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운 Dec 30. 2021

[브런치 북 감상문] 파킨슨이 찾아왔다.

김현아 작가의 '브런치 북'

나이가 들면서 피하고픈 병이 있다면 '알츠하이머'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 역시도 "치매만 안 걸렸으면 좋겠어."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병이지만 어쩌면 피하려 한다고 피해지지 않는 병이 알츠하이머 같습니다. 가족력이 있으면 더 많이 조심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예전에 비해 스트레스 지수도 높아지고, 사회적 역할과 그에 따른 무게가 마음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힘겹게 만들기도 하니까요.


갈수록 연약해지는 마음도 한몫합니다. 불과 1~20년 전에는 잘 듣지 못했던 공황장애를 비롯해서 사회적 위치도, 빨라진 정년도 우리의 삶을 위태롭게 만듭니다. 나만 열심히 산다고 잘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잘 버텨내야 하는 삶이 우리를 힘겹게 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글을 쓸 수 있고, 마음을 표현하고 나눌 수 있는 지금이 예전보다 더 행복하긴 합니다. 이래서 우리네 부모님 세대를 살고 계신 어른들이 '좋은 세상에서 태어나 좋겠다'라고 말씀하시나 봅니다.





김현아 작가의 브런치 북 [파킨슨이 찾아왔다]에서는 노인성 치매와 파킨슨병에 대한 이야기가 딸의 시선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노인성 치매'인 줄 알았는데 '파킨슨'으로 인해 파생된 치매임을 알게 되고, 사는 것이 바빠 엄마의 아픔을 미처 돌보지 못한 딸의 아픈 마음이 녹아져 있습니다. 무뚝뚝하고 자기표현이 서툰 아버지의 무심함 역시 노인성 치매로 인한 것이었는데 아픈 엄마를 살피느라 아버지의 변화가 무심함이라 생각되어 섭섭했던 마음을 뒤늦게 눈치채고 마음이 아팠노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부모가 있고, 우리의 부모님은 한 해, 한 해가 다르게 나이 들고 약해지고 있습니다. 언제나 든든한 내편으로 머무를 줄 알았는데, 내가 나이 드는 것은 생각 못하고 부모님은 늘 커다랗게 내 곁을 지키고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우리는 어쩌면 나의 부모님이 영원히 내 곁을 든든하게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사나 봅니다. 그래서 자주 잊고 지냅니다. 커다란 울타리가 늘 나를 지켜줄 거라 믿는 거죠.



이 책은 10편의 이야기로 담담하게 그려진 파킨슨과 노인성 치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병이 시작되고, 점점 진행되는 과정, 그 안에서 자식으로 간병인으로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 작가는 글로 담아봅니다. 어려운 살림살이를 일으키고 자신은 누려보지도 못한 채 병을 얻고, 힘든 투병의 과정을 거쳐 사랑하는 딸 곁을 떠나게 된 엄마에 대한 감정을 담담히 적어 내려가는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지나고 보니 아버지 역시 노인성 치매로 아팠던 것을 알게 되고 그때, 그 순간 아빠를 돌볼 여유까지는 없던 시간이 후회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고자 했던 딸의 마음이 담긴 책 김현아 작가의 브런치 북 [파킨슨이 찾아왔다]을 소개합니다.





작가의 책을 읽으며, 2009년 김명민 주연의 [내 사랑 내 곁에]가 떠올랐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인 김명민 배우는 촬영 수개월 전부터 루게릭병에 대한 자료조사는 물론 실제 루게릭 환자들과 주치의를 정기적으로 방문해가며 치밀하게 캐릭터를 연구했다고 합니다. 또한 실제 루게릭병 환자들의 병 진행과정에 맞춰 손동작, 발동작, 표정 등이 어떻게 미묘하게 다른지 까지 분석해 연기에 반영하는가 하면, 촬영 기간 동안 180cm의 장신 키에 체중이 52k가 되기까지, 무려 20kg 이상을 감량하는 놀라운 집념을 보였다고 해요. 촬영 막바지엔 건강을 염려한 제작진이 감량을 만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지만, 불면증, 저혈당 증세로 고통받는 와중에도 캐릭터를 위해 감량을 포기하지 않았던 김명민의 치열한 연기 열정은,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의 백미입니다.



<내 사랑 내 곁에>는 지수-종우 부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뿐 아니라, 중환자들이 모인 6인실 병동을 배경으로 다양한 형태의 가족 멜로를 선보입니다. 식물인간인 남편이 깨어나기만을 9년째 한결같이 기다리는 노부인(남능미-최종률), 혼수상태에 빠진 아내를 지극정성 간호하는 남편(임하룡-임성민), 사고로 불수의 몸이 된 어린 딸 앞에서 눈물을 감추고 가슴으로 통곡하는 어머니(신신애-손가인), 회사와 병원을 오가며 24시간 형을 뒷바라지하는 동생(임종윤&임형준) 등, 사연은 제 각각이지만 모두 자신의 삶을 희생한 채 환자 곁을 지키는 가족의 헌신적 사랑을 담은 에피소드들이 있습니다. 한계 상황에서도 살아갈 이유가 되어 주고 변함없이 곁을 지켜주는 소중한 가족애를 그린 <내 사랑 내 곁에>는, 어려운 시대 먹먹해진 우리들 가슴에 따뜻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출처 : 다음 영화)




파킨슨과 루게릭은 완치가 어려운 희귀 난치성 질환입니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병도 아니기에 진단을 받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남의 일일 때는 위로해줄 수 있지만 나의 일이 되면 암담해지는 것이 내 가족의 질병입니다. 아팠던 기억을 더듬어가며, 엄마를 떠올리며 글을 써 내려가는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함께 웃고, 함께 울며 글을 읽었습니다. 엄마가 떠나가시고 시간이 지났어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것은 '그래도 계실 적에 조금 더 잘할 것을' 하는 마음이 두고두고 남아서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부모님은 전쟁을 거치고, 보릿고개를 거쳐가며 가정을 이루고 폐허가 된 나라를 일으키신 분들입니다. 성실하셨고, 부지런하셨고, 최선을 다해 살아내셨습니다. 그 가운데 자녀들을 공부시키시고,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부족함 없이 키우고자 애쓰셨고, 자신들을 돌보는 것에는 소홀하셨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더 나은 삶을 바랐고, 꿈꿨던 것 같습니다. 잘 사는 집 딸로 태어나고 싶었고, 나만 예뻐했으면 하고 바랐고, 불평했습니다. 나이 들어갈수록, 내가 바랐던 그 마음들이 부모 역시 해주고 싶었던 마음이었음을 알아가게 되면서 철없이 불평했던 마음이 후회가 됩니다.


김현아 작가의 브런치 북 [파킨슨이 찾아왔다]에서의 현아 님은 부모님을 돌보며 느껴지는 그때그때의 감정들을 가감 없이 그대로 표현하며 글을 씁니다. 그래서 저는 좋았습니다. 잘 보이려 애쓰는 글이 아니라, 힘들면 힘들다고, 속상하면 속상하다고 솔직한 감정을 글로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 책을 읽으며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작가님의 글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부모님의 아픔과 죽음은 남의 일이 아니기에 더욱 애잔하고 마음에 사무칩니다. 그 시간들을 잘 이겨내신 작가님의 마음에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면서 글을 맺어봅니다.


로운이 소개하는 세 번째 브런치 북이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 북 감상문] 첫 장사가 치킨집이었는데 말이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