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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Jul 15. 2021

소소한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

집콕이라도 괜찮아

살다 보면          -차지연


혼자라 슬퍼하진 않아
돌아가신 엄마 말하길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
그 말 무슨 뜻인지 몰라도
기분이 좋아지는 주문 같아
너도 해봐 눈을 감고 중얼거려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

눈을 감고 바람을 느껴봐
엄마가 쓰다듬던 손길이야
멀리 보고 소리를 질러봐
아픈 내 마음 멀리 날아가네
소리는 함께 놀던 놀이
돌아가신 엄마 소리는
너도 해봐 눈을 감고 소릴 질러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

눈을 감고 바람을 느껴봐
엄마가 쓰다듬던 손길이야
멀리 보고 소리를 질러봐
아픈 내 마음 멀리 날아가네


살다 보면 정말 살아질까요?


코로나로 확진자가 폭증하고

백신을 맞겠다고 예약자가 몰려 서버는 다운되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어 연일 30도가 넘고

아이들은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집콕 생활...

주부의 노동 시간이 길어져 병원에 가면 어깨, 허리, 무릎, 손목 치료받느라 인산인해를 이루는...


여러분~ 살만하신가요?


가족들 먹거리 포장하러 식당에 가도 만원,

제주도 예약 폭주로 만원,

캠핑장도 만원,

어딜 가나 만원인데 왜 나는 집콕이지?

억울하진 않으신가요?




오늘 제가 사는 아파트 전기 증설 공사로 6시간 정전 알림이 와서 같은 동 사람들이 12시~6시까지 어디론가 피난을 가야 합니다. 작년 7월 지하 3층에서 전기사용 과부하로 불이 났었죠. 복구공사를 했지만 해마다 전기 사용량이 늘어 증설하는 정도로 안돼서 올 해는 교체공사를 하는 모양입니다.


공지는 3일 전에 승강기에 부착되었죠.

"굳이 복 더위에 시원한 계절 다 두고 거리두기 4단계로 집합 시설을 이용할 수도 없는데 도대체 어쩌란 말이야!"

인근에 사는 사촌 집에 양해를 구하고 가 있을 만한 안전한 장소를 구하고서야 마음이 놓였죠.


승강기까지 멈춘다고 안내방송이 나오고 아이 둘이 하루를 보낼 것들을 챙겨 피난 가듯 집에서 나왔죠. 층층이 서는 승강기에 사람들이 탈 때마다 서로를 마주하는 표정이 익살맞습니다. 바리바리 싸들고 나온 짐들을 들고 선 모습과 서로 같은 처지인 동질감에 짜증이 잔뜩 나있던 좀 전 상황을 뒤로하고 서로 피식~ 웃음이 나왔어요.


정전으로 불편한 것보다 냉장고가 멈추는 게 더 속상했어요. 생각 없이 채워 둔 아이스크림과 수박, 고기... 다 녹겠구나... 냉장고 정리를 해야겠구나... 아깝기도 하고 일거리가 생긴 것도 귀찮았죠. 그래도 살다 보면 살아지겠죠. 별 일 아니니까요...





연일 집콕 생활로 심심해하는 아이들에게 새 가족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지난주 장수풍뎅이 한 쌍을 입양했어요.

집에 온 첫 날 교미를 해서 온 식구가 당황했어요


장수풍뎅이는 발효 톱밥 안에서 사는데 24~26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합니다. 정전이 되어 톱밥 온도가 올라가면 어쩌냐고 아이들이 걱정해서  풍뎅이 집 주변으로 휴대용 선풍기 세 대를 장착해 주었어요. 우리 집 상전이 된 장수풍뎅이죠. 시원하게 잘 있겠죠?

선풍기 장착한 풍뎅이 집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하는데 거절했더니 풍뎅이 가족이라도 키우게 해달라고 졸라서 맞이한 새 가족인데 살아있는 것들은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손이 많이 가고 애정을 쏟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곤충이라면 질겁을 하는 남편도 오다가다 들여다보는 것을 보면 말이에요.


아주 작은 것에도 기쁨과 감사가 있고, 소소한 일상에서도 행복을 느껴가는 것이 삶이겠죠.


살다 보면 살아지는 것 같습니다.

  










사진 :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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