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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Aug 14. 2021

장수풍뎅이 키우기

이러다 풍뎅이로 밥벌이하게 되는 건 아닐까?

풍돌이 풍순이가 동글이의 집으로 이사 온 지 2달이 되어가네요. 이사 온 첫날부터 찐한 사랑을 나누던 풍돌이 풍순이는 끊임없이 알을 낳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분갈이하듯 흙(발효톱밥)을 털어 단단해진 흙을 부숴주면 그 속에 알이 나와요. 알이 부화해서 애벌레가 나오면 풍뎅이가 먹기도 하니까 알을 따로 분리해서 아기집을 만들어주었죠. 다른 집들은 알이 말라서 애벌레가 태어나는 걸 보기 어렵다던데... 아무래도 제가 키우는 재주가 있나 봐요.


첫째 앵글이가 어릴 때는 열대어 중에서 수마트라를 키웠었는데, 보통 수마트라의 수명이 2년 6개월 ~ 3년 정도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집 수마트라는 5년이 넘도록 살았죠. 그러다 멀리 이사를 하게 돼서 친구 집에 보냈으니 그 후 얼마큼 더 살았는지는 알 수가 없네요. 학교에서 받아 온 달팽이는 엄지손톱 만한 크기였는데 주먹만큼 자라서 둘째 유치원 교실에 관찰하도록 보냈었어요.


참. 아이들 애칭이 설명을 먼저 드릴게요.

첫째는 앵글이 : 앵글이 버드, 삐약이, 병아리... 첫째 친구들이 첫째를 부르는 애칭이에요. 그래서 앵글이고요.

둘째는 동글이 : 성격이 동글동글하고 늘 벙실벙실 잘 웃는 성격이라 동글이예요.


시국이 길어지면서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하는 동글이에게 강아지를 키울 수가 없는 이유를 설명해주었어요.


"동글아, 강아지를 키우는 것은 좀 신중할 필요가 있어. 강아지도 생명이니까 새끼 강아지일 때부터 평균 13~18년 정도 산다고 해. 그동안 강아지도 사람처럼 다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할 거고, 죽음이 다가올 때는 치매에도 걸리고 암에도 걸려. 작은 할머니네 강아지는 올해 14살인데 디스크가 심해져서 수술을 했어. 수술비가 600만 원이 들었다고 하더라. 금화 할머니네 강아지는 6개월 동안 치매를 앓다가 하늘나라로 갔어. 엄마는 강아지를 끝까지 책임지고 잘 키울 자신이 없어."


솔직하게 엄마 마음을 동글이에게 설명을 해 주었어요. 엄마의 천식과 동글이의 아토피 때문에도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에 고민이 되기도 했지만 생명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책임지고 살펴 줄 여유가 없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싶었거든요.


"동글아, 할아버지 농장에 가면 닭도 있고 진돗개도 있잖아. 가끔 놀러 가서 보기로 하자."

"그럼, 난 장수풍뎅이를 키우고 싶어."

"장수풍뎅이? 엄마, 곤충 싫은데..."

"친구들 집에 장수풍뎅이랑 사슴벌레 많이 키운단 말이야. 유안이가 장수풍뎅이 알을 주기로 했는데 말라버렸대. 엄마가 나도 장수풍뎅이 키우게 해 줘."




풍뎅이까지 거절하기는 좀 미안했죠. 그래서 장수풍뎅이 한 쌍을 데려왔어요. 풍뎅이 맞이를 위한 준비물도 상당히 많더라고요.


사육통, 발효톱밥, 먹이, 먹이 그릇, 놀이목


장수풍뎅이를 키우는데도 정성이 필요해요. 생명이니까요. 장수풍뎅이는 야행성이라서 낮에는 계속 잠을 자요. 온 식구가 잠이 들고 집이 조용해지면 그때 나와서 활동을 하죠. 푸드덕푸드덕 날아다니기도 하고 교미를 하기도 해요. 유난히 시끄러운 날은 교미를 하는 날인 것 같아요. 며칠이 지나 암컷 풍순이가 하루 종일 먹이를 먹을 때가 있어요. 그런 날은 전날 저녁 알을 낳은 것 같아요. 알을 낳고 보충을 하기 위해 종일 먹이를 먹는 거죠.


풍순이 풍돌이는 참나무 톱밥 속에서 살아요. 톱밥에 풍뎅이에게 좋은 영양소를 섞어서 발효시킨 사료 톱밥을 사서 사육장을 채워주면 톱밥을 먹기도 하고 먹이 젤리를 먹기도 해요. 톱밥이 마르면 풍뎅이의 발이 부러질 수도 있기 때문에 매일 저녁 먹이 젤리를 갈아주고, 스프레이로 물을 뿌려 톱밥이 마르지 않게 유지해 줘야 해요. 너무 물을 많이 뿌리면 톱밥에 곰팡이가 생길 수가 있어요. 그래서 적당히 수분을 유지해주고 일주일에 한 번씩 통을 비우고 톱밥을 정리해 줬어요.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기존의 톱밥과 새 톱밥을 섞어서 바꿔주는 날이에요.


풍뎅이 한 쌍이 집에 온 한 달은 알만 낳아서 흙을 바꿔주는 것이 어렵지 않았어요. 한 달이 지나니 알이 부화돼서 애벌레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하나둘씩 애벌레가 부화되더니... 아풀싸~ 모두 애벌레로 부화가 된 거예요. 이를 어째요... 분양을 해야 할까 봐요...


동글이 집으로 이사 온 첫 날 합방을 했어요.


밤이 되면 짝을 이루는 풍돌이 풍순이 때문에 동글이의 집 거실은 밤마다 소란해요.



