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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Feb 11. 2022

저는 ENFJ 외부강사입니다.

저는 따뜻하고 적극적이며, 책임감이 강하고 사교성이 좋은 ENFJ입니다. MBTI 16가지 유형 중 2% 정도에게만 나타나는 유형이라고도 합니다. 그 중 분명한 계획 안에서 조직된 일을 할 때 안정감과 에너지를 얻는 J 성향이 강한 편입니다. 계획을 세울 때에도 혹시 예상했던 대로 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서 대안까지 계획을 세우는, 계획을 위한 계획까지 세워야 마음이 편한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때로는 피곤한 성격이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느낌 가는 대로, 흥미가 생기면 즉흥적으로, 무계획이 계획 인 남편에게는 최적의 짝꿍입니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수업은 수업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행복감을 전해줍니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까지 온몸을 엄습하는 긴장감으로 노심초사하지만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가 교탁 앞에 서면 없던 기운도 샘솟습니다. 이 쫄깃한 긴장감과 설렘 때문에 학교가 참 좋습니다. 


작년에는 중학교에서 [메타인지를 통한 자기 주도 학습] 강의를 나갔습니다. 올 해는 [MBTI 유형에 따른 끼리끼리 학습 플래닝] 수업으로 고등학생들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준비를 많이 했지만 그래도 무언가 더 준비해야 할 것만 같습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여 수업 안을 숙지하는 것에 더하여 시간이 부족할 경우, 시간이 남을 경우, 학생들의 질문을 받을 경우, 쉬는 시간에 찾아 올 학생들을 위한 경우 등을 예측하여 준비했습니다. 많이 준비해도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처음 만나는 학생들이고 예측할 수 없는 반응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두둥!! 교실에 들어섰습니다. 콩닥콩닥...

학생들은 모를 겁니다. 앞에 선 강사가 낯선 학생들을 마주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각과 준비를 하는지 말입니다. 제가 학교에 외부 강사로 서기 전, 앵글이가 진로수업을 마치고 돌아와 이러쿵저러쿵 그날의 강의와 강사에 대한 이야기들을 할 때는 몰랐습니다. 아이들 모두를 만족시키는 강의를 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준비할 때는 모두를 만족시키고 싶지만 막상 수업이 진행되면 흥미가 없는 주제라고 느끼는 아이들도 있고, 입시의 목전에 선 아이들에게 시험과 관계없는 강의 내용과 시간이 불필요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 마음은 늘 "휴식이 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교실문을 열어봅니다.


시험과도 관계없고, 진도와도 관계없는 시간이지만, 외부 강사로 앞에 선 교사가 어떤 이야기도 100% 수용하는 시선으로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해 주고 싶습니다. 짧은 시간 함께하지만 그 순간의 생각과 고민들을 이야기해도 괜찮은 사람, 어차피 한 번 보고 안 볼 사람이고, 먼저 살아 낸 선배고 어른이니 순간의 고민을 털어놓아도 말이 날까 걱정 안 해도 될 친구 같은 어른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1교시에 학생들과 신뢰감을 형성해야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다가옵니다. 그래서 1교시 수업에 온 마음을 기울입니다. 1교시가 지루하고 재미없으면 그날의 수업은 허탕입니다. 학생들이 관심도를 끌어올려 적어도 강사와 시선을 맞출 수 있을 만큼은 끌어올려야 2교시 수업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질문은 수업내용과 연결되지만 생각을 많이 해야 하거나 유치하지 않아야 합니다. 적절한 질문은 학생들에게 오늘의 주제에 대한 흥미도를 높여줍니다. 되도록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시선이 가도록 교실 안에서 움직이며 강의를 하는 편이지만 혹시 떠들거나, 잠든 아이들이 있어도 스스로 일어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대체로 학생들이 잘 따라주지만 간혹 수업 분위기를 흩트리는 학생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에도 학생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강사의 능력인 것 같습니다. 


2022년을 시작하며 처음 만난 학교에서의 학생들은 집중도와 수업 참여도가 높았습니다.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 처음 방문하는 학교여서 첫날은 긴장이 더 되었지만 열린 마음으로 맞이해 준 학생들 덕분에 금세 마음이 평안해졌습니다. 낯선 첫째 날 수업 보다, 둘째 날 수업에서 더 여유가 생겼습니다. 지나고 나니 아쉬움이 좀 남지만 다음 학교에서 만날 학생들을 위해 아쉬웠던 부분을 보충하고 수업 안을 다듬어야겠습니다. 

 

서울에 있는 OO 고등학교 1, 2학년 학생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모든 날, 모든 순간이 기쁨이고 벅찬 감동이 있습니다. 선생님으로 살 때 가장 행복합니다. 부족함이 많지만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는 아이들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올해는 초, 중, 고 학생들을 고루 만날 수 있습니다. 신기한 것은 내 아이의 나이만큼 제가 자라고 있는 것입니다. 앵글이가 초등학교 때에는 중, 고등학생들이, 중학교 때는 고등학생들이 너무나 커 보이고 때로는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앵글이가 고3이 되니 앵글이 나이의 학생들도 귀엽고 어리게 느껴집니다. 다 큰 아이들이라고 느껴졌던 시간도 있었는데 내 아이가 자라니 또래의 아이들이 제 눈에는 아직도 어리고, 어른의 손길과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로 보입니다. 큰 아이가 스무 살, 서른 살이 되면 또 그 나이의 또래들이 제 눈에 아이처럼 보이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엄마는 제 아이 나이만큼 자라나 봅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은 모두 귀합니다. 아이들이 건강한 꿈을 꾸고,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는 학교 현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교실 안의 모든 아이들이 같은 곳을 향해 무작정 달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다른 길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할 수 있고, 그 길을 지지해 줄 수 있는 곳이 학교였으면 좋겠습니다. 그 속에서 믿을 수 있는 어른으로 저도 함께하고 싶습니다.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는 아이들이 있어서 감사한 로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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