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지요예프 개혁 8년:

무엇이 달라졌나

by Miracle Park

# 1. 서론: 닫힌 나라에서 열린 경제로

2016년 9월, 이슬람 카리모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권좌에 오른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는 우즈베키스탄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틀었다. 카리모프 시대의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폐쇄적인 경제 체제 중 하나였다. 외환 거래는 엄격히 통제됐고, 이웃 국가와의 국경은 수시로 봉쇄됐으며, 외국인 투자는 환영받지 못했다. 공식 환율과 암시장 환율 간의 괴리가 극심했고, 국민은 일상적인 달러 환전조차 자유롭지 못했다.


미르지요예프는 취임 직후부터 이 구조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그의 개혁은 단순한 경제 정책 조정이 아니라, 수십 년간 지속된 소련식 통제 경제와의 결별 선언이었다. 8년이 지난 지금, 그 성과는 수치로도, 현장에서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 2. 경제 자유화의 핵심: 외환 개혁과 시장 개방

미르지요예프 개혁의 첫 번째이자 가장 상징적인 조치는 2017년 단행된 외환 시장 통합이었다. 당시까지 우즈베키스탄의 공식 환율은 시장 환율과 크게 달랐고, 수많은 방문객과 현지인들은 현실적인 환율을 얻기 위해 거리의 암거래상에게 의존해야 했다.


2017년 외환 개혁 이후 정부는 제한을 해제하고, 공식 환율과 암시장 환율을 통합했으며, 통화를 안정시켰다. 고액권 지폐가 잇따라 발행됐고, HUMO, Uzcard, Visa, MasterCard를 통한 디지털 결제가 주요 도시에서 보편화됐다.


IMF는 이 일련의 조치를 높이 평가했다. 2017년 이후 환율 통합, 외환 제한 철폐, 무역 자유화, 대부분의 상품 및 서비스 가격 자유화를 시작으로 한 일련의 중요한 개혁이 경제를 변화시키고 상당한 자본 유입을 이끌었다고 IMF는 평가했다. "우즈베키스탄은 시장경제로의 전환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으며, 경제 개혁 실행이 더 높은 투자, 성장, 빈곤 감소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냈다"고 IMF 보고서는 밝혔다.


# 3. 숫자로 보는 8년: GDP와 투자의 대전환

경제 지표상의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우즈베키스탄은 2025년 역사상 최강의 경제 성과를 기록하며 GDP 1,230억 유로(약 1,230억 달러)를 달성했다. 2017년 GDP가 약 560억 유로 수준이었음을 고려하면, 불과 8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성장한 셈이다.


외국인 투자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25년 외국인 투자는 약 370억 유로에 달해 경제 규모의 3분의 1에 육박했으며, 금 보유고는 처음으로 510억 유로를 넘어섰다. 2024년 우즈베키스탄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역대 최고치인 약 100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한국, 중국, 걸프 국가, 유럽 투자자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프로젝트는 에너지, 농업, 정보기술 분야에 걸쳐 다양하게 분포해 있다.


성장률 측면에서는 미르지요예프가 집권한 2016년 이후 우즈베키스탄은 연평균 5.7%의 GDP 성장을 기록했으며, 연간 고용 증가율도 약 3.6%에 달한다고 IMF가 발표했다. 2025년 3분기 기준 실질 GDP는 전년 동기 대비 7.6% 성장했으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02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국제 신용도도 개선됐다.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우즈베키스탄의 국가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상향 조정했으며, 이로 인해 연간 최대 2억 5,000만 유로의 외채 조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세계은행의 기술 준비 지수(Technology Readiness Index)에서 우즈베키스탄은 71계단을 올라 세계 상위 10위권에 진입했다.


# 4. 관광 혁명: 실크로드의 귀환

외환 개혁과 함께 미르지요예프 정부가 공을 들인 또 하나의 분야는 관광 산업이다. 카리모프 시대에는 외국인 방문이 제한적이었지만, 대규모 비자 자유화를 통해 우즈베키스탄은 새로운 관광 강국으로 부상했다.

외국인 방문객 수는 2016년 약 100만 명에서 2024년 820만 명으로 급증했다. 2025년에는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우즈베키스탄은 2025년 1월부터 11월까지 해외 관광객 1,070만 명을 유치해 관광 서비스 수출로 약 37억 4,000만 유로를 벌어들였으며, 4월부터는 매달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안정적인 흐름이 지속됐다. UN 세계관광기구(UN Tourism)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은 2025년 1~9월 2019년 대비 73% 증가한 관광객 수를 기록해 세계 7대 최고 성장 관광지 중 하나로 선정됐다.


비자 정책 면에서도 괄목할 변화가 일어났다. 2025년 6월 우즈베키스탄은 중국과 30일 무비자 협정을 체결했고, 10월에는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카타르, 쿠웨이트, 요르단 등 중동 6개국으로 무비자 범위를 확대했다. 나아가 2025년 11월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2026년 1월 1일부터 미국 시민에게 30일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현재 우즈베키스탄은 90개국 이상의 시민에게 단기 방문 시 비자 면제를 제공하고 있다.


지역 협력 측면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2025년에는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과의 삼국 국경 협정이 체결돼 오랜 지역 현안이 해소됐다.


# 5. 2026년 WTO 가입: 31년 숙원의 완성

우즈베키스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추진은 2026년의 가장 중요한 외교·경제적 의제다. 우즈베키스탄의 WTO 가입 시도는 1994년 처음 시작됐으나 2005년 카리모프 정권의 안디잔 사태에 대한 국제적 비난으로 중단됐다가, 미르지요예프 행정부 하에서 2020년 재개됐다.


