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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Oct 14. 2021

'쇼핑'에 진심이라...

딸이 시험기간에 매일 택배가 도착하도록 하는 이유

쇼핑에 진심인 사촌 동생은 물건을 사는데 거침이 없다. 어릴 때부터 그랬었다. 12살 띠 동갑의 동생은 본인이 하고픈 것을 꼭 하고야 만다. 사고 싶은 것도 마찬가지다. 동생이 대학에 다닐 때 우연히 나는 동생의  근처 유치원에 입사하게 되었다. 가까이에 동생이 있어서 급한 아르바이트가 필요할 때 동생을 불렀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비를 지급했다. 어느 날 동생이 다가와 말했다.


"언니, 나 아르바이트 비용을 다른 것으로 주면 안돼?"

"뭐로 줄까?"

"응... 점을 좀 빼게..."

"점?"

"응... 여기랑 여기랑... 보이지? 이게 거울 볼 때마다 거슬려서..."

"점 빼는데 얼마인데?"

"한 개에 5천 원 정도 할걸?"


눈에 보이는 점은 몇 개 안됐다. 그래서 흔쾌히 OK! 협의 끝! 땅땅땅!!!

동생의 계산이 눈에 안 보이는 언니였다. 함께 근처 피부과에 들렀다. 15만 원이 나왔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숨겨진 작은 점들이 많다고 했다. 결국 5만 원의 아르바이트 비용이 15만 원으로 순식간에 둔갑했다. 원하는 것을 밉지 않게 요구하는 동생에게 가끔이지만 자주, 나이 많은 언니는 주머니를 털리며 허허 웃으며 지냈다.




내가 사는 동네로 동생이 결혼 후 이사를 왔다. 일부러 같은 동네에서 살자고 약속한 것은 아니지만 어찌하다 보니 한 동네에서 살게 됐다. 나는 동생이 있는 것이 좋고, 동생도 언니가 근처에 있는 것이 좋으니 서로 좋은 일이다. 동생에게 이쁜 아기가 생기고 아이는 무럭무럭 잘 커주고 있다. 그런데 쇼핑에 진심인 동생은 어린 조카의 옷이나 신발, 물건 혹은 아기 가구 등등을 살 때마다 나에게 묻는다. 언니의 눈으로 볼 때는 굳이?라는 생각이 드는 소비를 할 때가 많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진심으로 울컥 잔소리를 늘어놓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앵글이가 한 마디씩 거든다.


"엄마~ 엄마는 아빠한테도 우리한테도 잔소리를 안 하는데 왜 이모한테만 잔소리를 해?"

"내가 그랬나??"

"그리고, 이모도 진짜 이상해. 내가 볼 때는 짜증 날 만도 한데 때때마다 엄마한테 물어보고 야단을 맞아. 그리고 또 물어봐. 진짜 신기해."

"우리가 쫌 그렇지..."

"아니, 잔소리 들을 걸 알면서 왜 자꾸 물어봐?"

"언니니까 물어보지. 그럼 누구한테 물어봐?"

"그러면 잔소리를 하지 말던가... 잔소리를 들으면서 이모는 또 웃어. 진짜 신기해."


한참 크는 아기들은 한 철 입기도 벅찬 옷들을 동생은 브랜드로 제값을 주고 (굳이 백화점에서) 비싸게 주고 산다. 동생이 고른 옷들은 대부분 이쁘다. 아주 많이 이쁜 것들이다. 쇼윈도를 장식 해 두면 시선을 끌만큼 값나가고 폼나는 옷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쁘긴 하지만 실용적이지 않은 옷들이 많다. 그 나이대 엄마들이 좋아하는 브랜드인 것 같다. 레이스로 된,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서 나올법한 디자인의 신축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원피스를 백화점에서 샀다가 조카가 불편하다고 짜증 내며 안 입으면 당근에 팔기도 하고, 소품이나 가구 등을 구입했다가 생각보다 잘 사용하지 않게 되거나 집에 어울리지 않으면 가차 없이 정리한다. 살기 나름이지만 물건 하나 살 때마다 '필요'에 대해서 생각과 생각을 거듭하는 내 시선으로는 이해가 잘 안 된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를 잔소리를 하게 되는 것 같다.




