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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Jan 11. 2022

때로는 '남 탓도 하며 살자!'

나만 날 이해하면 돼요. 그것도 어려운 건데...

주말에 SBS 월화 드라마 [그해 우리는] 정주행 했습니다. 마지막 회까지 방영된 후 보려 했는데 딱히 할 일이 없던 저와 딸아이 둘이 1화부터 10화까지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을 빼고 내리 앉아, 혹은 누워 시청했죠. 청춘들의 사랑이야기를 보며 엄마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그저 그런 청춘 이야기려니 하고 딸아이와 함께 수다를 떨며 시청하다가 10화의 중반쯤 되었을 때! 마음 한가운데를 쿡 찌르는 듯한 대사가 흘러나왔습니다.


엔제이 : 나는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 상대는 날 다 안다고 생각하고 그런 말들을 쉽게 해요. 웃기지 않아요? (중략) 왜 사람들은 날 이해해 주지 못할까요? 왜 그렇게 날 쉽게 판단할까?

최웅 : 이해받으려고 안 해도 돼요. 다른 사람들한테 이해받을 필요 없어요. 뭐 어때요? 보이는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으라 해요. 나만 날 이해하면 돼요. 그것도 어려운 건데...

엔제이 : 작가님이 좋은 게 뭔지 알아요?

최웅 : 갑자기요?

엔제이 : 작가님은 심플하고 꽤 웃긴 사람이라 말도 안 되는 일들로 하루 종일 떠들어 댈 수 있는데, 근데 또 생각보다 진지하고 깊은 구석이 있는 사람이라 꼭 필요할 때 필요한 말을 해주거든요. 매력 있어. 단짠단짠. 이건 고백 아닌데 왜 부끄러워하지?

최웅 : 제가 칭찬에 좀 약한 편이라...



드라마 속 엔제이는 극 중에서 (제가 좋아하는)  아이유와 닮은 듯한 이미지가 그려집니다. 스타가 되어 어딜 가든 환영받고 바쁜 일상 속에 살아가는 엔제이는 눈에 보이는 화려함 뒤에 감춰진 악플과 대놓고 비아냥 거리는 소리에 애써 의연한 척하며 살아갑니다. 힘들지만 그 또한 대중 앞에 선 연예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말이죠.


그러던 엔제이에게 세상 맹탕 같고 지질해 보이는 최웅은 숨통이 되어줍니다. 자신과는 반대의 모습을 한 최웅을 보면 숨이 쉬어지는 엔제이가 늘 그의 곁을 맴돌며 힘들 때마다 그에게 찾아옵니다. 그를 만날 합당한  여러 가지 이유를 만들어서 말이죠.


기꺼이 친구가 되어 준 최웅은 들리는 줄 알면서도 부러 들으라는 듯이 비아냥 거리는 사람들을 목격하고, 그 말을 듣고 있으면서도 침묵하는 엔제이를 바라봅니다. 그들이 떠나고 엔제이는 아픈 속내를 드러냅니다. 그런 엔제이에게 최웅이 하는 말이 제 마음에도 훅... 밀고 들어와 위로를 해 주었습니다.


"이해받으려고 안 해도 돼요. 다른 사람들한테 이해받을 필요 없어요. 뭐 어때요? 보이는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으라 해요. 나만 날 이해하면 돼요. 그것도 어려운 건데..."


내가 나조차 이해하지 못하면서 타인에게 이해받길 원하는 모순은 생활 가운데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이것을 깨닫게 되기까지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야 했는데 젊은 최웅은 벌써 이 놀라운 진리를 깨닫고 자신의 삶을 올곧이 살아내고 있습니다.


보이는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으며 살고 계신가요?

나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신가요?

나를 얼마만큼 이해하고 계신가요?


어쩌면 나는, 나를 더 모르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내가 나에게 더 많은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고 냉정하게 평가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나의 자존감을 낮추는 이는 타인이 아닌 바로 '나'인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늦은 저녁, 현재 방영된 회차의 마지막 10화를 보며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2022년을 맞이하며 내가 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최웅'이라는 인물을 통해 전해 듣게 된 것은 선물이었습니다. 남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려 애쓰지 말고, 그들의 가혹한 평가에 휘둘리지도 말고, 묵묵히 나를 믿고 걸어보자고 생각하게 되는 귀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로운아,
보이는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으며 살아보자!
나에 대해서 잘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나를 이해하고 타인과 비교하지 말자!
친구가 힘들어할 때는 곁에 있어주자!
그리고, 꼭 필요할 때 필요한 말을 해주자!
때로는 '남 탓도 하며 살자!'


2021년,

돌아보면 그래도 쓸만한 삶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후회할 만큼의 큰 이슈도 없었고, 오히려 글쓰기를 통해 마음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고 털어내는 좋은 시간을 얻었습니다. 어쩌면 글을 씀으로 인해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감이 더 올라왔을지도 모릅니다.


2022년!

그래도 작년보다는 성장한 삶을 살고 싶어 졌습니다. 계획을 잘 세워서 몸도 축나지 않고, 다른 이들에게 도움도 주는 사람으로, 이왕이면 베푸는 위치에 서고 싶습니다. 글공부도 많이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게 취미 생활을 즐길 만큼의 용돈벌이도 하면 좋겠습니다. 저에게 필요한 용돈은 월 30만 원입니다. 어찌 보면 소박하지만 생활비에서 나의 취미활동비로 30만 원을 제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올해는 월 30만 원의 취미활동비를 벌어보려 합니다. 꿈이 그리 크지 않아서, 이룰 만큼의 꿈을 꾸기에 잘 될 것 같습니다.


깨달음은,

부지불식간, 뜬금없이 찾아옵니다. 드라마 속 대사 한 줄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착한 사람 말고 좋은 사람으로 오래도록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함께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나를 이해하는 삶을 살고픈 로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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