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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베이지 Oct 21. 2018

김효은과 쿠기로 본 쇼미더머니 7회 본선 감상평.

멸종을 앞둔 장르의 포효.

쇼미더머니 7회 김효은.






기리보이의 프로듀싱이 돋보였던 오르내림의 무대.











1. 쿠기


유독 급수가 떨어지는 무대였습니다. 

곡에 내용이 전혀 없고 말하자면 스타일 하나로 밀어붙이는 무대랄까요. 


사실 쿠기가 여태 보여준 거라곤 "내친구는모두다NEW"

릴펌에 관한 이야기는 차치하고서라도...


쿠기는 더콰이엇 키즈로 예쁘게 네이밍 된 

아이돌에 불과하다는 평을 피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정규앨범을 기대하게 되는 엠씨가 있는 반면 

쿠기같은 엠씨 또한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쇼미더머니가 출범한 이래로 

가장 경계해 온 상황의 현현이 쿠기가 아닐까.




향후 쿠기의 인기는 얼마간 보장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바닥은 어느 정도 제로섬 게임이라서 

(슈퍼비가 출연을 거듭하는 이유기도 하겠지요. 메킷레인 레코즈가 기어이 쇼미더머니에 출연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쿠기 같은 공허한 엠씨의 유행은 역시 힙합 팬으로써는 우려의 대상이지 않을까.








p.s)


오르내림은 아직 부족한 MC입니다. 하지만 오르내림마저 쿠기와는 차이가 있더군요. 우선 오르내림은 오르내림의 가사를 썼잖아요. 거기에다 기리보이의 비트를 얹었죠. 참고로 저는 기리보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관련해서 매 앨범마다 비평을 써댔던 것 같은데 역시 프로듀서로서의 기리보이는.... 보물이랄까요. 그러고보니 이런런 게 힙합 아닌가요. 기리보이를 좋아하지 않는 저로써도 엄지를 내밀 수밖에 없는 어떤 것.











2. 김효은


쿠기와 식케이의 무대 뒤로 이어진 김효은과 도끼의 무대. 

그제서야 이 갈증의 정체를 깨닫습니다.


힙합은 이런 거였지.


언제부터 쿠기가 부르는 후크송 비슷한 것을 두고서

우리는 랩이라는 외피를 둘러주었는지요.




쇼미더머니도 세대를 거듭하면서 점차 타 장르의 원액과 섞이며.... 

힙합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뭔가가 되가고 있습니다. 


물론 그게 나쁘다고 하면 글쎄요. 장단이 있는 문제일 겁니다. 

그 와중에 김효은이 보여준 무대는 뭐랄까요. 



멸종을 앞둔 어떤 오리지널리티의 

묵직한 포효로 느껴지네요. 



힙합은 이런 게 아니던가요.




오토튠부터 유행하는 플로우까지, 트렌디한 요소들을 

덕지덕지 붙이면 오히려 촌스러워집니다. 식케이와 쿠기처럼요. 



반대로 70년대 소스들을 두고서 올드한 플로우를 선보인다고 해도 

힙합이란 테두리를 두르면, 각 개인의 재발견에 따라 

가장 세련된 음악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런 면에서 XXL 무대에는 

멸종된 투박함이 있었다랄까....









p.s)


도끼의 벌스로 인해 주객이 전도된 것 아니냐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만...

글쎄요. 김효은은 '형'이라는 낱말로 인해 늘 비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힙합이란 장르가 어떤 것인가요. 

어딘가 기형적이고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데서 뜬금없는 매력이 번지는 장르잖아요.



이 상황에서 "죄송합니다. 형 말고 다른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하는 것은 

소위 대형 기획사의 방식이죠. 


자본주의에서 적어도 형식적인 갑은 대중입니다.

아이돌과 기획사는 거기에 맞춰 핥아야 할 똥꼬가 있을 테지요.



하지만 힙합은 얘기가 다릅니다. 얼마간 좆까라는 마음가짐으로 

하던 걸 꾸준히 해내는 데서....묘한 경외를 보여주는 게 이 바닥의 생리.



도끼가 대표적이죠. 

남들이 뭐라하던 꾸준히 그런 곡만 냅니다. 



저는 도끼를 좋아하지 않아요. 오히려 도끼의 음악에선 가능성보단 한계를 봅니다.

그럼에도 이번 본선에서 도끼의 무대는 부인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잊어가던 그 힙합을...다른 장치없이, 보컬이나 무드조성없이, 

그저 랩 하나로만 선보였으니까요.



김효은은 어떻습니까. 같은 레이블의 창모는 

프로듀서로 출연하고 있는데 본인은 참가자라니.




그 자괴감과 씬에서의 부담감, 소모된 캐릭터와 플로우의 한계는 

본인에게 굉장한 부담으로 다가왔을 겁니다.



김효은이라고 피쳐링을 썼을 때의 쏟아질 비판을 몰랐을까요.

알면서 한 겁니다. 좆까라 이거에요. 그리고 좆까는 대신 멋진 걸 보여주겠다. 

본인이 형을 찾는 이유를 구구절절 변명하지 않아요. 진짜 형을 데려옵니다. 



그리고 그 무대는 얼마간 도끼의 안티에 가까운 저로써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는 무대였거든요. 


(쿠기의 형편없는 무대 다음이라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했지만.)




어쨌든 이번 본선 무대중에 가장 힙합다웠던 무대를 남기고 가지 않았습니까. 

유독 힙합이라기엔 애매한 장르들이 뒤섞이는 요번 쇼미더머니에서 

순도 높은 투박하고 단단한 무대였다고 보는 편...







p.s2) 


나플라는 일당백으로 역시 멋진 걸 보여줬죠. 

저는 무대만으로 봤을 때는 김효은의 승리라고 보지만 

혼자서 저런 무대를 해낸다는 점에서 나플라에게 경이를 보냅니다. 


아직 제대로 된 정규앨범이랄 게 없지만 

MC의 어원을 떠올려보자면 국내에 몇 안되는 MC 중 한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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