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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Dec 29. 2021

[브런치 북 감상문] 첫 장사가 치킨집이었는데 말이죠

송유정 작가의 '브런치 북'

월급이 따박따박 나오는 회사원으로 3년, 5년, 10년쯤 되면 내 시간을 자유롭게 쓰고, 누군가에게 간섭받지 않는 자기 사업을 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됩니다. 개인사업자에게서 보이는 '여유로움'은 멀리서만 보이는데 그것을 볼 수 없는 직장인은 늘 꿈을 꾸죠. "사장이 되고 싶다"는 꿈...


월급쟁이는 매월 따박따박 월급이 나오지만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해도 월급 이상의 수익을 내기 어렵습니다. 그럼, 개인사업자는 어떨까요? 어떤 달은 수익이 좋고, 어떤 달은 공달일 때도 있습니다. 로또 같은 확률로 하루에 일 년 치 연봉을 벌 수도 있고, 하루아침에 빚덩이에 앉을 수도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월급쟁이는 늘 개인사업자가 부럽고, 개인사업자는 월급이 따박따박 나오는 직장인이 부럽다는 것입니다. 저는... 10년 전에는 개인사업자였고, 지금은 남편에게 월급을 받는 월급쟁이입니다.





송유정 작가의 [첫 장사가 치킨집이었는데 말이죠]에서는 직장인에서 개인사업자로 전환되는 과정과 업종을 선택할 때 많은 분들이 비교적 쉽다(?)고 오해하는 [치킨집]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직장인에서 개인사업으로의 전환을 꿈꾸는 많은 분들이 장사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치킨집, 카페, 프랜차이즈, 제과점, 배스킨라빈스 등을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그중 작가의 선택은 [치킨집]이었습니다.



20여 년의 시간을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운영했던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사장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월급날이 다가오면 간이 두근두근, 월 결제를 해야 하는 업체들과의 지불 날짜가 다가와도 간이 두근두근, 식재료 월납 일이 다가와도 두근두근... 이것저것 제하고 모두를 챙겨주고 남은 비용이 있으면 원장 급여가 나오고, 어떤 달은 원장 급여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제가 겪은 개인사업자의 삶은 6개월은 흥하고, 6개월은 힘든 삶이었죠.


[첫 장사가 치킨집이었는데 말이죠]에서는 매일 다음날의 식재료를 선지급해야 하는 프랜차이즈 요식업을 시작하며 겪어 낸 3년의 시간이 글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어린 아들 둘을 키우며, 낯선 일을 시작하며 경험했던 일들이 소개됩니다. 함께 했던 직원들과의 이야기와 때로는 고객이, 때로는 아픔이 되었던 손님과의 일화들이 녹아 있습니다.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2019년 흥행작 [극한직업]이 떠올랐습니다.



<극한직업>은 달리고, 구르고, 매달리고, 추격하고, 목숨까지 걸면서 고군분투하는 마약반 5인방의 모습을 통해 ‘극한직업’ 제목의 의미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한편, 형사들의 치킨집 위장 창업이라는 참신하고 기발한 소재와 설정을 바탕으로 지금껏 보지 못한 수사를 선보입니다.


해체 위기의 마약반 형사 5인방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일생일대의 수사를 앞두고 일상이 180도 뒤집힙니다. 범죄조직의 아지트 앞 치킨집을 인수하며 본격 위장 창업을 감행하고, 낮에는 치킨장사, 밤에는 잠복근무로 기상천외한 이중생활을 시작한 것이죠. 치킨이 뜻밖의 대박을 터뜨리면서 이들은 범인보다 닭을 잡고, 썰고, 튀기고, 버무리는 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며 본업인 수사보다 장사에 몰두하게 됩니다. 닭을 팔기 위해 수사를 하는 것인지, 수사를 하기 위해 닭을 파는 것인지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이들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극한의 웃음과 공감을 불러일으키죠.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해체 위기 마약반의 좀비 반장(류승룡)은 신바람 난 대박 맛집 사장님으로, 정의감에 몸이 먼저 반응하는 마약반의 만능 해결사 장형사(이하늬)는 대박 맛집의 철두철미한 홀 서비스 매니저로, 마약반의 사고뭉치 마형사(진선규)는 대박 맛집의 절대미각 주방장으로 거듭나는 한편, 마약반의 고독한 추격자 영호(이동휘)는 멘털이 붕괴된 운전사로 전락하고 마약반의 위험한 열정 막내 재훈(공명)은 절대 맛집의 주방 보조로 양파를 까고 썰며 화생방을 방불케 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출처 : 다음 영화)





 [첫 장사가 치킨집이었는데 말이죠]를 읽으며 뜻하지 않게 치킨집 창업을 하게 되면서 형사보다 치킨집 사장이 돈을 더 많이 벌게 되니 형사를 그만두고 치킨집을 해야 하나 고민하는 배우들의 열연 또한 보는 재미가 있었던 [극한 직업]이 떠올랐습니다.


일에 겁 없이 뛰어드는 제가 두려워하는 일이 요식업, 보험업, 방문판매업입니다. 제 주변 사람들이 제게 많이 권하는 업종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제게 사람을 잘 사귀고, 친화력이 있는 편이며, 물건을 권할 때 설득력이 있어 꼭 사게 만드는 화술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보험을 시작했으면 보험왕이 되었을 거고, 장사를 했으면 장사가 너무 잘 되어 대박 날 거라 이야기해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제가 사는 동네에는 떡볶이집도 하나 없었습니다. "떡볶이집을 해볼까?" 생각하며 상가를 보러 다녔었죠. 마침 가격도 딱 맞고 위치도 좋은 상가가 있었습니다. 계약을 하려다 '하루만 더 고민해보자' 생각하고 돌아선 것이 신의 한 수였습니다. 음식을 파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멋모르고 요식업에 뛰어들 수 있는, 혹은 퇴직을 앞두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시는 분들께 교과서 같은 책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24편의 이야기로 창업부터 폐업까지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진솔하게 담아낸 송유정 작가의 [첫 장사가 치킨집이었는데 말이죠]에서는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봄직한 자영업의 꿈이, 정말 꿈이지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루하루는 어렵고 힘든 시간들이었지만 지나고 나니 추억이더라.'라고 한 마디로 정의하기에 자영업 창업은 그리 만만치가 않습니다. 작가가 세상을 보는 시선과 힘든 시간도 추억으로 만드는 긍정적인 마음씀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브런치 북을 여러분도 함께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로운이 소개하는 두 번째 브런치 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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