같은 의미인데, 다른 표현으로, 단순히 물건을 적게 갖는 것이 아니라, 과잉을 덜어내고 핵심만 남기는 태도라고도 한다. 행운 1일을 시작할 때, 책의 가치와 공간의 가치 때문에 고민이 된다는 말을 했었다. 공간을 잡아먹는? 책은 e-book으로 대체가 될 수도 있지만, 종이책이 주는 느낌과 고유한 가치 때문에, 계속 사게 된다. 남편은 이제 나의 책구매에 대해 포기 상태일지 모르겠다. 2026년에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까?


매년 꼭 장만하는 문구제품이 있다. 수첩이다. 내가 휴대하기에 적합한 작은 크기(포켓형)의 수첩을 구매해서 한 해 동안 사용한다. 매년 사용한 수첩이 집안 어딘가에 쌓여 있다. 10년 이상된 수첩은 빛바랜 상태여서 글씨가 번져 있기도 하다. 인생회사를 다니면서 사용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시작은 나름 성공한 사람들을 흉내 내면서 시작하게 된 듯 하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그게 지금은 습관이 된 상태라고 할 수 있겠다.


매년 11월부터는 새로운 다음 한 해 시작을 준비하는 시점으로도 생각할 수 있겠다. 그래서 그런지, 자기계발 분야를 강조하는 여러 매체들에서는 계획, 과정, 결과를 기록하고, 확인할 수 있는 수첩 또는 같은 기능을 가진 물건들을 홍보하고 판매하고 있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많은 책들에서도 말하듯, 기록은 분명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기록만 한다고 무조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록을 하면, 안 하는 것보다는 행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록의 효과에 대해 강조하는 것 같다. 또 다른 효과는 시간을 잘 사용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 24시간 기준으로 구성된 수첩을 사용해서 기록할 경우, 휴식이 목적이 아닌데, 아무것도 안 한 시간들을 볼 때면, 시간 활용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해 보게 되지 않을까? 게다가, 지난 몇 일, 몇 주, 몇 달의 기록을 보게 된다면, 자신의 시간 활용에 대해 생각을 한 번 보다 좀더 여러번 생각해 보지 않을까?


내가 매년 사용하는 수첩은 시간 단위로 되어 있지는 않다. 하루 기억남는 일정을 간단히 기록하는 정도이다. 요즘은 스마트기기, 특히 휴대폰,에 일정 정리와 메모를 할 수 있어, 아니로그 방식의 수첩이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심지어는, 블로그, 브런치와 같이 다양한 목적에 맞게 서비스를 하고 있는 여러 플랫폼에도 기록할 수 있는 세상이다. 무엇이 되었든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기록해 보는 습관은, 지속적이든, 잠시잠깐씩 중단이 되더라도, 우리 인생의 기록이니 의미있지 않을까? 싶다.


이쁜 쓰레기와 수첩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기록 이야기로 마무리가 되었다. 조만간 2026년 수첩을 사러 서점에 갈 예정이다. 2024년 이맘때쯤 2025년 수첩을 살 때, 지금처럼 글을 쓰고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 했다. 그래서 누군가는 세상살이가 '아슬아슬 하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흥미진지하다'고도 표현하나 보다. 같은 의미인가?! 새로운 수첩 살 생각하니 기분 좋다.

L.jpg 요즘은 예쁜 디자인이 참 많다/출처-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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