우즈베키스탄은 34개 WTO 회원국 중 33개국과 양자 시장 접근 협상을 완료했으며, 유일하게 대만과의 협상이 남아 있다. 2025년 한 해에만 40여 차례의 양자 협상과 여러 차례의 실무 그룹 회의가 개최됐고, 200건 이상의 서면 질의가 검토됐다. EU, 중국, 러시아, 영국, 스위스, 캐나다, 호주 등 주요 교역 파트너와의 협정이 마무리됐다.


우즈베키스탄은 2026년 3월 카메룬에서 열리는 제14차 WTO 각료회의에서 가입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WTO 가입이 실현된다면, 이는 단순한 무역 협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국제 교역 규칙에 의한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보호주의적 산업 정책을 구조적으로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6. 남겨진 과제: 빛과 그림자

수치로 포착되는 성과 이면에는 구조적 한계와 우려도 공존한다.


-부채 증가와 재정 건전성. 2024년 우즈베키스탄의 대외 부채는 GDP의 55.7%에 해당하는 641억 달러에 달했으며, 공공 부채는 2025년 말 기준 GDP의 36.7%인 451억 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IMF는 재정 흑자를 초과 지출로 연결하지 말고 재정 완충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경고하며, 세입 기반을 넓히고 GDP 대비 세수 비율을 높이는 것을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인플레이션과 통화 정책. IMF는 2025년 10월 기준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7.8%, 근원 인플레이션이 6.6%로 최근 완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이 확실한 하락 추세에 들어설 때까지 14%의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긴축 통화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인권과 시민자유. 경제 개혁과 달리 정치·시민 영역의 개방은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 국제사회에서 꾸준히 제기된다. 휴먼라이츠워치는 2026년 연례 보고서에서 우즈베키스탄 당국이 독립적인 인권 활동과 표현의 자유를 지속적으로 억압하고 있으며, 활동가와 블로거들이 '온라인 대통령 모독' 등의 근거 없는 혐의로 형사 처벌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남성 간 합의된 동성 관계는 여전히 형사 처벌 대상이며, 가정 폭력에 대한 처벌 면제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도 우즈베키스탄에서 표현의 자유와 미디어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고 있으며, 고문 및 부당 대우가 일상화되어 있다고 보고했다.


-거버넌스와 경제 집중. 정부는 여전히 은행 부문의 약 65%를 통제하고 있으며, UzAuto Motors, Uzbekneftegaz 등 주요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민간 기업가정신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가 주도 경제 구조가 유지되는 것은 장기적 경쟁력과 시장 효율성 측면에서 과제로 남아 있다. BTI(베르텔스만 변혁 지수) 2026년 보고서는 미르지요예프 개혁이 공공 및 사회 생활의 여러 영역에서 동력을 잃은 것으로 보이며, 민주화와 자유화를 향한 진전이 전진과 후퇴 사이의 긴장 속에서 불균등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역 불균형. 경제 성장의 혜택이 고르게 분배되지 않는 문제도 제기된다. 2022년에서 2023년 사이 상위 10%의 소득 증가율이 하위 10%의 세 배에 달했으며, 성장은 주로 타슈켄트 지역이 주도해 지역 간 격차가 지속되고 있다.


# 7. 2026년 전망: 성장의 지속과 구조적 전환

세계은행은 우즈베키스탄을 2025~2026년 유럽·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 중 하나로 꼽았다. 우즈베키스탄의 GDP는 중앙아시아 인접국인 키르기스스탄(약 140억 달러)이나 타지키스탄(약 150억 달러)에 비해 약 7~8배 규모로, 지역 내 경제 구심점으로 자리 잡았다.


2026년의 핵심 의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WTO 가입 마무리다. 31년의 숙원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이는 무역 규범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외국 기업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낼 것이다.


둘째,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미국인 무비자 입국 정책과 확대된 중동 무비자 협정을 통해 고부가가치 관광객 유치를 강화하는 것이다.


셋째, IMF가 권고한 세수 기반 확충과 중기 세입 전략 수립을 통해 재정 안정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다만 IMF는 우즈베키스탄이 무역 정책 충격, 원자재 가격 변동성, 외부 금융 여건 악화 등 통제 불가능한 외부 요인에 취약하다는 점을 경고했다. 러시아를 통한 물류 의존도와 해외 송금에 대한 의존 또한 중장기 리스크 요인이다.


# 8. 결론: 개혁의 기회와 완성의 조건

미르지요예프의 8년은 우즈베키스탄을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 개혁 사례로 변모시켰다. 외환 자유화에서 시작해 관광 개방, 투자 환경 개선, 지역 외교 활성화로 이어진 개혁의 궤적은 일관된 방향성을 갖고 있었다. GDP 두 배 성장, 외국인 투자 급증, 관광객 10배 이상 증가라는 수치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폐쇄에서 개방으로의 구조적 전환을 반영한다.


그러나 경제 자유화가 정치·사회적 자유화와 반드시 동행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우즈베키스탄의 현실이다. 인권 단체들의 비판, 언론 통제 강화, 카라칼팍스탄 문제 등은 개혁의 완성이 아직 멀었음을 보여준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법치주의 강화, 독립적 사법부 확립, 시민사회의 역할 확대가 불가결한 조건으로 남아 있다.


2026년은 우즈베키스탄에게 단순한 통계적 성장 연도가 아니라, WTO 가입 완료와 함께 개혁의 깊이를 시험받는 해가 될 것이다. 경제 개방의 과실이 더 넓은 계층에 분배되고, 제도적 기반이 강화된다면,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를 넘어 개발도상국 개혁의 준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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