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베이지 Mar 16. 2016

이동진 별점작 다시보기 프로젝트; 액트 오브 킬링

'액트 오브 킬링'과 '빅 히어로'로 보는 영화의 두가지 변주.

▲ 조슈아 감독의 액트 오브 킬링







1.


오늘은 두 가지 영화와 그에 대한 평들을 비교하며 묵혀온 얘기를 해보려고 해요.


우선 액트 오브 킬링은 이동진 평론가가 별 다섯 개를 준 일종의 다큐멘터리로,


60년대 인도네시아의 쿠데타를 배경으로 두고 있습니다.


'쿠데타를 일으킨 반공군' 이라는 대의 아래, 100만명이 넘는 공산주의자들을 비밀리에 쓸어버리는 거죠.


영화의 가장 큰 골자는 4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위대한 대학살'의 역사를 다른 각도에서 다시 바라보자는 겁니다.


아마도 높은 평점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우선 신선한 제작형식에 있습니다.


영웅이자 동시에 학살자들인 등장인물들의 자원 아래,


그들의 행위를 직접 재연하고 그들이 다시 촬영분을 감상하며 반성하는 형태인 거죠.






























2.


하지만 뭐랄까요. 영화의 본질은 엔터테인에 있다고 생각하는 저로써는


이런 식의 무거움과 역사적인 컨텐츠만이 높은 별점을 따내는 현실이 조금 우려스럽기도 해요.


그렇다고 역사관이 개입된 컨텐츠를, 영화라는 장르로 승화시켜 얻는 엔터테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분명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아쉬운 게 있다면, 무거운 다큐멘터리에는 엄지를 올리면서


가벼운 애니메이션이나 대중성은 쉽게도 폄하된다는 거예요.


액트 오브 킬링이 별 다섯 개를 받는 배경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제게는 액트 오브 킬링이라는 굳이 다큐멘터리의 형식으로 포장되어 


영화로 연출된 매력이 크지는 않네요.











 


영화의 매력은 컨텐츠의 무거움을, 가볍지만 깊숙히 파고 들어가 전달하는 데 있다고 보거든요.


액트 오브 킬링은 역사의 입장이라는 소재를 다분히 투박하고 지루하게 얘기합니다.


사실 이건 호사가들의 영화도 아니에요. 따로 해석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직접적으로까지 보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지만 분명히 생각해 볼 여지는 남겨주죠.


하지만 지루해요. 여기에서 나오는 메세지는 사실 너무나도 전형적이고 교과서적입니다.













▲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The Act of Killing











 







            

빅 히어로

감독 돈 홀, 크리스 윌리엄스

출연다니엘 헤니, 라이언 포터, 스콧 애짓, 제이미 정, T.J. 밀러, 제네시스 로드리게스, 데이...

개봉2014 미국








▲ 테디의 베이맥스







▲ 대놓고 마블의 아이언 맨

















3.



이 극단에는 빅 히어로라는 영화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봐요.


빅 히어로는 애니메이션이라는 포장지로 '영화'를 예쁘게 포장해내는 데 성공합니다.


뻔할 수밖에 없는 전개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그러지 않으려 노력한 몇몇 포인트들이 제대로 동력을 얻어 묘한 전율을 일게 하죠.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에서 미장센을 느끼는 기분도 참 오랜만입니다.


사실 감독의 연출법은 기존 액션물을 답습하는 데 그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르의 변주만으로, 익숙했던 연출마저 신선해지는 매력이 있어요.


애니메이션이나 다큐멘터리는 이런 식으로 써먹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 빅 히어로









 





4.



하지만 두 영화의 평은 극을 달리죠.


요새는 범 대중들의 평도 상당히 우아해서


오히려 대중성을 띠는 장르들은 폄하되고 매니악한 장르들이 유행을 타는 경향도 보입니다.


인터넷이나 셀렙들의 영향이 클 테죠. 사실 그 배후에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힙합이 그렇고, 영화가 그래요.


정작 자신들의 입맛은 아닌데, 주변에서 엄지들이 오르기 시작하면 뒤쳐지기 싫은 마음이 있거든요.


발가벗은 임금님을 떠올려요. 액트 오브 킬링에 있어서는 저는, 


저기 임금님이 벌거벗은 게 아니냐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노스페이스로부터 시작된 이 엽기적인 편승은 한국사회의 핵심적인 맥으로 보입니다.


잘 써먹으면 제 2의 허니버터칩이고 조금만 방향을 틀면 제 2의 황우석이 나올 수 도 있겠죠. 

















▲테디 역의 다니엘 헤니












 


 









4.


관람객과 평론가들 사이 평점의 괴리는 저는 불필요한 체면치레로 보입니다.


액트 오브 킬링의 높은 평점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뽐내기 좋아하는 평론가들 역시 빅 히어로에 매겨지는 높은 평점도 이해해야 할 거예요.


저는 오히려 영화의 본질은 액트 오브 킬링보다는 빅 히어로에 있지 않나 싶기도 해요.


사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두 영화가 전달하려는 의미는 같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빅 히어로에서도 딸을 잃은 아비, 캘러헌의 범죄의 당위를 인정하진 않거든요.


그 비참함을 훨씬 더 설득력있게 얘기해주는 건, 이 가벼운 애니메이션이 아닐런지요.










      


매거진의 이전글 [라라랜드] 당신을 위한 단 한번의 플래시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