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만 기업가 시대, 지금이 기회다
타슈켄트 바자르에서 스마트폰으로 장 보는 시대가 왔다. 낙타 카라반이 지나던 실크로드 위에 하이퍼마켓과 유니콘 이커머스가 들어섰다. 이게 단순한 변화냐고? 아니다. 이건 혁명이다.
# 숫자가 먼저 말한다: 9년 만에 완전히 달라진 나라
모든 이야기는 숫자 하나에서 시작된다. 2016년 21만 3,000명이었던 등록 기업가 수가 2025년 약 120만 명으로 늘었다. 단순 계산으로 6배 가까이 불어난 수치다. 그런데 이게 그냥 "창업이 많아졌네" 하고 넘길 숫자가 아니다. 이 120만 명은 소비재 시장의 공급자이면서 동시에 가장 활발한 수요자이기도 하다. 장사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건, 그만큼 시장에 돈이 돌고 소비가 확장된다는 뜻이다.
거시 경제도 탄탄하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우즈베키스탄의 2025년 GDP 성장률을 6.6%로 전망했고, 2026년에는 6.7%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우즈베키스탄의 연평균 실질 GDP 성장률은 6%를 기록했으며, 유럽·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개발도상국 3위 안에 들 것으로 전망했다.
가계 소득도 함께 뛰었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2025년 연말 연설에 따르면 1인당 GDP가 2017년 1,750유로에서 2025년 3,220유로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150만 명이 빈곤선을 넘어섰다.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물건을 살 여유가 생겼다는 얘기다. 2025년 가계 소득 증가는 임금 상승에 의해 주도됐으며 빈곤율이 8.9%에서 5.8%로 하락하는 성과를 냈다.
2026년 1월 기준 우즈베키스탄 인구는 3,823만 6,700명으로 연간 1.85%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숫자 증가가 아니라 내수 시장의 규모 자체를 확대시키는 구조적 동력이다.
# 아파트·자동차·식료품: 소비가 폭발하는 세 개의 엔진
소비 증가를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숫자가 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우즈베키스탄 주민들은 연간 아파트 21만 호, 자동차 60만 대를 구입하고 있다. 새 집에 들어가고 새 차를 샀다면? 냉장고, TV, 가구, 침구, 주방용품까지 다 같이 따라 산다. 내구 소비재 시장이 통째로 같이 올라가는 구조다. 1990년대 한국이 경험했던 '새 아파트 입주 붐'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식품·생활용품 유통 시장도 마찬가지다. 2023년 기준 우즈베키스탄 식품 소매 시장 규모는 약 125억 달러로 추산됐으며, 2025년까지 연간 3~4% 추가 성장이 예상됐다. 2024년 초 소매 거래액은 전년 대비 9.3% 증가했으며, 슈퍼마켓·하이퍼마켓 같은 현대적 유통 포맷의 확산이 이를 이끌었다.
이커머스 쪽에서도 숫자는 놀랍다. 우즈베키스탄의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12억 달러, 전체 소매 시장의 3.8%를 차지했으며, KPMG는 2027년까지 시장 침투율이 9~11%에 달하며 18억~22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 바자르 vs 하이퍼마켓: 전통과 현대의 이상한 공존
타슈켄트 구시가지의 초르수 바자르(Chorsu Bozori)에 가면 수십 년 된 향신료 가게 할아버지가 아직도 흥정을 즐긴다. 하지만 그 바자르에서 차로 10분 거리엔 Korzinka와 Makro 하이퍼마켓이 당당히 서 있다. 충돌할 것 같은 두 세계가, 실제로는 각자의 영역에서 나란히 성장 중이다.
Korzinka, Makro, Havas 등 주요 국내 체인이 공식 식품 소매 판매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전통 바자르가 농촌 시장을 여전히 지배하는 가운데, 현대적 포맷은 도시를 중심으로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Korzinka는 단연 이 시장의 스타다. 2025년 4월, Korzinka는 아부다비 우즈벡 투자 및 우즈오만 금융기관으로부터 1억 1,000만 달러의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했다. 2020년 유럽부흥개발은행 투자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규모의 대형 딜이다. 이 자금은 멀티채널 소매 모델 강화, 소형 포맷 Korzinka Mahalla 체인 확장, 이커머스 프로젝트 Korzinka Go 개발, 그리고 4만 9,000㎡ 신규 물류센터 건설에 투입될 예정이며, 중장기 목표는 1,000개 이상의 매장 운영이다. 현재는 150개 이상을 운영 중이다.
경쟁자 Makro도 만만치 않다. Makro는 25개 도시에 걸쳐 108개 매장을 운영하며 매장 수 기준 우즈베키스탄 최대 식품 소매업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글로벌 플레이어들도 냄새를 맡고 뛰어들었다. 카자흐스탄의 Magnum은 카르푸의 현지 자산을 인수하고 올해에만 10개 신규 매장을 계획 중이며, 네덜란드의 SPAR는 Korzinka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말레이시아의 KK Super Mart도 편의점과 트레이딩 허브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 Uzum: 우즈베키스탄의 유니콘이 쇼핑을 바꾸다
이커머스 이야기를 빼면 우즈베키스탄 소비재 시장을 절반도 못 얘기한 셈이다.