일을 쉬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니 옷을 살 때 편한 옷만 사게 된다. 매장에 가면 제 값 주고 사야 되니 인터넷 쇼핑이나 홈쇼핑으로 묶여있는 옷들을 주로 산다. 그러다 보니 갖춰 입기는 부담되고, 집에서 입는 홈웨어로 나서기는 어색한 자리에 나갈 때마다 입을만한 옷이 없어 영 못마땅하다. 그래서 뉴코아 아웃렛을 가끔 서성일 때가 있다. 한 번은 동생과 함께 아울렛에 갔는데 내가 생각했던 스타일의 티셔츠가 보였다. 가격표를 보니 47,800원이었다. 30,000원 정도면 딱 맞을 것 같은 옷이었는데 내가 생각한 예상치보다 비싸게 느껴졌다. 그래서 매장을 돌고 또 돌았는데 그 옷만 한 것이 없었다.


"언니, 아까 그거 맘에 안 들어?"

"아니, 괜찮았어."

"근데 왜 안 사?"

"내가 생각한 값보다 비싸서..."

"얼마였는데?"

"47,800원"

"아~ 이 언니... 진짜..."

"왜?"

"언니!! 5만 원 이하는 고민하지 말고 그냥 사!!"

"왜 하필 5만 원이야?"

"그 정도는 고민 안 하고 사도 되는 가격이야. 애들이랑 피자 한 번 안 먹으면 되겠구먼..."


내 것을 살 때 '외식한 번 안 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며 샀던 적이 없었다. 동생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럴싸했다. 5만 원 정도 쓴다고 살림살이가 어려워지거나, 5만 원을 안 쓴다고 나아지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망설이게 될까? 싶지만 끝내 나는 안 사고 돌아섰다. 동네 모임에 나가기 위해 티셔츠 한 장을 사려고 5만 원을 쓸 필요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잠깐 모임에 나가기 위해 입을 만한 옷은 옷장 안을 찾아보면 있을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옷은 사지 않고 돌아서 놓고 동글이의 옷을 사기 위해 유아동 매장으로 갔다. 요즘 동글이는 아디다스에 꽂혀있다.


"엄마, 초등학교 3학년 남자들은 아디다스를 제일 멋지다고 생각해!"

"왜?"

"줄이 세 개 그려져 있잖아?"
"응."

"그게 멋있거든. 아디다스는 줄이 꼭 세 개 그려져 있는 것을 사야 돼."

"아디다스 마크가 있는 것은 안돼?"

"응. 까만색 옷에 하얀색 줄이 세 개 그려져 있는 것! 그게 멋져!"

"친구들도 아디다스 많이 입어?"

"응. 엄마! 내가 말했잖아. 초등학교 3학년 남자들은 아디다스가 제일 멋지다고 말했지? 아까 못 들었어?"


아디다스를 멋지다고 말하는 동글이의 옷을 사기 위해 아디다스 매장으로 갔다. 상하복 한 벌, 하얀색 티셔츠와 검은색 티셔츠, 여벌 바지 한 장을 골랐다. 168,000원이 나왔다. 고민도 하지 않고 결제를 했다. 그리고 쇼핑백을 받아 들고 돌아서며 기분이 좋았다. 동글이가 신나 할 것을 생각하니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주차장을 향해 내려오는데 동생이 말했다.




"아효... 울 언니, 나... 참... 진짜..."

"왜?"

"언니 꺼 옷은 5만 원도 안되는데 매장을 몇 번을 돌고도 안 사놓고 동글이꺼는 17만 원이나 주고 사? 정말... 망설이거나 고민도 안 하더라? 다른 옷을 구경도 안 하고 척척 잘도 고르더구먼..."

"내가 그랬나?"

