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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Jun 28. 2021

아슬아슬 청소년

괜찮다는 한 마디만 했었더라도...

스스로 떠날 길을 찾아가는 어린 그들의 마지막은 어땠을까?


외로웠겠지...

두려웠겠지...

혼자라고 느꼈겠지...

끝이라고...


이제 더는 힘들지 않아도 된다고

이 선택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을까?


오늘 하루

나는

아팠다...



2014년 4월 16일

300여 명의 어린 생명이 바다 깊이 가라앉을 때 난 사고 현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살았다. 많은 계획을 세우고 부산으로 1박 2일 대장정의 이사를 한 다음 날 사고가 났다. 낯선 도시에 미처 적응할 시간도 없이 암흑 같은 도시를 맞이했다.


11살, 25개월의 남매와 함께 맞은 낯선 도시의 첫인상은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캄캄한 암흑 그 자체였다.


서울에서 지인들로부터 안부 전화가 빗발쳤고 연일 뉴스는 더 아픈 사연을 찾느라 분주했다. 정작 몫 전에서 현실과 마주한 나는 감히 슬프다는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지금도 감히 그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입에 담지 못한다. 4월이 되면 이슈 몰이하듯 사건을 들먹이는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아프다 못해 화가 난다. 쉽게 입에 올릴 사고가 아니기에 자신들의 정치색을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로 감히 사용하는 이들에게 분노한다.



지난 4월에도 아까운 생명이 이슬이 되었고,

오늘...

또 하나의 아까운 생명이 곁을 떠났다.


아이들이 아프다...

그래서

나도...

아팠다.




몇 주 전 [유 퀴즈]에서 수능 만점으로 의대를 진학한 아이들의 인터뷰를 보았다. 2주에 한 번씩 시험을 보고 시험 볼 때마다 3,000장의 인쇄물을 암기해야 된다고 했다. 2분에 한 장 씩 하루 300장을 암기해야 하는 본과 과정을 이야기하는 청년이 된 아이들...


자식을 의대에는 못 보내겠다 싶었다. 12년 더하기 최소 10년 이상을 끊임없이 공부와 자신과 싸우며 경쟁 속에 살아야 하는 아이들의 삶이, 그 무게가 힘겹게 느껴졌다.




오늘 보낸 아이는

서점에서 책을 사고 교통카드 충전하는 것이 마지막 쇼핑이 되었다. 입시 준비를 하는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의 속을 들여다보게 됐다.


3학년 1학기 중간고사 결과가 나왔을 테고, 결과를 놓고 면담도 했을 거다. 6월 모의고사를 보고 성적표가 배부됐을 시점이다. 시험이 하나씩 치러지고 자신의 입지를 들여다보며 대학의 순위를 메겨봤을 아이가 눈에 선하다. 하굣길 아이는 더 열심히 해보려고 문제집을 잔뜩 샀겠지...


실오라기 같은 희망마저 허망하도록

부정하고 싶은 그 선택을 아이는 했다. 아니길 바라며 기도했을 아이 부모의 마음을 감히 어떻게 헤아릴까?..... 한마디 말로 할 수 있는 위로가 아니기에 오늘 하루 조용히 슬픈 마음을 다독여 보았다.




 아이를 키우며 기대치를 내려놓는 연습을 한다. 큰아이가 초등 4학년일 때 세월호의 아픔을 지척에서 함께 겪으며 학업을 죽고 사는 문제로 아이가 느끼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손님처럼 다녀가는 자식에게 좀 더 귀한 손님으로 존중하는 엄마로 살아주고 싶었다. 아이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고 미흡한 부분에서 잠시 멈추는 연습을 하고, 묵묵히 기다려주는 엄마로 사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마을 친구들을 만나면 끊임없이 잘하고 있는 건지 스스로의 판단을 의심하게 되고, 내면의 갈등이 생겼다. 자식이 자유함을 느끼도록 키우고 있는 건지 방임으로 키우는 건지 질문하며 살아간다. 아이에게 엄마의 욕심을 드려낼까 봐 끊임없이 내려놓는 연습을 한다.


감정에 솔직한 아이들은 그날의 생각을 가감 없이 표출한다.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자퇴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며 분노하기도 하고, 학생의 입장보다 학교와 제도에 억지스레 끼워 맞춘 입시제도를 비판하며 몇 시간이고 연설을 늘어놓는 딸아이를 키운다.


맞고 틀리고는 없다. 그저 그 시절을 겪어 봤고, 그때 그 불안을 기억하려고 애를 쓴다. 아이가 힘들어할 때 나무라기보다 '그때 나도 그랬지' 한 숨 기다려주는 것 말고 도와줄 방법도 없는 시기이다.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는 부모의 마음으로 안타까운 오늘을 보냈다. 입시를 앞두고 불안했을 아이에게 감히 '살아보니 별거 아니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었을까... 아이들에게 입시는 20 평생 가장 크고 중요하고 힘들지만 꼭 거쳐야 할 거대한 산처럼 부담스러운 과정이다.



이번 주는 전국 대부분 고등학교가 기말고사를 치른다. 시험을 앞둔 딸아이를 위해 아이가 좋아하는 먹거리로 바리바리 냉장고를 채웠다. 지친 기색으로 귀가 한 아이가 냉장고를 열더니 "엄마~ 냉장고에 사치했네? 무지개가 떴어. 완전 선물 받은 기분인걸?" 한다. 다행이다.


시험공부로 몇 주 째 밤을 지새는 아이에게 엄마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맛있는 먹거리를 채우는 것뿐이지만 그렇게라도 마음이 전해져서 감사하다.


오늘도 잘 살았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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