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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Jul 29. 2021

"엄마는 맨날 놀아서 좋겠다!"

아들아~ 엄마가 맨날 노는 게 아니란다.

엄마는 맨날 놀아서 좋겠다!

엄마는 맨날 놀아서 좋겠다!

'괜찮아 인형'을 만들었어요



초등학교 3학년 동글이에게 담임 선생님께서 물어보십니다.

"동글이는 이다음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꿈이 뭐니?"

"꿈이 뭐예요?"

"어른이 돼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물어본 거야."

"엄마가 되는 거예요."

"왜 엄마가 되고 싶어?"

"엄마는 맨날맨날 놀잖아요. 친구들이랑 커피 마시고, 맛있는 것도 먹고... 맨날맨날 노니까 좋을 것 같아요."

"엄마들은... 맨날맨날 놀지 않아. 엄청 많은 일을 하시고  바쁘시단다."



하교길...아들의 친구들... 어라? 약속이라도 한듯 신발이 똑같네 ㅎㅎ 신기방기~♡




초등학교 3학년 동글이의 꿈은 엄마가 되는 거랍니다. 맨날맨날 놀고, 돈도 마음대로 쓸 수 있어서 마트에 가면 사고 싶은 것도 다 살 수 있고, 친구들이랑 같이 커피도 마시고 맛난 것도 먹으며 놀러 다닌다며...


동글이의 눈에 엄마는 매일매일 놀면서 즐겁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입니다. 그렇구나... 싶다가 울컥 화가 나네요. 에잇!!


엄마의 평일 일상을 동글이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습니다. (방학 전)


아침 5~6시에 일어나
-집 앞 논에서 키우는 수탉이 4시~7시까지 울어대는 통에 기상 시간이 빨라졌다.

※식사 준비 전 밤 새 가라앉은 먼지를 쓸어내고 세탁물 분류해서 1차 흰 빨래 먼저 돌려두고 아들아이 휴대폰 배터리 확인 후 충전기에 꽂고 책가방을 시간표대로 잘 싸 두었는지 점검까지 한 뒤~

아침 준비 및 아침식사, 남편 도시락 준비 08:00 큰아이 등교 07:50
※ 비대면 수업 기간 : 식사시간 맞춰 점심 주기
남편 출근 08:00
작은아이 등교 08:35
※ 비대면 수업 기간 09:00~13:00 수업 도우미
집 정리 & 세탁 & 장보기 13:00
둘째 하교 14:00
둘째 숙제 봐주기 & 놀이터 투어 17:00
큰애 하교 17:30
식사&간식 준비 18:00
아이들 저녁 식사 후 정리 19:00
남편 퇴근 & 저녁 식사 후 정리 20:00
작은아이 씻기고 잠잘 준비 21:30


평균 저녁 10시가 돼야 퇴근이 가능 한 엄마의 시간표입니다. 요즘은 여름방학 기간이라 무계획이 계획이죠. 아이들과 남편까지 보태 집안일 천국인 생활이니까요...


그렇다고 밤 10시에 퇴근이 되는 건 아닙니다. 저녁 식 후 간식 먹느라 어질러진 주방정리에 건조기에서 꺼내 둔 빨래를 배워 각 방에 넣어 주고 나면 이렇다 할 폼나는 일을 한 것도 아닌데도 돌아서면 12시가 훌쩍 넘어가죠.


멀티플레이로 움직이는 주부의 시계...

스스로도 누구나 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자존감이 뚝!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만만하게 보긴 이르죠. 우습게 보다가는 큰 코 다칩니다!


가정 안에서 누군가는 꼭 해줘야 하는 일,

먹고사는 기초가 되는 일,

해내면 티 안나도 안 하면 티가 팍팍 나는 일,

별 것 아니라고 치부하기엔 가짓수가 많아도 너무 많은 일,

주부의 하루는 분주합니다.


철마다 해야 할 일들도 태산입니다. 

물론 반제품, 완제품, 배달음식, 외식 등으로 주부의 일이 개미 눈곱만큼 줄어든 것도 인정!! 그런데 정말 개미 눈곱만큼 이라니까요?


저는 집된장을 담가서 익혀 다음 해를 준비하기에 음력 정월 (대략 구정 지난 보름쯤 되죠.)부터 저장음식을 만들어요.

4월에는 두릅, 된장 가르기(간장 걸러 끓여서 익혀요)

5월에는 오이지

6월에는 매실과 햇마늘로 장아찌

10월은 된장 수확

11월은 김장, 고추 말려 1년 먹을 고춧가루 준비

12월은 고추장


에고... 냉장고가 여러 대 가동되는 이유가 보이시나요? 이렇게 보관해서 먹는 식재료는 정성도 시간도 많이 들죠. 그런데 한 번에 먹는 것이 아니라서 김치냉장고를 점령하고 자리 차지만 하는 것들이에요.


맛보기로 설명만 해 드려도 주부들 하는 일이 꽤 많죠? 자잘한 것들은 나열도 할 수 없어요. 어마 무시하거든요...


이 많은 일들을 일목요연하게, 짜임새 있게, 순서를 정해서, 일의 앞 뒤를 따져가며 주부들이 살아갑니다.


'집에서 살림만 하면서 뭐가 힘들어?!'라고 하시는 눈치 없는 남편님들 브런치에는 안 계시죠?


주부들이 하는 일은 말하면 숨 가쁠 만큼 많은데 맛보기로 조금만 풀어놓을게요. 주부인 우리는 있으면 티 안 나고 없으면 살기 힘든 존재가 아니고, 있어도 없어도 어마어마한 비중을 가진 소중한 존재랍니다.


동글아, 엄마는 노는 사람이 아니고 전업주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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