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운 Dec 06. 2021

간단한 수술입니다

달콤 쌉쌀한 의사의 유혹적 거짓말

코로나가 시작되고 가사가 늘어서일까요?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팔 사용이 많아지니 오른쪽 팔꿈치 통증이 점점 심해졌습니다.

(※ 멈춰버린 2년. 주부님들, 워킹맘  모두 애쓰셨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건강할 때 내 몸도 챙기고 아끼며 살아가요.)


팔꿈치에 파스를 덕지덕지 붙이고 벤게이 크림을 범벅으로 도포하며 2년을 버텼습니다.


진통제 효과가 탁월한 멘소래담류의 진통파스


심한 통증이 오면 귀차니즘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는 수고 후에 정형외과를 방문해서 통증주사를 맞았습니다. 통증 주사가 견뎌주는 시간은 3일. 나중에는 그것으로 안돼서 고가의 PRP주사를 맞았죠.


PRP주사란? 자가혈에서 채취한 재생 인자


1회에 30만 원. 병원에서는 실비처리로 마치 비용 부담이 안 되는 듯 이야기하지만 주사 한 번으로, 그것도 자기 혈액을 이용해서 주사제를 만드는데 장비 사용값과 시술비로 치르기에 너무도 비싼 비급여 치료입니다. PRP주사의 지속 효과는 2주, 3차까지 맞으면 6개월. 백만 원을 들여 비수술적 통증 완화를 위해 번 시간은 6개월입니다.


통증은 되풀이되었고 벤게이 크림과 제가 애정 하는 아렉스 파스와의 동고동락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파스의 지존. 내 애정템 아렉스


붙이고 바르고 붙이고 바르고...

잠시 임기응변은 되지만 치료가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심리적 위안효과는 탁월하죠.


한계 선포!!


'검사나 받아보자'하고 병원 문턱을 밟는 순간 어쩌면 알았을 겁니다. '수술'을 피해 갈 수 없을 거란 걸...


로운님, 우리 병원에 자주 오셨었네요

음... X-ray 보니까 음... 이 부분 보이시죠? 자세히 좀 봐야겠에요. MRI 찍고 다시 얘기합시다.


촬영비 45만 원. 다른 검사까지 하면 70만 원. 혹시 입원하게 되면 추가 검사.


로운님. 입원을 하신 후 검사받으시면 2박 3일이시고요, 사진만 찍으시면 대기가 좀 있으세요.


빨리 찍고 일거리 하나를 털어낼 셈으로 입원 검사를 신청하고 으로 왔습니다. 밥하고 국 끓이고 소하고 짐 꾸려 병원에 다시 오기까지 두 시간. 신께서도 놀랄만한 속도.


MRI 찍고 병실에 짐 풀고 심전도, 심장초음파, 폐기능 검사, X-RAY, 혈액검사, 소변검사... 많기도 합니다.


알고 있었을 거예요... 자주 병원에 들락거리면 수상한 기운이 직감적으로 스멀스멀 간질입니다. 몇 시간 후 진료실.


손가락과 연결된 인대가 네 가닥인데 그게 팔꿈치에서 모여요. 여기 보이시죠? 원래 까맣게 보여야 하는데 하얗죠? 염증도 심하고 인대가 노후화되어 찢어졌어요. 손가락을 많이 사용하시나 봐요? 무슨 일을 하시죠?

저... 지금은 그냥 살림을...


'네가 무슨 살림? 열심히 살았다고 해야지. 피아노도 치고, 교구도 만들고, 수공예 수업도 하잖아. 코로나로 살림 부담도 커지고 이유도 얼마나 많은데 소심하긴.' 마음의 소리가 웽웽 울려 퍼집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빠지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수술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날짜를 잡아볼까요?

저, 수술 안 하고 치료받는 방법은 없나요?

없습니다. 당장은 주사로 가라앉힐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그 단계도 지나셨어요. 늦추면 늦출수록 수술범위가 넓어질 겁니다.


냉정하신 선생님. 가차 없이 현실 폭격 날려주십니다.


수술은 많이 아플까요? 저 글 써야 되는데 자판은 언제쯤 칠 수 있나요?


'야! 로운!! 아 진짜... 뭐래니 지금...'

수술을 하라는데 브런치 글쓰기 멈추는걸 더 걱정하다니... 이쯤이면 답 없습니다.


음... 수술 시간은 한 시간 정도 걸릴 것 같고 팔꿈치 안쪽을 뚫어 관절경을 넣어서 염증을 걷어내고 반대쪽을 절개해서 인대 봉합수술을 하게 될 거예요. 간단한 수술이에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금방 끝납니다.


관절경 수술
인대봉합술 / 출처 : 다음 이미지

월요일 검사 후 선생님의 화요일 일정에 변동이 생겨 바로 수술하게 되었습니다. 1시간이면 된다던 수술은 회복 과정까지 4시간 반이 걸렸고, 국소 마취는 전신마취로 바뀌었습니다. 염증을 살짝 긁어낸다던 관절경 수술이 뼈에도 염증이 심해 깎고 긁고 다듬느라 오래 걸리고, 간단한 수술은 꽤 까다로운 수술로 변해버렸죠.


수술 경과를 들려주시며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염증이 심해 많이 긁어내셨다며 힘들었을 텐데 잘 견뎌내는 게 대단하다고 칭찬해주십니다. 그렇게 한시적으로 오른팔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간단한 수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 쉬운 답안을 혹독한 경험으로 제 값을 치른 후에 깨닫게 되다니 저도 참 단순한 사람이 맞습니다. 생살을 째는 일에 간단하고 쉬운 수술이 어디 있을까요? 수술은 단어 그대로 수술인 것을 말이죠. 자세히 알려주면 수술 안 받겠다고 도망갔으려나요?


일주일 정도면 자판 정도는 두드릴 수 있다더니 오른팔 사용이 현재는 어렵습니다. 왼손 검지 하나로 글을 쓰려니 엄청 오래 걸리네요. 인생사 쉬운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겪어가며 배우고 깨치는 로운입니다.








사진출처 : 다음 이미지


이번 주도 병원이라 투병기쯤 될 것 같습니다. 불편해보니 새로운 것이 보이네요. 당연함이 사라지니 작은 것에도 감사가 솟구칩니다. 일주일의 휴재 기간에도 매일 찾아와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많이 아팠는데도 힘이 나고 위로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

작가의 이전글 "싫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