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9-26-금
보험을 가입할 때, 직업에 대해 확인을 한다. 직업이 위험 직업군에 해당될 경우, 보험 가입 심사 때, 어떤 방식으로든 고려하여 가입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고, 보험금에 대해서도 가중치가 적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나의 직업은 직장인 또는 사무직 회사원이었다. 운 좋게, 대학을 졸업도 하기 전부터 회사생활을 했고, 중간 중간 쉬기도 했지만, 그 기간이 길지는 않았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부모로부터 독립한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는 나의 가족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보험을 가입할 때, 나의 직업은 가정주부로 분류 되었다. 결혼을 한지 거의 20년이 되어 가는 시점에, 나의 1순위 사회적 정체성을 가정주부로 인식해 보게 되는 경험을 한 것이다.
가정주부의 노동은 사실 끝이 없다고 생각한다. 더욱이나 표도 잘 나지 않고, 계속 끊임없이 인간의 의,식,주와 관계되어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가족 구성원들은 의례 집안일을 하는 아내와 엄마의 역할에 대해 기본값이 '당연함'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나도 어릴 때, 엄마가 하는 집안일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부분 내 욕구를 채워주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과 불평이 기본값이었다. 참말로, 철없던 시절이다. 그렇다고, 지금 엄청 나아졌다는 말은 아니다. 철 들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우리 아이들도 엄마인 나에 대해, 내가 어린 시절 내 엄마에게 가졌던 그런 마음을 가지는 것 같다. 바깥 일을 하지 않는 가정주부이든 일을 하는 가정주부이든, 반복 되는 집안일 중 큰? 고민 하나는, 함께 식사를 할 경우에 어떤 음식을 먹을까? 어떤 반찬을 준비해야 좋을까? 일 것이다. 음식을 먹는 것은 좋아하지만, 요리는 잘 하지도 못하고, 그닥 좋아하지도 않는 편이라, 나는 신경이 꽤나 쓰이는 편이다. 가족들의 기호를 반영하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요리하기 편하거나, 이미 마련해 놓은 재료가 있는 것을 고려해서 저녁 식사 메뉴를 정할 때가 많다. 이번주에 지난번 캠핑 때, 반응이 좋았던, 치킨카레를 만들어 보았는데, 우리 딸이 대놓고 싫어하며,
"우리집은 맨날 카레만 먹는 집이야!"
불평을 툴툴 하며, 혼자 흰 밥에 전날 만들었던 김치찌개랑 먹는 것였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요리도 버거운데, 밥상머리 교육 관점의 적절한 훈육은 더 힘드니... 상황이 끝나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오랜 직장 생활은 나에게 항상 해결책을 생각해 보게 하는 훈련을 시켜 준 곳이다. 그래서, 아들과 딸에게 좋아하는 음식이나 반찬을 3가지씩 적어, 냉장고에 붙여 놓게 했다. 이제는 식사 메뉴를 정할 때, 냉장고에 붙여진 음식 이름 확인하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오늘은 그 중 하나인 날치알밥을 먹기로 결정했다. 이 정도면, 센스있는 엄마이지 않나? 자기만족이 최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