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실리를 취하는 외교 전략
우즈베키스탄은 러시아, 중국, 미국, EU 등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펼치는 중앙아시아의 핵심 행위자이다. 2001년 9·11 테러 후 미군 카르시-카나바드 기지를 제공했다가 2005년 철수시킨 경험이 이 나라의 실용주의 외교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26년 현재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이지만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군사 구조에는 참여하지 않는 독자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우즈베키스탄을 '중앙아시아 핵심 파트너'로, 중국은 '일대일로 핵심국'으로 간주하며, 허드슨 연구소(Hudson Institute)와 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 등 주요 싱크탱크는 우즈베키스탄의 지정학적 가치가 지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1. 들어가며: 대륙의 '허브'로 부상하는 나라
중앙아시아의 지도를 펼쳐보면 우즈베키스탄은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아프가니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5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 나라는 중앙아시아 5개국(C5) 중 유일하게 이중 내륙국(doubly landlocked country)이다.
바다로의 직접 출구가 없는 지리적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2026년 현재 우즈베키스탄은 오히려 그 '지리적 중심성'을 무기로 삼아 강대국들의 구애를 한몸에 받는 지정학적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구 약 3,700만 명(2025년 기준)으로 중앙아시아 최대 인구 대국이며, IMF가 2023~2024년 연속 6%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을 긍정 평가한 역동적인 경제를 보유하고 있다.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Shavkat Mirziyoyev) 대통령 집권 이후 추진된 개혁·개방 정책, 특히 '우즈베키스탄 2030' 국가전략은 이 나라를 단순한 구소련 잔재 국가에서 지역 허브 국가로 변모시키는 중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 지역 내 정치·경제적 위상을 높이고자 다자 협력과 다자외교를 추진 중이다. 풍부한 인구(약 3,800만 명)와 중앙아시아 최대 시장을 강점으로, 국경 간 인프라와 연결망을 강화하여 역내 핵심 국가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2. 균형 외교의 역사적 뿌리: 카리모프부터 미르지요예프까지
2-1. 독립 초기의 등거리 외교 원칙
1991년 소련 붕괴 후 독립을 선언한 우즈베키스탄은 초대 대통령 이슬람 카리모프(Islam Karimov) 시절부터 '어떠한 블록에도 가입하지 않겠다'는 외교 원칙을 천명했다. 카리모프는 2015년 1월 의회 연설에서 러시아 주도의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가입 의사가 없음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소련 해체 이후 구소련 국가들에 대한 모스크바의 재통합 시도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CSTO 탈퇴·복귀·재탈퇴의 반복은 이러한 원칙의 실천적 표현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은 1999년 CSTO 전신인 타슈켄트 조약 기구에서 탈퇴했고, 2006년 복귀했다가 2012년 다시 탈퇴했다. 러시아의 군사 조직 내에서 자국 군사력이 집단 행동에 종속되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었다.
2-2. 9·11 이후의 전략적 선택: 미군 기지 제공과 철수
우즈베키스탄 균형 외교의 가장 극적인 사례는 미군 카르시-카나바드(K2) 기지 문제이다.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10월, 우즈베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지원을 위해 남부 카르시-카나바드 공군 기지를 미군에 제공했다. 이는 중앙아시아 국가로서는 전례 없이 전략적인 친서방 행보였다.
그러나 2005년 안디잔(Andijan) 유혈 진압 사태 이후 미국·EU가 인권 문제를 이유로 압박을 가하자, 카리모프 정부는 그해 7월 미군에게 180일 이내 철수를 통보했다. 이 사건은 우즈베키스탄의 실용주의 외교가 어느 강대국의 '가치 외교'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킨 분수령이었다.
2-3. 미르지요예프 시대: 개방성과 자주성의 결합
2016년 카리모프 사망 후 집권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외교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더 적극적인 다자 관여 전략을 채택했다. SCO 회원 자격을 유지하면서도 군사적 통합에는 거리를 두고, 경제 협력은 최대화하는 '선택적 참여(selective engagement)' 전략이 그것이다.
2022년 우즈베키스탄이 주최한 SCO 정상회의에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지정학적 경쟁과 이념적 갈등에서 자유로운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SCO의 비동맹적 성격을 부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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