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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Dec 31. 2021

우리 엄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랑합니다... *^^*

동글이가 다니는 미술학원 선생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동글이 어머니, 안녕하세요."

"네, 선생님. 안녕하셨어요?"

"올 한 해가 지나고 있어서 방학 안내도 드리고, 내년 수업 방향에 대해서 말씀 나누려고 전화드렸어요"

"네."


한 참을 이야기 나눈 후 제가,


"동글이가 오늘 엄마를 그려왔더라고요. 펼쳐지는 그림으로 그려왔길래 열어보려고 하니 절대 못 열게 해서 한쪽에 두었다가 열어보니... ㅎㅎㅎ"

"아~ 그 그림이요? ㅎㅎ"

"제가 동글이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나 보네요."

"아니에요, 어머니. 동글이에게 엄마에게 가장 많이 듣는 잔소리를 적으라고 했더니 없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친구들은 엄청 많이 적어서 그림을 집으로 안 가져가겠다는 친구들이 많았거든요. 학원에 전시 해 두고 엄마에게는 보여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그래요?"

"그런데 동글이는 못쓰고 있길래, 쓸 말이 없니? 물으니... 우리 엄마는 잔소리 안 하시는데요?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래도 생각을 해보라고 했더니 두 가지를 적은 거예요."

"그랬군요... ㅎㅎ 상처받을 뻔했어요."

"그림을 안 가져가겠다는 아이들이 많아서 동글이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가지고 가고 싶다고 해서 보냈습니다."

"네... 펼쳐보고 한 참을 웃었거든요. 잘 지도해 주셔서 감사해요. 선생님."


선생님과의 통화를 마치고 그림을 한 참 들여다봤습니다. 제법 잘 그렸고, 표현도 잘했네요.


동글이의 펼쳐지는 그림




일주일이 지난 후,

동글이가 담임 선생님께 편지를 쓰겠다며 종이를 달라고 한 일이 사건의 발단입니다. 정성스레 그림을 그리고 편지를 쓴 후, 가방에 고이고이 담은 동글이의 그림을 보고 고슴도치 엄마인 저는 물개 박수를 치며 칭찬을 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너무 잘 그린 그림이었거든요.



저녁이 되고, 남편의 퇴근 후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다가가는데 냉장고 옆에 붙여 둔 동글이의 그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헉~"

"왜?"

"저 그림 좀 봐."

"무슨?"

"동글이가 엄마를 그린 그림 말이야."

"왜?"

"눈 좀 봐봐."

"눈? ㅋㅋㅋㅋㅋ 왜~ 당신이랑 똑 같이 생겼는데..."


"저게 나랑 똑같다고?"

"아니야?"

"아니지."

"동글이한테 잔소리할 때 딱! 저 표정이야."

"정말?"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오늘 동글이가 담임 선생님을 그렸는데, 그 그림 하고, 이 그림하고 같이 보니까 갑자기 화가 나네?"

"어떻게 그렸는데그래?"



"선생님 그림에서 선생님은 웃는 눈인데, 내 눈은 쪽 째진 눈이잖아. 그림만 봐도 무섭네."

"당신이 동글이한테 잔소리할 때 진짜 눈이 저렇다니까?"

"이 녀석!... 흠..."




동글이는 선생님이 엄마의 화난 표정을 그리라고 해서 그렸다고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마음이 풀리진 않습니다. 진심으로 반성이 되는 두 장의 그림이었거든요. 아이가 느끼는 감정은 솔직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일 년 동안 30명의 아이들을 안아주고 품어주시며 방긋 웃고 계셨나 봅니다. 


코로나 이후 게임을 많이 하게 된 동글이에게 "게임 그만!" 소리를 하루에 열 번은 하는 것 같습니다. 온라인 클래스라서 줌 수업이 마쳐지면 "오늘 숙제 다 하고 놀아"라고 매일 이야기했었죠. 그게 어디 제 탓인가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좋은 말, 예쁜 표정으로 했을 리가 없습니다. 반성을 하자니 억울하고, 안 하자니 미안하네요. 


2021년의 마지막 날!

민감한 앵글이에게는 잔소리 없는 엄마로 18년을 잘 살아놓고, 상대적으로 서글서글 순둥순둥 한 동글이에게는 꽥꽥이 엄마로 살아낸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2022년에는 좀 더 부드럽고 너그러운 엄마로 살아줘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반성할 줄 아는 로운입니다.











덧붙이는 말.


2021년 6월부터 브런치와 함께 행복했습니다. 수술과 입원, 재활로 잠시 쉬고 있는 함께 쓰는 매거진이 가슴에 숙제처럼 남아있고, 브런치를 시작하며 매일 글쓰기를 했었는데 요즘은 건너뛰기도 합니다. 그래도 6개월의 시간 동안 302편의 글을 썼고, 오늘의 글이 303편의 글이 되겠네요.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것임에도 많이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셔서 힘이 되었고 외롭지 않았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2년에는 더 밝고 건강한 글을 쓰고, 재미있고 휴식이 되는 글을 쓰기 위해 한 걸음 나아가 보겠습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랑합니다... *^^*


(2022년에는 제가 구독하는 작가님들의 글을 소개하고 나누는 글을 써 보려 합니다. 2021년을 마무리하며 브런치 북 감상문을 통해 작가님들의 글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출간 서적을 중심으로 썼던 서평을 브런치 북으로 바꿨을 뿐인데 마음에 온기가 가득 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미 300명 이상의 구독자가 벗이 되어 주신 작가님들은 제 구독 명단에서 잠시 접어두었습니다. 알림에 쌓이는 글들이 너무 많아 스치듯 읽게 되어 놓치는 글이 있었습니다. 100명 이하의 구독자 글벗을 두신 분들 먼저 마음을 다해 글을 읽어보려 합니다. 혹시 명단에서 사라져 마음에 섭섭함이 계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명단에 없어도 글밭에는 찾아가 발도장 꾹꾹 남겨드리겠습니다. 함께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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