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운 Jun 15. 2021

"엄마, 나랑 같이 여행해줘서 정말 고마워."

동글이와 둘만의 여행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사와 육아를 거듭하며

어딘가 홀로 떠나본 적이 있었던가?

생각해보니...

없네??




코로나로 작년부터 집콕 생활 1년 6개월 동안 안전수칙을 지키다 못해 강박에 가까운 거리두기를 한 탓에 10살 아들과 난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이어가는 중이다. 생각해보니 둘째가 태어난 후 아이와 나들이를 하는 것은 거의 드문 일이었다. 기껏해야 동네 산책 정도였는데 마음 따뜻한 아이는 엄마를 너무 아껴주는 아들이어서 손잡고 산책 정도 같이 해주는 것인데도 늘 고마워해 주었다.


둘째가 4살 됐을 때부터 8살까지는 내 몸 부실해 수술을 여러 차례 하고 입퇴원을 반복하느라 장거리 운전은 거의 안 했었고, 작년부터는 전염병으로 갇혀 있느라 집콕 생활을 이어갔으니 아이와 맘껏 놀아준 기억이 없던걸 미쳐 인지하지도 못했던 것 같다.




어제 갑자기 같은 동에 사는 10층, 27층 동생들과 남편 없이 아이들만 데리고 여행 가는 건 어떠냐는 대화를 나누다 말 나온 김에 알아보자 하고 짜인 번개 여행...


너무도 맑은 가평 하늘♡

경기도 가평의 키즈 풀빌라를 세 집에서 비용을 나눠 지불하고 반나절만에 뚝딱 짐을 싸고 차량 분배부터 척척 일사천리로 준비를 했다. 나는 세 집 짐을 싣고 아들 아이랑 둘이 자차로 이동하기로 하고 도착 시간만 약속한 후 느긋하게 출발했다.


2시간가량의 주행길...

나만큼 신이 난 아들은 뒷자리에서 쉴 새 없이 조잘조잘... 수다 삼매경이다. 이렇게 좋은 날은 인생 처음이라며 그 심하던 멀미도 달아나고, 그 좋아하던 탭도 내던진 채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은찬아~ 저 앞에 터널 보이지? 터널을 지날 때마다 우리 신나게 소리 질러볼까? 아~~~~~하고 누가 더 크고 길게 소리 지르나 해보자."

"아~~~~~~~~~~~~~"

아이의 폐활량이 나보다 월등히 좋았다.

갑자기 [해방 타운] 방송이 생각났다.

남편과 아이들을 두고 홀로 떠나는 발걸음에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던 그들의 말이 문득 떠오르며 나도 오늘 그들과 비슷한 해방감과 설렘이 느껴졌었다.


"엄마~ 기분이 좋으니까 멀미가 안 나네? 이제 더 멀리도 여행할 수 있겠어."

정말 신이 났나 보다. 내심 저리 좋아하는데 자주 못 놀아준 것도 미안하고 가끔 남편과 입시생 누나를 좀 버려두고라도 어린 아들과 시간을 보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착하니 너무나 이쁜 키즈 펜션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온 집이 키즈카페로 꾸며져 있고 집 안에 5명의 아이들과 어른 여자 셋이 함께 놀기에 넉넉한 수영장도 있고, 방 3개에 낮은 침대 두 개씩... 뭐 하나 부족함 없는 꿈의 집(아들의 표현)이 펼쳐졌다.


아이들은 신나게 놀이터에서 흠씬 놀고 물놀이를 시작했다. 따뜻한 온수에 우리 아이들만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세 시간 흠씬 놀고 샤워를 마친 아이들에게 자장면을 만들어주고 간식도 주고 여자 셋은 떡볶이와 어묵탕, 시원한 맥주로 요기를 했다. 집 안에서 노는 게 답답했는지 아이들은 밖에 나가자고 하고 우리들은 준비해 온 비눗방울 세트를 챙겨 마당에 나갔다. 지칠 줄 모르는 아이들은 뭘 해도 신이 났다.


아들이 띄워 올린 하늘 향해 날아오른 커다란 비눗방울


바깥놀이 후 집으로 들어오는데 아들아이가 다가와 꼭~ 안아주더니,

"엄마~ 너무너무 고마워. 이렇게 재밌을 줄 몰랐어. 엄마가 나랑 같이 여행해줘서 정말 고마워~"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을 일인데 심성 고운 아이는 이 모든 일이 감사했나 보다. 뒤돌아 다시 와서 고맙다 말하고, 놀다 말고 다가와서 뽀뽀해주고,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표현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아들아이가 이쁘면서도 미안했다. 지난 시절... 좀 더 많이 놀아주고 추억을 쌓아줄걸... 아이의 어린 날은 너무나 빨리 지나간다...

"동글아~ 고마워해 줘서 엄마가 더 고마워. 엄마가 더 자주 같이 여행해주고 놀아줄게~ 사랑해~"


저녁 10시가 다 되어 잠자리를 준비하며,

"동글아~ 친구가 아니고 동생들이랑 와서 아기들 돌봐주느라 힘들지는 않았어?"

"아니~ 괜찮았어. 나 아기 잘 돌보잖아. 같이 놀아주는 것도 재밌었어."

"엄마랑 둘이만 왔으면 어땠을 것 같아?"

"엄마~ 난 엄마랑 둘이만 왔어도 재밌었을 것 같아. 같이 얘기도 많이 하고 쉬고 산책하고 그랬어도 행복했을 거야."




크는 동안 떼를 쓴 적도 없던 아이

집콕이 일상이어도 집에서 노는 것도 재밌다고 얘기해 주는 아이

편식도 안 하고 차려주는 대로 잘 먹는 아이

세상 누구도 아군인 아이

여자 남자 성별 구분 없이 잘 놀고

동생도 형, 누나도 상관없이 어울리고

낯가림 없이 누구와도 잘 지내준 아이

저녁이 되면 잠자리 맡에서

하루 일과를 얘기하며 좋았던 일, 미안했던 일을 되새기고 위로와 사과를 하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아이가

오늘은 엄마와 둘만의 시간을 가져줌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곁에서 잠을 청했다.




쌕쌕 숨소리가 오늘 잘 놀았구나 흐뭇하게 들려오고, 저를 위해 엄마가 비싼 집을 빌렸을까 걱정하면서도

"엄마~ 이 집 지은 사람은 좋은 사람인 것 같아. 이렇게 재밌는 집을 우리에게 빌려줬잖아."


제 앞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감사하고 오롯이 행복해하는 아이에게서 오늘도 배웠다. 일상의 시간들이 아무 일 없이 평화롭게 지나가는 것이 얼마나 큰 감사이고 행복인데 그 귀한 감정을 잊고 지나고 있구나... 생각하며 오늘은 어제보다 더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을 느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가 제일 좋아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