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 95일

2025-11-25-화

by 코리아앤

내가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설 때는, 비가 왔다. 남편이 아이들을 학교에 챙겨 보내 주고 올 때는 거의 비가 오지 않았다. 지금은 비가 멈추고, 날이 개고 있다.


집과 작업실 거리는 버스로 2정거장 걸리는 정도이다. 이 거리를 남편은 주로 걷는다. 부족한 운동을 집과 작업실 거리를 왕복 걷는 것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남편이 작업실에 도착하기 전에 아들의 전화가 왔다. 행운21일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등교 무렵의 아이들 전화는 반가움보다 불안과 걱정이 먼저 앞선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집이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랑 가깝다. 그래서, 아이들은 거의 등교 시간에 맞추어, 학교로 출발 하는 편이다. 딸아이가 먼저 학교를 가고, 아들이 좀 늦게 출발을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학교 가는 길에, 아들이 아스팔트 도로에 넘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찰과상인 상처가 큰 듯 했다. 아들이 피가 많이 난다고 하면서 흥분한 상태였다. 아들의 흥분을 가라 앉히는게 먼저였다.


"괜찮아. 괜찮아."

"피가 너무 많이 나요!"

"밴드를 붙이면 괜찮을 거야."

"상처가 큰데, 밴드가 작아요. 큰 밴드가 없어요"

"학교에 가면 보건실에 들러서 선생님께 치료 해 달라고 해. 우선은 피가 나는 상처 부위에 밴드를 몇 개 붙이도록 해"


대화를 하면서, 아들의 흥분은 조금씩 가라 앉는 듯 했다. 아들은' 학교에 가면 되겠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남편이 왔고, 상황 설명을 했다. 아들이 서두르게 된 이유는 새로 산 우산을 못 찾아서 실랑이를 좀 했고, 그러다보니 딸보다 늦게 학교로 가게 되면서 뛰는 과정에 넘어진 것 같다는 추측이 들었다. 실랑이를 한 남편도 말 안 듣는 아들 때문에 속상하면서도, 다쳤다는 이야기에 또 걱정했다. 조금 시간이 흐른 후, 학교 보건실에서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보건실 선생님입니다. OO, 상처에 소독하고 약 바르고 치료 해 주었어요. 다리의 찰과상이 조금 큰 편이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듯 합니다. 그런데, OO가 1교시 수업 중에 어지럽다고 해서 지금은 보건실에 누워 쉬고 있어요. 오늘 상처 때문에 놀라서 그런 것인지? 혹시 다른 이유인지 몰라, 어머님께 알려 드려야겠다 생각이 들어 전화 드렸어요."

"알려 주셔 감사합니다. 선생님, 집에서 OO랑 이야기 해 볼게요."


매 학기가 되면, 담임선생님과는 아이들 상담 때문에 직접 뵙고 말씀을 나누거나, 전화로 통화를 하기도 했지만, 보건실 선생님과 통화는 처음이다. 아이들이 아프거나, 다치지 않으면, 직접적으로 대화를 나눌 기회는 없을 것이다. 전화선 넘어 들려 오는 선생님은 상황에 대해 야무지게 설명을 잘 해 주셨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도 있었지만, 반백의 나이는 분명 작은 나이가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세대들을 보면, 거의 나보다 모두 어려 보인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군인은 모두 아저씨 같아 보였는데, 이제는 너무 젊고 심지어 어려 보이기도 한다. 젊은 모습으로 적극적으로 활동하시면서 나이를 먹어 가시는, 늙어 가시는 분들이 있기도 하겠지만, 많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아닌가?!


매일 듣는 AI뉴스에는 AGI(일반인공지능), ASI(슈퍼인공지능)가 우리 생활에 사용되게 되면, 인간의 근원적 욕망 중 하나인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 불로장생(不老長生)이 가능해 질 수 있다고도 한다. 불로장생이 가능해 질 때, 인간의 모습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데, 어쩜 기술의 발달 덕분에?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더 길어 질 수도 있다는 말이 솔직히 무섭다.


가슴 놀란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나이 타령?으로 이야기가 마무리가 되었다. 오늘 연기자 이순재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 한평생을 영원한 현역으로 최선을 다하시며 인생을 사신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출처-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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