"그랬잖아. 얼마인지 물어보지도 않았거든? 동글이 티셔츠 한 장만 안 샀어도 언니 꺼 티셔츠 살 수 있었거든?"

그랬다. 그 순간 동글이 옷을 고를 때는 집에서부터 그만큼 살 거라고 생각했고, 그 정도 금액이 나올 거라고 예상을 했기 때문에 옷을 고를 때 사이즈만 고려했지 가격은 얼마가 나오든 상관없었다. 필요했고 사려던 분량만큼 샀으니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거창하게 부모의 마음... 뭐 이렇게 생각할 일도 아니었다. 오히려 브랜드를 정해주고, 디자인도 정해줘서 쇼핑하는데 시간을 버리지 않아도 됐고, 당장 입을 옷이 작아져 그 순간 샀어야 교대로 입을 수 있으니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아래층 동생과 장을 보러 나갔다가 동생이 친구와 약속이 있는데 입고 나갈 옷이 없다며 옷 사는 것을 봐달라고 했다. 나는 빈말을 잘 안 하고 불필요한 충동구매도 안 하는 편이라 아래층 동생은 나와 쇼핑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함께 나섰는데 한 벌은 5만 원이 채 안되고 한 벌은 8만 원 정도 되는 티셔츠였다. 이쁘기는 8만 원짜리 옷이 훨씬 이뻤는데 동생의 생각도 5만 원 선에서 고르고 싶었던 모양이다. 마음은 8만 원짜리 옷에 있으면서 5만 원짜리 옷을 보며 망설이기에,


"예찬이가 나한테 그러던데 5만 원 이하는 고민하는 거 아니래!"

"푸하하하... 언니 동생 답네... 그럼 이걸 살까? 언니가 볼 때는 어때?"

"내가 볼 때는 아까 8만 원짜리 티셔츠가 너한테 훨씬 잘 어울려."

"5만 원 이하만 고민하지 말라며... ㅋㅋㅋㅋ"

"그럼, 5만 원은 네가 내고 3만 원은 네 남편한테 내 달라고 해!"

"오~ 이 언니 천잰데?? 그런 아이디어는 진짜 잘 낸단 말이야... 전화해서 물어볼까?"

"물어보면 그냥 사라 고하겠지."

"그러겠지?"


결국 동생은 남편 찬스로 8만 원짜리 티셔츠를 샀다. 그러고는 뿌듯하게 언니와 쇼핑하길 잘했다며 기분 좋게 돌아왔다.





자주 들여다보는 쇼핑앱이 있다. 장바구니에는 내 취향의 옷들이 몇 벌 담겨 있다. 사지 않고 담아놓은 채 계절이 지나갔다. 그래서 다시 긴팔 옷으로 몇 벌 담았다.


우리 뇌는 현실과 상상을 구별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장바구니에 담는 행위만으로도 쇼핑 효과를 볼 수 있다. 사고 싶은 물건을 찾고 골라 장바구니에 담는 그 순간 뇌는 쇼핑을 했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그 물건이 택배박스에 담겨 집 앞에, 내 손에 주어질 때 만큼은 아니더라도 쇼핑을 전혀 하지 않은 것보다는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내가 장바구니에만 담아두는 것은 아니다. 고를 때는 이것저것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서 넣어 두는데 하루 이틀만 더 생각해 보자고 미루다 보면 쇼핑 욕구가 가라앉고 절실함이 사라진다. 그러다 보니 장바구니에는 쌓이고 택배 상자는 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쇼핑을 전혀 안 하는 것은 아니다. 고민을 거듭한 결과 필요하다고 여겨지면 값이 중요하지 않다. 고민할 만큼 했고, '필요하다' 판단이 섰을 때는 과감하다. 그래서 아래층 동생은,


"와~ 언니... 결단력 하나는 진짜 끝내줘! 뭘 하나 사면 신상으로 제일 좋은 걸 사지..."


