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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Jun 29. 2021

치아금 2개 팔았더니 58,000원 주더라.

오래 묵혀서 좋을 건 된장뿐이다.

오래 묵혀서 좋을 건 된장뿐이다.


몇 개월 전부터 오른쪽 상악 끝 치아가 욱신거리다가 시간이 지나니 치아가 잇몸에서 돌출되어 내려앉은 느낌이 나더니 교정치료받을 때처럼 조임 현상이 나타났다. 망치로 때리는 듯한 묵직한 욱신거림이 처음에는 음식물을 씹을 때만 그러다가 차츰 저작 행위와 상관없이 24시간 계속됐다.


치아에 문제가 생기면 늘 일이 커진다. 치과에만 가면 대공사가 벌어지고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그런 줄 알면서도 치과는 친해지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견디다 견디다 도저히 참지 못할 지경에 병원을 찾게 되고, 역시나 많은 비용이 발생된다. 오늘도 그랬다.


20살이 될 때부터 부실한 치아가 늘 말썽이었다. 근 30년째 치과를 밥 먹듯(까지는 아니지만) 다니는 데도 좀체 친해지지 않는다. 오래도록 치과를 들락거리다 보니 증상만 봐도 반 의사가 다 됐다. 오늘 증상을 보니 최악의 경우 발치를 하겠구나... 감이 왔다. 홀로 결론을 내놓고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나쁘다고 생각하니 부드러운 죽을 먹으면서도 통증이 거세게 느껴졌고 왠지 반대쪽 치아도 안 좋은 것 같았다. 홀로 걱정거리를 부러 만들어가며 저승길 가는 사람 마냥 치과로 향했다...


치과 의자에 앉아 선생님을 기다리는데 진땀이 났다.

'혹시 나 엄살 부리는 건가??'

기다리면서 나잇값 참 못한다 싶어 한심한 생각도 들었다. 호한 마마보다 더 무서운 치과치료다.

10년이 넘도록 다니고 있는 치과 의사 선생님은 나한테 사모님이라고 부르신다. '왜지??'

"사모님, 오늘도 많이 불편해서 오셨어요? 우리 사모님은 치아관리도 참 잘하시는데 이가 참 말썽이네. 그죠?"

"네~ 근데 이렇게 자주 치과에 오는데도 이 의자는 왜 이리 무서울까요?"

"그죠?? 저도 지난번에 치료받느라 거기 앉아봤는데 무섭더라고요. 의사도 그 의자는 불편하고 무섭습니다."

하하하...

의사 선생님... 환자 마음 공감도 잘해 주시고 참 친절도 하시지...

"사모님, 위의 치아라 마취할 때 참 많이 불편하고 아플 겁니다. 마취연고를 발라도 입 천정은 많이 불편감이 느껴지거든요..."


치료가 시작됐고 역시나 대공사가 벌어졌다. 10년이 넘은 보철물 안 치아에 금이 간 것 같다고 하셨다. 보철을 떼어내고 최대한 치료해보겠지만 예후가 좋은 경우가 드물어서 발치를 하고 임플란트를 하게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럼 그렇지... 참 비싼 몸뚱이를 가졌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꿈지럭 만 하면 돈 덩어리다. 쳇!! 나이 들수록 더 왜 이리 부실해지는지...


기존 보철물이 금니로 되어있어서 떼어내고 치료를 받았다. 간호사가 떼어낸 보철을 가져가겠느냐고 묻기에

"가져가도 돼요?"

"네~ 확인서 하나 작성하시고 받아가시면 됩니다."

헉~ 그동안 그 많은 치료를 하면서 한 번도 받아가지 않았던 게 갑자기 아쉽고 억울했다.




2개의 보철물을 손에 들고 치과 문을 나서서 1층에 있는 금 거래소에 갔다.

"저~ 혹시 금니 받나요?"

"그럼요? 이리 줘 보세요. 병원에서 소독을 깨끗하게 잘해서 주셨네요. 달아보면 얼마 안 나옵니다."

핀셋으로 꺼내어 저울에 달더니 계산기를 무심히 툭툭 두드린다.

"58,000원 나왔네요. 어떻게... 파시겠어요?"

"보철을 할 때는 4~50만 원씩 줬는데 참 얼마 안 나오네요. 그죠?"

"그렇죠 뭐~ 저는 58,000원 드릴 테니 나머지 비용은 치과 가서 받으세요~"

웃음기 많은 사장님은 아쉬워하는 내 표정을 보더니 농담을 던져본다.

"팔고 갈게요. 주세요."


팔아버린 치아 2개에 거의 백만 원 비용을 줬었고, 오늘 치료비로 그만큼 지불했는데 떼어낸 보철 값은 58,000원. 하하하... 그래도 그동안 몰라서 치과에 둬버렸던 보철은 그 값도 못 받았으니 오늘은 공돈이 생긴 셈이다. 그렇게 난 오늘도 생활비의 절반을 치과에 내주었다.




치료를 마치고 시간을 보니 큰아이 하교시간과 거의 맞물렸다. 깜짝 이벤트로 딸아이 마중이나 가자 싶었다. 딸아이에게 엄마가 마중 왔노라고 문자를 남겨두고 학교 주변에 차를 대고 하교하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며,

'공돈 생겼는데 뭘 할까?'

아이들 좋아하는 횟감 포장해서 '걸판지게 저녁이나 먹자!'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엄마~ 왜? 갑자기 왜 데리러 왔어?"

"치과 갔다가 끝날 시간 됐길래 기다렸지. 근데 우리 회 포장해서 먹을까?"

"나야 정말 좋지."

단골집에 포장 주문을 해 두고 픽업하러 가다가

"근데, 딸~ 이게 무슨 돈으로 사 먹는 건지 알아?"

"왜? 엄마 돈 벌었어?"

"응~ 이 팔았어..."

"엥? 그게 무슨 소리야?"

"치과 치료받는데 보철 떼어낸 거 팔았더니 58,000원 주더라? 그걸로 맛있는 거 사 먹으려고..."

"뭐야~ 머리카락 팔아서 생활비 보태고... 뭐 그런 거랑 비슷한 거 같은데?"

하하하...

딸아이에게 포장된 거 계산하고 들고 오라 시키고 건물 한 바퀴 돌아오니 아이가 나와있었다.

"얼마였어?"

"응, 89,000원"

"헉~ 이 판돈으로 어림도 없었네... 오늘도 먹는 거로 사치하는구나..."


눈물겨운(?) 공돈으로 포장한 횟감 들고 집에 와서 네 식구 배부르게 먹었다. 맛있었다.


오늘도 잘 살았다.






사진 :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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