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 36일

2025-9-27-토

by 코리아앤

아버지께서 감사하게도 건강하게 팔순을 맞이하셨다. 온 가족이 모여 고향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아침 일찍 서울에서 진주로 출발했다. 내가 어릴 때, 서울에서 진주는 천리길이라고 했다. 서울에서 진주까지 300km 넘는 거리라, 단위환산(1리 ≈ 0.392km)하면 천리는 아니지만, 이전에는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그렇게 불러진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어린 시절 진주에서 서울까지 경부고속도로로 운행하는 고속버스를 타면, 6시간이 넘게 걸려 서울에 도착한 것이다. 2005년말에 완공된 통영대전고속도로 덕분에 지금은 고속버스로 이동할 경우, 4시간 안 걸려 진주에 도착할 수 있다.


우리 가족은 우리 차를 운전해서 진주로 이동했다. 이번 여정에서는 남편과 운전을 번갈아 가면서 했다. 남편이 잠을 제대로 못 자 피곤하다고 해서, 나도 운전을 해야 했다. 난 운전하기를 싫어한다. 내가 느끼는 운전은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전은 위험이 전제 되어 있는 활동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거의 줄곧 앞만을 바라보며 운전하다 보면, 중간 중간 옆차들과 뒤차들의 상황도 확인을 해야 하지만, 쉽게 졸린다. 온전히 운전에만 집중 해야하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한다. 좋아하지 않는 운전을 능숙능란하게 잘 할 가능성이 낮으니, 운전의 속도감이나, 음악이나 라디오방송을 들으면서 온전히 즐기는 것도 잘 안 된다.


남편과 나는 운전 때문에 싸운 적이 많다. 결혼할 당시, 남편은 장롱면허 소지자여서 운전 경험이 거의 없었다. 나는 서울에서 직장 생활하기 전에, 고향 진주에 있는 모교 대학교의 교수님께서 진행하시는 산학협력사업의 행정연구원으로 일한 적이 있다. 그 당시, 나는 출퇴근을 위해 중고차를 사서, 운전을 했었다. 즉, 내가 남편보다는 운전경험이 더 많다는 것이다. 신혼 때,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내가 운전을 해야 했다. 나의 고정관념 속에는 남자가 운전하고, 여자인 나는 운전석에서 쉬는 것였지만, 우리 상황은 내가 운전을 해야 했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모르지만, 여행 중 남편도 몇 번은 운전을 하기도 했다. 그 상황이 되면, 난 운전석에서 몸도 마음도 편하기 보다, 좌불안석으로 오히려 피곤했다.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잔소리를 계속 한 것이다. 안 그래도 예민한 남편한테, 운전도 미숙한 남편한테, 도와 주지는 못 할 망정, 옆에서 좌불안석한 모습과 잔소리까지 하니, 어떻게 여행이 즐거울 수 있겠는가? 아이들이 태어나고, 우리 차를 마련했다. 남편도 다시 도로연수를 받았다. 남편의 운전은 조금씩은 분명 나아지고 있었지만, 나의 무의식에 자리잡혀 있는 남편의 운전에 대한 내 마음은 쉽게 바뀌지가 않았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우리 차를 운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다. 그래도,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남편도 여러 전시 일정 때문에 작품 이동을 위한 운전을 많이 하면서, 운전실력이 나아지게 되었다. 운전에 대한 나의 3불(불안, 불평, 불만)은 이제 그만 하는 게 좋겠다. 세월이 고맙구나!!

urbanbrush-20210125211730377907.jpg 고정관념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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