그렇게 들여놓은 것은, 김치냉장고, 건조기, 식기세척기, 21kg 드럼세탁기였다. 물론 오래돼서 고장이 나거나 조만간 나와 함께 걷는 길에서 멀어질 물건을 정리하고 그 자리를 채운 것이지만 새 물건을 들일 때는 언제나 제일 좋은 것으로 사게 된다. 물론 사면 오래 쓰게 되는데 살 때는 목돈이 나간다.


"언니, 5만 원짜리 티셔츠는 고민하면서 몇 백만 원짜리 가전제품은 겁도 없이 사! 울 언니 통 크네..."


꼭 필요한 것과 있으면 좋고 없어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에 대한 고민이긴 하다. 내가 생각해도 작은 것에 더 쪼잔한 고민을 하는 것 같긴 하다.





앵글이는 시험기간에 쇼핑 욕구가 폭발한다. 시험기간 내내 매일 한 두 개씩 앵글이 이름의 택배가 도착한다.


"앵글아~ 오늘도 세 개나 왔던데? 뭘 그리 많이 사??"

"엄마, 택배를 받으면 기분이 좋지?"

"그렇지?"

"그러니까... 매일 오는 거야."

"응??"

"시험기간에는 기분이 안 좋잖아. 시험 보고 결과가 나빠!! 그래서 기분이 나빠졌지? 그런데 집에 와. 도착 해 보니 택배가 와 있어. 그걸 뜯어. 맘에 쏙 들어... 그럼 어떻겠어? 기분이 좋아지겠지? 기분이 좋아지면 내일 시험을 잘 봐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꺼 아냐? 그럼 공부를 더 하겠지? 그래서 내가 매일 한 두 개씩 도착하도록 택배를 신청 해 뒀어."


그럴싸한 핑계다. 논리적으로도 딱 맞아떨어진다. 그리고 나한테 손 내미는 게 아니라 본인 용돈으로 사는 거라 별반 이의제기를 할 수도 없다.


앵글이의 논리로 보자면 시험 결과가 나쁘면 기분이 나쁠 수 있으니 좋고 나쁨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나쁠 것을 대비해서 기분을 up 시킬만한 이벤트를 만들어 놓고 기분이 좋아지면 다음 날 시험을 잘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론이었다.


누구 딸인지 모르겠지만 진짜 기똥차다... 앵글이를 키우면서 그 말재간에 늘 지고 만다. 당해 낼 방법이 없다. 말싸움이라면 나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데 앵글이 한테만 진다. 듣고 보면 그럴싸한데 두고두고 뭔가 찜찜하다.


   




인터넷 쇼핑몰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앵글이가 다가왔다.


"엄마, 뭐 봐?"

"응. 학교에 강의 갈 때 입으려고 원피스 보고 있어."

"지금 보고 있는 거 그거 괜찮은 것 같은데 왜?"

"응... 괜찮은데... 두 벌을 골랐거든? 디자인이 비슷한데 가격차가 좀 나서 어떤 게 더 나을지 보고 있는 거야."

"그럼 두 벌 다 사면되지 뭐가 고민인데?"

"뭘 두벌 다 사?"

"엄마! 엄마가 우리 집 냉장고에 채우는 과일만 일주일 안 사도 그 옷 두 벌은 살 수 있겠다."

"너희들 먹는 과일을 어떻게 안 사?"

"그럼, 우리가 일주일 과일 안 먹을게. 고민하느라 시간 들이지 말고 그냥 사. 이쁘고 싸고 그럼 됐지 뭘..."


아이의 결정은 심플하다. 앵글이 말대로 간식과 과일값을 줄이면 두 벌 원피스를 살 수가 있다. 그런데 과일이 거의 주식인 아이들의 먹거리를 줄이며 옷을 산다는 게 영 내키지 않았다. 결국 나는 과일을 사고 옷은 사지 않았다.




