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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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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르미르 Mar 24. 2024

첫 만남

해피

고등학생 때 야자(야간자율학습)를 하고 집에 왔더니, 현관에서 신발도 벗기 전인데, 동생이 새까만 비닐봉지를 주었습니다.


"언니 이거."


동생의 표정은 기쁨이었습니다.

'이 시간에 왜 비닐봉지를 주며 기뻐하지? 피곤하니까 그냥 받자.'

오후 10시가 다 되어가는 때였고 굉장히 피곤했습니다. 그런데 그 봉지가 움직여서 너무 놀라 순간 안고 있던 봉지에서 손을 뺐습니다. 그러자 현관 대리석에 떨어졌습니다. 웬 검은 강아지가 놀라 현관에서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봉지가 아니었습니다.


순간 너무 미안했습니다. 봉지인 줄 알았다는 점과 떨어트린 점이 그 강아지에게 마음과 몸에 상처를 준 것 같아  그 강아지에게 사과했습니다.


"미안해. 내가 현관이 껌껌하기도 하고, 너무 피곤해서 강아지인 줄 몰랐어. 많이 놀랐지? 너무 미안해."


아버지께서 검은 털을 가진 미니핀을 거래처에서 데려오셨던 것이었습니다. 거래처에서 떠돌이 개를 여러 마리 봐주고 있었는데, 그중 한 마리가 저희 집에 왔습니다. 동생은 강아지가 있다는 생각에 기뻐 보였습니다. 저는 반려동물을 앵무새, 거북이, 물고기는 고등학생 시절보다 더 어렸을 때 집에서 키워서 봤었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는 처음으로 키우게 되었는데, 평소 강아지를 주변에서 보면 '귀엽다.' 이렇게 생각만 하고 지나가던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어머니는 강아지를 멀찍이서 보는 것만 괜찮으셨고, 털 날릴까 봐 키우는 건 생각도 못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강아지를 키우다니, 이건 동생의 영향이 큽니다. 동생이 많이 아팠기에, 반려동물이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아 아버지가 데리고 오신 거였습니다.


그렇게 미니핀과의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름은 어머니께서 해피라고 지으셨습니다. 왜 해피라고 지으셨냐고 물어봤었는데, 그 이름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셨다고 했습니다. 아마 해피가 동생에게 아프지 않고 행복을 가져다주었으면 해서 그렇게 지으시지 않았을지 개인적으로 추측해 봅니다.


해피는 윤기 나는 검은 털에  눈썹 부분, 발 부분, 가슴팍이 멋스러운 갈색 털을 가졌습니다. 눈은 흑진주 같이 빛났고 산책을 좋아하고, 이불을 좋아했습니다. 병원에 데려가서 검사도 하고 몇 살인지 물어보니 2살로 추정한다고 했습니다. 현재 해피는 제 마음속에 있습니다. 2년 전 16살의 나이로 별이 되었습니다. 어제가 국제강아지의 날이었는데요, 해피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해피 매거진을 만들었습니다. 미니핀을 키우거나 키우셨던 분들, 반려동물을 좋아하시는 분들, 그리고 가족을 이루는 모든 분들! 즉 모든 사람들이 이 매거진을 보시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많은 응원과 관심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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