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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르미르 Mar 26. 2024

산책

해피

"해피야, 산책 갈까?"


산책이라는 말을 알아서, 눈빛이 달라지며 현관 앞으로 해피는 뛰어갔습니다.


날씨가 추울 때는 옷을 입혔는데, 해피는 옷 입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추운 날에는 밖에 나갔을 때 온몸을 떨기에 꼭! 옷을 입혔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1,000만 명이 넘으며 반려동물 사업이 많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옷도 다양하게 나오는데요, 해피는 머리에 옷을 넣는 티셔츠를 싫어했습니다. 그래서 점차 조끼형인 옷을 네 다리 밑에 옷을 두고 배나 등에 단추 형태인 옷을 사서 입혔습니다.


옷을 입으면 빨리 나가자고 낑낑댔습니다. 현관 앞에서 빙빙 돌며, 문을 빨리 열어달라는 의미로 느껴졌습니다.


제가 백수일 때는 주 7일간 산책을 함께 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나갔습니다. 날씨예보에서 태풍이 심하던지 등 다른 이유로 실내에 있으라고 했을 때를 빼고는 산책을 했습니다.


비나 눈이 올 때는 한 손으로는 우산을 들고, 한 손으로는 해피를 안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천장이 있어 비나 눈을 막아주는 곳에서는 잠시 해피를 내려놓기도 했습니다. 해피의 몸무게는 3kg대였는데요, 5분만 지나도 팔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딱 10분만 안고 산책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산책은 비 예보가 있던 날이지만, 비가 오지 않았기에 우산 없이 산책을 나갔다가 갑자기 비가 와서 해피와 집으로 뛰어들어갔던 날입니다. 경사로가 빗물에 미끄러워서 뛰어들어가다가 슈퍼맨 자세로 제가 넘어졌습니다. 해피는 넘어지지 않았습니다. 리드줄을 한 손에 잡고 있었고 해피가 저보다 앞서갔기에 오른손을 뻗은 채로 미끄러졌습니다. 해피는 넘어지거나 다치지 않고 앞에 멀쩡히 서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이 마음이 부모님의 마음일까라는 생각도 잠시 했습니다.


해피에게 백수였던 저는 1순위였습니다. 반려동물이 함께 사는 사람들을 순위를 매긴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함께 있는 시간도 많고, 밥도 주고, 산책도 챙겨주고, 집에서 놀아주는 시간도 많았던 건이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어쩔 때는 산책을 하루에 2번도 했습니다. 아침이면 제 방으로 와서 제 옆에 눕거나, 저를 깨웠습니다. 깨우는 이유는 밥을 달라는 의미였죠.


어느 날 TV로 반려동물 전문가가 산책에 대해 말하는 것을 봤습니다. 반려동물에게 산책은 사람이 SNS 하는 것과 같은 재밌는 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 해피가 있을 때는 더 산책을 함께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요즘은 해피와 산책을 많이 했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해피야, 하늘나라에서는 자유롭게 산책하고 있지? 나중에 꼭 하늘나라에서 같이 산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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