톱밥을 바꿔주려고 사육장을 엎어서 애벌레를 옮겨주고 있어요.


원래는 샤프심 굵기의 1cm도 안 되는 작은 애벌레였는데 저렇게 통통해졌네요.

2령에서 3령으로 가는 중간 단계 정도로 보여요.


애벌레가 8cm까지 자란다고 하니 2~3주가 지나기 전에 분양을 해서 나눠주야겠어요.


엄청 자랐죠? 50마리 정도 부화되서 자라고 있어요.


우리 집 남자 어른은 쥐며느리 한 마리만 봐도 의자 위로 올라갈 정도로 벌레를 싫어해요. 초파리 한 마리만 날아와도 에프킬라를 한 통 다 쓸 요량으로 뿌리는 걸 보면 싫어하는 단계를 넘어 무서워하는 것 같아요. 저도 싫어하긴 하지만 동글이가 키우고 싶어 하니 꾹 참고 키워내고 있어요. ㅠ.ㅠ 동글이의 손바닥에 애벌레 한 마리를 올려주었어요. 너무나 좋아하는 동글이... 감탄을 연발하네요...

"아빠~ 누나~ 좀 와서 봐~ 엄청 신기해... 엄청 많이 자랐거든?"

소리소리 질러도 아빠와 누나는 오지 않아요. 꿈에 나올까 무섭다네요. 어쩌겠어요. 제가 홀로 외로이 키워낼밖에요...


새 흙으로 단장해서 반쯤 흙을 넣고 애벌레를 넣어줬어요.


새로 섞은 톱밥을 사육장 반 정도 채우고 분리 해 두었던 애벌레를 넣어줬어요. 서로 흙속으로 들어가겠다고 꿈틀거리는 애벌레가 보이시나요? 그 위에 흙을 넣고 새로 낳은 알을 올린 후 다시 흙을 덮어주었어요.


하얗게 쌀알처럼 보이는 것이 알이예요. 위쪽에 다시 흙을 얹고 주변을 정리해 주면 오늘의 애벌레 사육장 정리 완료.


하얗게 쌀알처럼 보이는 것이 알이에요. 부화되기 직전의 모습이죠. 처음 갓 낳은 알은 동그랗고 새 하얗죠. 일주일쯤 지나면 쌀알처럼 길쭉해지고 달걀 모양처럼 부풀어요. 그리고 애벌레가 태어나죠. 위쪽에 다시 흙을 얹고 주변을 정리해 주면 오늘의 애벌레 사육장 정리 완료.


먹이 그릇에 젤리를 넣어주고 놀이 목도 넣었어요. 풍뎅이 한 쌍은 땅 속에 있어요.


놀이목은 풍뎅이가 뒤집어졌을 때 붙들고 일어서도록 도와줘요. 풍뎅이는 뒤집어지면 스스로 일어나지 못해서 죽기도 하거든요. 키워보니 암컷은 제법 혼자서도 잘 일어나는데 수컷은 잘 못 일어나요. 곤충도 수컷 유연성이 암컷에 비해 떨어지는 것 같네요. 성충의 사육장은 뚜껑이 봉긋해요. 날아다닐 공간을 주기 위해서죠. 나란히 두 통 가득 기존 톱밥과 새 톱밥을 섞어서 채워주었어요.


톱밥을 갈아줄 때 새것으로 싹~ 갈아주면 깨끗해서 좋을 것 같지만 기존 톱밥에 소화를 도와주는 균이 있는데 그것까지 없어지면 적응하기 힘들어서 좋지 않아요. 또, 발효 톱밥에는 가스가 생기거나 나쁜 균이 생길 수도 있어서 새로 산 톱밥은 적어도 2~3일 이상 봉투를 열어 가스를 빼주어야 해요. 가스가 발생하면 톱밥 온도가 올라가서 애벌레가 살기 어렵거든요.


집에서 장수풍뎅이를 저~만큼 키워내는 것을 보면 풍뎅이 키우는 재능이 있는 게 아닐까... 싶네요. 오늘은 풍뎅이 집 정리하는데 에너지를 너무 써서 꿈에서도 만날 것 같아요. 혹시 풍뎅이 키우는데 궁금한 점이 있는 분은 댓글 주시면 제가 아는 만큼 가르쳐드릴게요.


참... 풍뎅이를 추천하시며 수명이 5~6개월 정도라며, 별로 손이 안 간다고 해 주셨던 점주님... 저는 어쩌면 좋을까요? 성충만 생각하고 6개월이라고 하시면 어쩌나요... 애벌레가 60마리 정도 현재 자라고 있고, 성충이  알을 10~20개 정도 낳고 있는데요... ㅠ.ㅠ


오늘은 장수풍뎅이 기르기에 대한 내용으로 소개드려 보았어요. 어려운 일은 아닌데, 애벌레를 이뻐하는 편은 아니라서 조금 마음고생이 되기는 하지만 풍돌이 풍순이도 생명인지라 싫다고 하면서도 온 식구가 아침에 일어나면 사육통을 들여다보고, 오다가다 계속 들여다보며 한 마디씩 한답니다. 집에 생명이 있는 무언가가 자라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아침, 저녁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에어컨이 살짝 필요한 8월이네요. 벌써 중반이 지나가고 아이들의 개학이 눈앞에 있어요. 우리 집 앵글이는 개학을 했고, 동글이의 개학만 남아있네요. 코시국이라 모두 모두 조금 힘든 2020년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 집은 나름 재미난 것들을 찾아가며 잘 지내봅니다.


행복한 연휴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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