2022년에 출범한 Uzum은 현재 매월 1,700만 명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우즈베키스탄 253개 지역에 1,000개의 픽업 포인트를 운영 중이다. 2024년 연간 총거래액(GMV)은 3억 4,5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4배 성장했다. 2025년 8월에는 텐센트와 VR Capital로부터 7,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 15억 달러의 유니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카자흐스탄 Kaspi.kz를 목표로 삼은 슈퍼앱 전략도 가속화되고 있다. Uzum은 Korzinka, Makro, Baraka 등 주요 식료품 소매업체와 협력하여 상품 리스팅, 디지털 프로모션, 물류 지원을 통합하고 있으며, 라스트마일 배송, QR 결제, 다크스토어 모델을 통한 초고속 식료품 배달을 핵심 개발 과제로 삼고 있다. Korzinka Go와 Uzum Tezkor가 공동 배달 서비스를 런칭한 이후, 최근 3개월 사이 식료품 주문이 5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커머스 품목 구성도 흥미롭다. 우즈베키스탄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사는 품목은 가전·전자제품(35%)이고, 패션(19%)이 그 뒤를 잇는다. 전자제품 시장이 이커머스를 선도하는 초입 단계의 전형적인 패턴으로, 패션·뷰티·식품 순으로 온라인화가 깊어질 것이라는 신호다.
뷰티·패션 시장에서는 한국 브랜드의 존재감도 뚜렷하다. Uzum Market은 프리미엄 K-뷰티 브랜드 런칭에 적합한 채널로 평가받고 있으며, 패션 특화 플랫폼 Sello!, 전자제품 특화 Olcha 등 카테고리별 버티컬 플랫폼도 성장 중이다.
# 2026년 전망: 기회와 과제, 솔직하게
장밋빛 전망만 늘어놓는다면 그건 현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우즈베키스탄 소비재 시장에는 분명한 기회와 함께 풀어야 할 숙제가 공존한다.
먼저 밝은 면이다. 세계은행은 2026년 우즈베키스탄의 GDP 성장률을 6.4%로 전망하며, 이 성장이 주로 민간 소비와 투자를 중심으로 한 내수 수요에 의해 주도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재 시장에 직접 호재다.
2026년부터는 기업인의 토지세·재산세·사회보장세·소득세 보고 의무가 면제되고, 매출세에서 부가가치세로 전환하는 기업에게는 1년간 소득세를 면제하는 혜택도 시행된다. 창업과 소규모 유통 사업의 문턱이 낮아지면, 소비재 공급 생태계는 더 빠르게 두꺼워질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2026년까지 식품 총생산량을 740만 톤으로 늘리는 목표를 추진 중이며, 이는 가공·포장·콜드체인 공급업체에게 강력한 진출 기회를 만들어 낸다. ADB는 2026년 서비스 부문 성장률을 7.9%로 전망하며, 유통·소매업이 이를 견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과제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구조적 문제는 도시와 농촌의 양극화다. 도시 소비자들은 편의를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선호하는 반면, 농촌 지역은 여전히 전통 시장에 의존하고 있어 유통 접근성의 격차가 크다.
물류와 인프라의 병목도 여전하다. 우즈베키스탄은 비공식 경제와 높은 세 부담으로 인해 많은 기업이 비공식 영역에 머물러 있으며, 구시대적 통관 절차가 국경 간 전자상거래를 가로막고 있다. 세계은행은 우즈베키스탄의 지방 인프라, 특히 전력과 교통 부문의 현대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하며, 정부도 2026~2027년까지 가스·전력 요금을 원가 회수 수준으로 인상하는 에너지 요금 개혁을 추진 중이다.
국가 연동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세계은행은 러시아 경제의 급격한 악화, 금 가격 조정, 중동 분쟁 장기화를 주요 하방 리스크로 꼽았다. 에너지 순수입국인 우즈베키스탄은 에너지 가격 충격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는 GDP 성장을 소폭 제약하고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해외 송금 의존도가 높은 구조는 러시아 경기 침체가 오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약점이다.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도 해외 브랜드의 진출을 가로막는 장벽이다. 우즈베키스탄의 지식재산권 보호 수준이 개선되고 있으나 여전히 일관성이 부족하며, 외국 기업들은 시장 진출 전 브랜드 자산을 조기에 등록하고 현지 법률 전문가와 협력할 것을 권고받고 있다.
# 결론: 바자르의 흥정은 앱 알림으로 대체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소비재 시장은 지금 '이중 레이어'로 작동한다. 할머니들은 여전히 초르수 바자르에서 토마토 값을 흥정하고, 20대 청년은 Uzum으로 같은 토마토를 30분 배송으로 받는다. 이 두 세계가 충돌하지 않고 공존하면서 시장 전체를 키우고 있는 것이 우즈베키스탄 유통의 핵심이다.
핵심은 '여백'이다. 현대적 유통인 슈퍼마켓·하이퍼마켓의 공식 식품 소매 점유율은 고작 18%에 불과하다. 카자흐스탄·러시아 등 인접국이 이미 40~50%를 넘긴 것과 비교하면, 우즈베키스탄은 아직 절반도 채워지지 않은 시장이다. 빈 공간이 크다는 건, 기회도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2026년부터는 228개 신규 산업 프로젝트가 착수되고,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2026년 GDP 목표를 1,470억 유로로 조기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제 자신감이 소비 심리를 밀어올리는 선순환이 형성되고 있다.
120만 기업가가 만들어가는 소비 생태계, 연 6%대를 달리는 GDP 성장률, 15억 달러 유니콘 이커머스의 등장, 그리고 세계 유통 공룡들의 잇단 진출. 이 모든 신호는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물론 냉장 물류 인프라, 도농 격차, 러시아 경기 연동 리스크는 현실적인 숙제다. 장밋빛 전망만 믿고 들어갔다가 바자르 흥정에서 지면 안 된다. 그러나 숙제가 있다는 건, 그 숙제를 먼저 푸는 사람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즈베키스탄의 소비 혁명은 이제 막 2막을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