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홍콩이 전 세계 관광객에 무료 항공권을 50만 장 뿌린다고 했다. 3년간 지속된 펜데믹 시대에 지쳐있던 전 세계의 관광객들은 당연지사 앞다퉈 항공권을 신청했다.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이다. 그리고 홍콩이 약속한 날짜에는 50만 명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사상 초유의 미스터리하고 불가사의한 사고가 벌어졌다. 특정 인종이나 국가에 한정되어 있지 않으며 아무 교집합 점도 없는 전 세계인 50만 명이 단 하루 만에 사라진 사건 때문에 각국의 대사관과 정부는 난장판이 됐다. 항공기의 GPS 정보는 갑자기 증발한 듯 신호가 사라졌고, 사라진 항공기 모두 공통적으로 아무런 전조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과 항공기 내에는 무료 항공권 당첨자들만 탑승하며 홍콩 직항으로 날아가고 있었다는 것뿐이다. 전 세계의 정부에서 항공권을 제공한 홍콩에 제각기 압박과 해명, 기자회견을 요구하였으나 홍콩 정부에서는 관광객 유입으로 경기 침체를 극복해보려 한 의도뿐이었으며 50만 명의 실종에 대해서는 타국과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 뿐이다. 그러니 실종자들의 가족들은 거의 미치려고 했다. 그 많은 사람이 사라졌는데 그 누구도 진실을 규명할 수 없으며 방법조차 없다. 연일 뉴스와 미디어 매체, 뉴미디어에서는 이 기묘한 사건에 대해 다뤘다.
한편, 사라진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비행 중 그들은 잠든 줄도 모른 채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깨어나 보니 약속된 홍콩에 도착해 있지 않았다. 어떤 이는 지금은 분명 사라졌다고 알려진 구룡성채에서 눈을 떴다.어떤 이는 끝 없는 폐허에서 눈을 떴으며 어떤 이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깨어났다. 또 어떤 이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지였고, 어떤 이는 바닷속에 가라앉아버린 섬이 지상에 있던 시절로 돌아갔다. 누군가는 운행 중인 타이타닉호의 객실에서 일어났다. 누군가는 우주선의 비상탈출로켓의 운전석, 누군가의 5차원의 세계. 모든 시공간으로 50만 명의 사람들이 흩어졌다. 영화 '컨택트'에서 외계인들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동등하게 인지하는 관점으로 보았을 때 실상 50만명의 사람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그저 햅타포드로 변형되었을 뿐, 그저 공간이 이동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인간이 인지하는 시간은 일직선. 50만 명의 사람들은 혼란에 빠진다. 그들이 이동된 공간의 공통점은 단 하나. 자신 한 명 이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아 목숨을 잃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사막이나 북극, 정글과 같은 극한의 환경이 주어진 이들은 각각의 이유로 외인사하였고 어떤 사람들은 고독과 의문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은 햅타포드의 관점으로도 사라진 것이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게도 버킷 리스트가 있었을 것이다. 지저분하고 허름한 물건이 가득한 남루한 미로 같은 구룡성채를 헤매던 이는 오래되고 변색된 의자에 앉아 생각에 빠졌다. 이 말도 안 되는 일에도 누군가의 의도가 담겨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인간의 생존능력을 보기 위함인 것인가? 확실한 건 인류사회학과 관련된 연구는 아니리라는 것이다. 나는 지금 절망하고 있다. 기약 없는 고독은 언제 끝날 것인가? 다른 사람들은 과연 어느 공간으로 떨어졌을 것인가. 그는 탐구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이다. 보름간의 시간을 보내며 구룡성채를 대부분 돌아보았다. 과연 마계촌이라 불리었던 무법 도시답게 난자한 핏자국은 심심찮게 볼 수 있었고 성매매 업소와 도박장, 아편굴, 마약거래소, 무허가 병원들이 보였다. 이렇게 좁은 곳에서도 사람이 살았었나 싶은 1평 남짓한 공간엔 나름대로 의식주에 필요한 것들이 갖춰져 있었다. 의외인 점은 유치원과 양로원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들에게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간과 교육의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몹시 어렵게 구한 노트에 이 모든 내용을 기록하였다. 동물이 살았던 흔적과 아이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가정집에서 발견된 다 쓴 헤로인 주사. 아이들이 놀이터 대신 사용한 듯한 옥상. 열정적인 탐구였으나 그 열정은 보름이 더 지났을 즈음 끝이 났다. 탐구자는 오래되고 변색된 의자에 앉아 생각에 빠졌다. 내가 남긴 이 기록은 후대에 남겨질 것인가. 나 이외의 타인에게 전해질 것인가. 나는 이 일을 하고 싶었던 가. 나의 양동이를 걷어차기 전에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버킷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