사소한 것에 짠순이가 되기도 하고, 큰 일에 대범해질 수 있는 나는 '주부'다. 늘 마음속에, 생각 속에 가족이 있고 가정이 있다. 그래서 우선순위에서 내가 밀릴 때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행불행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 나의 판단으로 결정했고, 가족을 챙기는 가운데 얻는 기쁨과 행복이 있기 때문이다. 나만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보통의 가정에서 살림을 하는 많은 주부들이 그렇다. 사고의 체계가 가정을 이루는 순간 나에게서 가족으로 옮겨져 내게 주는 기쁨보다 가족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기쁨과 행복이 더 크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나보다 가족을 챙기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거의 본능과 같다.


나의 어머니도, 어머니의 어머니도 그리 사셨을 것이다. 자식 입속에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는 이야기를 실감해가며 나의 기쁨과 행복의 가치를 가정의 평안과 가족의 화목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나 보다.


어느 날 동글이가 물었다.


"엄마, 엄마는 내가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불러?"

"아니? 네가 먹는데 왜 내가 배가 불러?"

"아니,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엄마들은 자식들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고?"

"그래? 근데 엄마는 엄마도 먹어야 배가 불러."

"그럼, 엄마는 나 안 사랑해?"

"사랑하지. 사랑하는데 네가 먹는다고 내 배가 부른 건 아니야. 네가 잘 먹으니 뿌듯하고 기분이 좋을 수는 있지."

"이상하다? 선생님이 분명히 그렇게 말씀해 주셨는데..."

"그건 동글아... 네가 잘 먹는 것을 보면서 엄마가 마음이 너무 기쁘고, 우리 아이가 잘 크겠구나, 건강하게 잘 자라겠구나 싶어서 기쁜 마음이 드는 것을 그렇게 표현하는 거야. 엄마도 네가 잘 먹는 것을 보면서 기쁜데 사실 엄마도 밥을 먹어야 배가 불러."


굳이 그렇게 설명하지 않아도 됐었다. 그냥 맞장구쳐 줘도 될 일을 일부러 비틀어 설명했다. 진짜 그런 줄 알까 봐...


밥 먹고 사는 것이 어렵던 때에 아들 둘을 둔 어머니가 밥상을 차리셨다. 아이들 밥은 흰쌀밥으로 꾹꾹 눌러 두 공기를 담고 어머니는 밑에 눌은 누룽지에 물을 부어 끓여서 드셨다. 아이들은 크는 내내 누룽지를 먹는 엄마를 보고 자랐다. 훗날 이들이 자라 성인이 되었고 가정을 이루었다. 새색시가 시어머니의 밥상을 차리며 흰쌀밥을 어머니 앞에 내려놓자 아들이 성을 내며 말했다.

"당신 지금 제정신이야? 우리 엄마는 누룽지를 제일 좋아하신다고 내가 말해줬잖아. 나는 엄마가 흰쌀밥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어."

어머니는 가슴을 치며 한탄했다. 없는 살림에 자식 먹을 것을 챙기느라 누룽지를 먹었던 것인데 다 큰 성인이 되어 가정을 이루고도 부모의 사랑과 배려를 모르도록 가르쳤던 것을 크게 후회했다.


우리가 알법한 일화이다. 이제 동글이가 10살이 되었고 아직 어리지만 나는 아이에게 밥을 주고 과일과 간식을 챙길 때 이야기한다.


"동글아, 동글이가 딸기를 좋아하는데 지금 제철이 아니라서 너무 비싸. 그래서 한 팩 밖에 사지 못했어. 누나랑 나눠주기에도 모자라서 엄마가 안 먹는 건데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도 딸기야. 그러니까 나중에 커서 딸기를 보거든 '엄마가 좋아하는 딸기구나' 생각하며 사다 줘야 해? 지금은 동글이가 어리니까 엄마가 챙겨줄게. 알았지?"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자식을 키우지만 옳고 그름, 부모의 자리는 가르치며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행히 두 아이가 엄마의 이야기를 잘 듣고 공감하며 본인들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궁금한 것을 묻고 확인하며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두 아이는 잘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의 시간도 아이들과 함께 자라며 한 계단씩 성장하는 삶을 살고 싶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로운입니다.
















사진 출처 :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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