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청년 세대, 한국을 어떻게 보는가

Z세대 고려인의 정체성과 한국 인식

by Miracle Park


# 1. '고려사람'에서 디지털 세대로 — 역사적 배경과 현재

중앙아시아에는 현재 약 55만 명에 달하는 고려인이 거주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에 약 20만 명, 러시아에 약 19만 명, 카자흐스탄에 약 10만 명이 살고 있으며, 이들은 160년 전 연해주·블라디보스토크로 이주한 난민들의 후손이다. 1937년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이 집단은 소련 체제 내에서 독자적인 정체성을 형성했다. 한국어와 러시아어, 중앙아시아 현지 문화가 혼합된 이 복합 정체성은 '고려인(고려사람)'이라는 별칭으로 굳어졌다.


이제 그 후손들 중 Z세대, 즉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청년들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고려인의 혼합적이고 다층적 정체성은 한국, 러시아, 소련, 중앙아시아, 유럽 문화가 뒤섞인 결과이며, 이 점이 한반도 한국인과 고려인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1990년대 이후 출생한 고려인 Z세대는 소련의 기억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채 디지털 환경과 K-콘텐츠 속에서 성장했다는 점에서 이전 세대와 뚜렷이 구별된다.


# 2. 정체성의 역설 — '한민족'이지만 '한국어 불통'

현대 젊은 고려인 층의 경우 러시아에 완전히 동화되어 모국어가 러시아어이고 한국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하지만, 자신의 민족이 고려인이라는 자각은 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의 경우 여권에 민족명을 표기하므로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이는 고려인 Z세대가 안고 있는 정체성의 핵심 모순을 드러낸다. 민족적 귀속감은 존재하지만, 그 귀속감을 언어적으로 실증할 수단이 없는 상태다. 특히 고려인 고유의 언어였던 '고려말'은 현실적인 이유로 수요와 활용도가 급격히 감소하여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으며, 젊은 고려인 세대들이 고려말 대신 현대 표준한국어를 습득함으로 인해 고려인 사회에서조차도 일부 단어를 제외하고는 학문적 연구 대상 언어로 의미가 변화되고 있다.


즉, 고려인 Z세대에게 고려말은 조부모 세대의 유산이고, 러시아어가 실생활 언어이며, 표준 한국어는 새로 학습해야 하는 '외국어'에 가깝다. 민족 정체성은 살아있지만 언어적 단절이라는 두꺼운 벽이 세대 사이에 놓여 있는 셈이다.


# 3. 한류가 연 새로운 문 — K-Pop·K-Drama의 친밀감 효과

단절의 역설 속에서 뜻밖의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한류다. 대부분의 고려인들이 가지는 한국과 한국인에 관한 긍정적 이미지는 청년 세대 고려인들의 한국어 학습과 한국 유학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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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전문작가. 현지 취재ㆍ르포ㆍ출간ㆍ강연으로 실크로드의 땅, 중앙아시아의 신비를 문장으로 풀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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