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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Jun 18. 2021

"엄마가 제일 좋아요."

"엄마가 힘드니까 도와줘야지."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다 들어온 동글이의 얼굴에 땀이 범벅이다. 땟국물 가득한 동글이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놀이터에서 얼마나 뛰놀았는지 집에 들어온 동글이에게 쉰 내가 가득하다.


"동글아~ 혼자 씻을 수 있지?"

"그럼~ 엄마~ 내가 10살이나 됐는데 샤워도 혼자 못할까 봐? 아들을 좀 믿어~"


씻으러 들어간 동글이가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기에 욕실에 가 보았더니 쭈그리고 앉아 뭔가를 하고 있었다.


"동글아~뭐해?"

"응~ 청소해"


엊그제는 욕실 세면대를 번쩍번쩍 닦아두더니 오늘은 샤워실 바닥 청소를?


요즘 꽤 자주

신던 양말, 속옷도 빨고,

책상 정리도 하고,

곧잘 먼지포로 바닥 청소도 한다...


"동글아~ 요즘 왜 자꾸 청소해?"

"욕실 바닥이 좀 더럽길래... 엄마 혼자만 청소하면 엄마가 너무 힘들잖아. 도와주려고..."


마음결이 이쁘고 고마웠다.

시키지도 않는데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해줘서 고맙고,

마음결이 느껴지게 자라주어 고마웠다.


"엄마~ 심심한데 나랑 놀아주면 안 돼?"

"뭘 하고 놀아주면 되는데?"

"응~ 오늘은 브루마블 하고 싶어..."


난 브루마블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게임 시간이 오래 걸려 서너 시간은 투자해도 쉽게 종결되지 않아서 끝까지 해 본 적이 없다. 마음으로는 하고 싶지 않았지만 고마운 마음 갚는 심정으로 함께 놀아 주었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 훌쩍 지나서

게임을 정리하고 이 닦기를 보냈더니

씻고 나온 동글이가


"엄마~ 안아줘~"

"엄마~ 내가 엄마 80살이 돼도 매일 이렇게 사랑할 거야. 난 엄마가 내 엄마라서 정말 좋아. 다른 사람이 엄마였으면 아마도 이만큼 안 사랑했을걸?"


감성적이고 섬세한 늦둥이 동글이는 꽃잎 하나도 그냥 스치지 못하는 특별한 감성을 지녔다.


어제는 같은 모둠 친구에게 전화번호를 알려달라 했다가 거절당하고 집에 와서 한동안 눈물 바람이 났었다. 손이 안으로 굽는다더니 내 자식 속 쓰린 것만 찡해서 속으로

'널 좋아하는 다른 친구들 많잖아. 걔랑은 그냥 안 놀면 되지.'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었다.


그래도 동글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 주었다. 동글이가 자존감 높고 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면서...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감사하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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