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9-일
오늘은 남편하고만 산책을 했다. 아이들은 인형 뽑기 하러 가겠다며, 산책에 동참하지 않았다. 슬슬 아이들의 독립적인 활동이 시작 되나 보다. 그래도, 캠핑은 계속 같이 가야 하는데...
서울시에는 둘레길이 잘 만들어져있다. 제주도의 올레길과 비슷한 의도로 만들어진 걷기용 길들로 이해하고 있다. 내가 사는 동네에도 둘레길에 속하는 길들이 있다. 작년부터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이 길들에 데크(deck-목재, 합성목재, 플라스틱, 알루미늄 등으로 만든 바닥재)가 잘 깔려 있어, 걷거나 뛰기에 좋아졌다. 남,녀,노,소(男女老少)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걷거나 뛰고 있다. 주로 걷는 사람들이 많다.
등산복장을 한 삼삼오오 남녀 단체들도 있고, 어린아이들과 함께 산책하는 가족 단위도 있고, 혼자 걷는 사람들도 있다. 내 눈에 많이 띄는 사람들은 우리 부부처럼 남,녀 단짝의 부부로 생각되는 사람들이다. 우리 부부처럼 장년층 부부들 만큼이나 노년층 부부들도 많이 보인다. 다른 부부들은 산책을 하면서 무엇에 대해 주로 이야기를 할까? 좋은 날씨에 좋은 공기 마시면서, 싸움이 될 만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지? 기분 좋은 이야기를 하겠지? 부부 사이는 부부만이 알 수 있다.
오늘 우리 부부는 여러 이야기를 했다. 우선은 나의 옷차림에 대해 남편이 웃자고 하는 소리인지? 내가 너무 편하게 입은 복장이 마음에 안 들어 하는 소리인지?
"형광조끼, 안전모와 안전봉만 들고 있으며, 신호수라고 착각할 수 있겠는데?"
"????"
밖에 나가는 경우, 남편은 복장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한 여름에도 슬리퍼를 신고 밖에 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남편은 좋게는 단정하게, 좀 삐딱하게는 답답한-때와 장소를 고려한 유연한 복장 보다, 최대한 갖추어 입으려 한다는 의미-복장을 입는다고 말할 수 있겠다. 순간, 크게 소리내어 웃는게 건강에 좋다는 말이 생각나면서, 예민하지 않는 나는 크게 소리내어 웃으면서,
"녹색부모님회 조끼를 하나 사 둘 것 그랬나?!"
우리의 나이 듦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남편이 말하기를, 에너지 넘치는 30대에는 새로운 문물들(예를 들어, IT제품들, 최신 스마트폰, 컴퓨터 프로그램 설치 등)에 대해 두려움이 없이 닥치는 대로 부딪혀서 했는데, 요즘은 키오스크 화면(터치스크린)을 통해 직접 주문하는 것도 되도록이면 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나는 다큐 버전으로 화답을 했다.
"쪽 팔려도, 계속 해야 해요."
"그렇겠지?"
나의 갑작스러운 실직 이후, 남편과 나는 오늘의 산책로를 함께 종종 걸었다. 계절이 봄도 지나고, 여름도 지나고, 지금은 늦가을 무렵이니, 곧 추운 겨울이 올 것이다. 나의 곁에 짓궂으면서도, 예민하면서도, 알뜰하면서도, 성실하고 착한 남편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오늘 날씨처럼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을 그리는 남편이 있어 기분이 좋다.
PS : 녹색부모님회(녹색어머니회)란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해 학부모가 자발적으로 참여해 등하교길을 지키는 봉사단체입니다. 저도 두 아이 덕분에 해 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