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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베이지 Mar 10. 2016

우리는 이겨내지 못할 거예요.

2014년 소치 올림픽과, 저마다의 경기를 치르는 청춘들을 위하여.



끝내 울음을 터뜨리는 김연아.





2014년.


타국의 대표로 출전한 안현수는 금메달을 따낸 후, 자신을 키운 빙판에 보란 듯 입을 맞췄습니다. 연아의 영원한 연적이던 아사다 마오는 어떤가요. 자신의 은퇴 경기가 된 소치올림픽에서 기어이 트리플 악셀을 성공해냈지요. 올림픽이나 스포츠를 보는 재미가 여기에 있지 않나 싶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숙적. 그게 태어난 환경이 됐든, 전적 대학이 됐든, 작게는 가족관계부터 크게는 타고난 성격까지. 올림픽 스타들은 보이지 않는 그 '벽'을 허물고 금메달을 쟁취합니다. 온갖 협잡과 편파 속에서 싸워 나가는 모습은 아둥바둥 살아가는 우리 청년들의 모습과 은근하게 닮아 있어요.



예전에 K-1이 한창 성황일 때, 레미 본야스키를 기억하실 겁니다. 손쉽게 결승전까지 올라간 레미는 개최국인 일본의 하야시 선수와 격전을 벌이게 되었지요. 레미가 압도적인 플레이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4R까지 무승부 판정이 납니다. 그때 레미 본야스키는 두 가지 생각을 합니다.





"여기서 포기하거나, 완벽하게 KO 시키거나." 





물론, 레미는 후자를 선택했고 결과는 5R KO로 레미 본야스키의 승. 저는 그때의 전율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연아 선수의 올림픽 참전을 보고서 다시 한번 그 전율을 느꼈어요. 각국의 심판들은 오늘도 각자의 국기에 대고 공명정대함을 맹세하지만 우리의 연아킴은 은메달을 받고 맙니다.













우리들도 결국은 이겨내지 못할 거예요. 




실체가 없는 추상적인 스펙 갖추기와 기준을 알 수 없는 기업들(혹은 대학들)의 요구사항. 찰나의 인상으로 개인의 인성을 판단하겠다는 면접관과 그 배후에 실타래처럼 얽힌 학연, 지연, 그리고 온갖 파벌들. 우린 거기에 순응해야 할 약한 인간이기에, 김연아의 은메달이 주는 울림이 크지 않을까 해요. 2014년의 소치 올림픽은 끝내 연아의 왕관을 빼앗고 폐위를 시도했지만 글쎄요. 어쩌면 많은 사람들에게 소치 올림픽은, 김연아의 또 다른 대관식으로 다가왔을 겁니다. 왕관을 내려 놓으며 도리어 빙판 위의 영원한 여왕이 된 순간이었죠.




무엇보다 김연아는 노력하는 선수였거든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화면 너머로도 산뜻하게 전해왔고, 그럼에도 경기에 돌입할 때면 눈을 번뜩이던 한국의 자랑이었습니다.




은을 금보다 위대하게 바꿔내는 연금술을 보여준 김연아에게 짧은 글로나마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더불어 갖은 부조리와 불합리와 싸워가는 청춘들에게도.




그동안 너무 고생했다고.

각자의 길에서 정말 수고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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