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준비를 하는데 10살 동글이와 남편이 식탁에 앉아 카드게임을 시작했다. 하하 깔깔 1시간 여를 재미있게 놀다가 시들해졌는지 정리를 하더니 뒤돌아 선 동글이... 시크하게 아빠 앞 식탁 위에 천 원짜리 한 장을 슬그머니 놓으며
"용돈이얍!" 한다...
"이건 왜 줘?" 하니 동글이는
"나랑 같이 놀아줘서 너무 고맙잖아. 그래서 주는 거야..."
아들에게 받은 용돈 *^^*
별생각 없이 같이 놀아줬을 뿐인데, 함께 놀아 준 아빠에게 고마워하는 동글이의 마음이 따뜻하고 예쁘다... 쌈짓돈 아깝지 않게 내밀만큼 맘 좋은 동글이와 그 마음이 고마워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이 아침이 감사하다.
동글이 함께하는 이렇게 따뜻한 일상은 가끔 일어난다.
며칠 전 학교에서 돌아온 동글이가
"엄마, 나 내일 학교 갈 때 3천 원만 가져가면 안 돼?"
"3천 원이 왜 필요한데?"
"응~ 나 매일 승주하고 지훈이랑 같이 걸어오잖아. 내 친구들한테 컵볶이를 사주고 싶어."
"친구들한테 왜 컵볶이를 사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
"응~ 걔네들이 학교 끝나고 그냥 가도 되잖아. 근데 매일 나랑 같이 걸어와줘서 너무 고마워. 오늘도 내가 급식을 늦게 먹어서 늦었는데 걔네들이 교문에서 기다려준 거야.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났었어. 그래서 컵볶이를 사주고 싶은 거야"
난 작은 지갑에 3천 원을 넣어 동글이의 책가방에 넣어 주었다. 작은 것에 감사하고, 친구가 생김에 감사한 마음을 보이는 물질로라도 전하고 싶은 어린 동글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뭉클한 감정이 솓아 올랐다.
어쩌면 자식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뒤돌아 서면 그저 그들이 스스로 잘 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좀 더 먼저 살아온 연륜을 무기 삼아 이정표가 되어주려는 마음은 부모라는 무기를 든 나의 욕심이 아닐까 싶다.
자식은 저절로 크고 나는 엄마라는 이름표를 달고 그저 어긋나지 않은 길로 잘 걸어가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뿐 아이들은 저마다의 재능으로 제게 더 소중하고 절실한 자기 삶을 잘 살아간다.
10살 동글이를 통해 나의 주변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나를 아껴주고 기억해주고 심심찮게 안부를 물어주는 친구들에게 얼마만큼의 고마움을 전하고 살고 있을까? 순수한 아이의 눈높이로 본 세상은 컴컴한 내 마음 때문에 어두웠던 것이지 눈동자를 바꾸면 아이가 보는 세상이나 내가 보는 세상이나 매한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