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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Apr 11. 2022

0원짜리 재미있는 놀잇감 찾기

보글보글 사물 보고 글쓰기 "돌멩이"

어릴 적 동네 어귀에 나가면 놀거리를 찾아 어슬렁대는 아이들이 많았다. 요즘처럼 장난감이 흔했던 때도 아니고, 스마트기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집 밖에는 놀거리가 한창이다. 아침밥 먹고 밖에 나가면 배고픈 줄도 모른 채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코밑이 까매지도록 놀곤 했다. 아이들이 있는 곳이면 그곳이 어디든 놀이터가 되었다.


골목대장 기질이 다분했던 나는 동네 꼬마들을 진두지휘하며 그날의 놀거리를 정했다. 제일 좋아하던 놀이는 '소꿉놀이'다.


출처 : 리얼리티를 살린 소꿉놀이


판판한 돌멩이를 모아 그릇을 만들고, 흙을 물에 개어 밥을 짓는다. 나뭇잎과 색색의 꽃을 가져다가 돌멩이로 쿵쿵 찧어 삼색 반찬을 만들어 한 상 차려내면 최고의 오늘의 밥상다. 너는 아빠, 너는 아기, 나는 무조건 엄마다. 어릴 때는 왜 그런지 모르지만 여자애들 모두 서로 엄마를 하겠다고 난리다. 하지만 언제나 내가 엄마가 된다. 학교 놀이를 하게 되면 당연 나는 선생님이다. 아마도 그때의 난 또래보다 힘이 셌거나 성질이 사나웠던 듯하다. 그 뒷배로 손녀딸이라면 열일 제치고 나서는 울 할머니가 계셔서였을 듯...


아이들과 함께 돌멩이를 하나 가득 모아서 '돌멩이 탑 쌓기'를 시작하면 누가 제일 많이 쌓느냐에 승부가 갈린다. 납작한 돌을 선점하는 것이 승리에 더욱 가까워지는 길이다. 눈을 부릅뜨고 돌멩이를 골라야 한다. 큰 돌부터 작은 돌까지 다양하게 고른 뒤 조심조심 탑을 쌓는다.


돌멩이를 가운데에 모아 두고 가위, 바위, 보를 한 후 이긴 사람 먼저 돌을 골라 얹어가며 하는 돌 쌓기도 재미있다. 이 때는 뒷사람 돌이 굴러 떨어지거나 더 이상 탑이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도록 하는 것이 기술이다. 돌멩이만 있어도 재미있는 놀이는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출처 : 놀이중심유치원 ㅡ돌멩이로 노는아이들

플라스틱에 철조각을 넣은 문구점용 공깃돌이 나오기 전, 동글동글한 차돌을 모아 '공기놀이'를 했었다. 공깃돌은 너무 둥글어도 안된다. 적당히 타원에 판판한 면이 있어야 꺾기가 잘 되기 때문이다. 꺾기 돌이 손등에 올라가면 돌려 꺾어 손바닥으로 받아내야 하는데 동생들은 꺽지 않고 대댄찌 하듯 바보 공기로 끼워준다. 어차피 동생들은 손등에 돌을 올리는 것 자체가 어렵다.


어릴 때 공기를 참 못했다. 맨날 지고 마니 속이 잔뜩 상한 나는 초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내내 매일 집에서 공기 연습을 했다. 개학 후 공기놀이에서 기필코 1등을 하고 말리라는 각오로 불철주야 공기 연습을 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가자마자 아이들에게 공기 대결을 하자고 했다. 아이들은 내가 공기놀이를 잘 못한다고 생각했기에 망설임 없이 수락했다. 나는 여름방학이 끝난 첫날, 우리 반 아이들 모두를 평정하고 1등을 했다. 죽지 않고 50년쯤은 너끈히 해냈다. 하지만, 이후 아이들은 나와 더 이상 공기놀이를 하지 않았다. 의욕이 앞선 공기놀이에서 욕심껏 기량을 발휘한 뒤 이후 모든 공기놀이에서 제외되었다. 이것은 나의 욕심이 부른 흑역사다.

 

출처 : 부여의 민속놀이

앉아서 할 수 있는 돌멩이 놀이 중 인기가 높은 놀이는 '알까기'였다. 승부가 빨리 나는 대신 조마조마 간장을 태우는 놀이다. 가만히 멈춘 돌을 까내어 최대한 멀리 보내는 것이 기술이다. 욕심을 내어 세게 쳐도 안되고, 너무 소심하게 쳐도 안된다. 적절하게 힘을 조절해서 '탁!' 쳐냈는데 상대방의 돌이 맞아 내 돌은 살고 상대의 돌만 땅에 떨어지면 '얏호!' 기분이 째진다.


출처 : 광주 오포읍 카페

예닐곱 살부터 초등학교 때까지 가장 많이 했던 놀이는 '팔망줍기'였다. 1,2,3,4,5,6,7,8, 하늘까지 그려놓고 돌멩이를 순서대로 던져 올린 뒤 한발 뛰기, 두발 뛰기로 목표물까지 다가가 넘어지거나 금을 밟지 않고 한 팔로 돌멩이를 주운 뒤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면 승리다. 돌멩이가 멀리 떨어져 팔이 닿지 않으면 낭패다. 기필코 하늘까지 성공해서 아이들 중 단연코 내가 1등을 하고 나면 하늘을 둥둥 나는 듯 기분이 좋아진다. 역시 놀이는 이겨야 제맛이다.


출처 : 오징어게임보다 더재미있는 우리 동네 놀이마당

'비석 치기'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할 수 있다. 발등에 올려 옮기기, 발목에 끼워 옮기기, 무릎에 끼고 옮기기, 머리 위에 얹어 옮기기, 제자리에서 던지기 등 규칙을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어 바꿀 수 있다. 제일 많이 하던 방법은 제자리에서 던지기와 발등에 얹어 옮기기였다. 생각보다 쉽지 않다. 멈춰있는 돌에 정확히 맞춰야 하는데 위, 아래, 좌, 우로 떨어질 때가 많다.


출처 : 외동향우회/외중동창회 | 외동읍 치기놀이 ‘이시거리’ 에 얽힌사연들

가끔 동글이와 놀이터에 함께 나가면 또래 아이들을 모아놓고 함께 놀아주기도 다. 처음에는 두 세명이었다가 놀이를 구경만 하던 아이들도,


"저도 같이 놀아도 돼요?"


라며 다가오면 누구나 상관없이 놀이에 합류할 수 있다. 요즘 놀이터 바닥은 폐타이어로 된 폭신폭신한 매트가 깔려 있어 아이들과 달리며 놀기 참 좋다.


아이들은 의외로 전통놀이를 잘 모른다. 그래서 옛 놀이를 함께 하며 놀아주는데 최근에 함께 던 놀이는 '한발 뛰기'였다.


출처 : 스포츠 과학(운동심리학)-골프, KIDSTUD / (하늘목장★중고등부) | 둘째 날 한발뛰기


한발 뛰기는 술래를 제외한 아이들이 정지선부터 한 발을 뛰면, 술래는 그보다 한 발 적게 뛰어 먼저 뛴 아이들을 터치하는 게임이다. 터치되어 술래가 되기도 하지만 출발선까지 안전하게 도착하지 못하고 금을 밟거나 금 안에 발이 떨어져도 술래가 된다. 도움닫기를 무리하게 욕심껏 하면 제자리 뛰기로 출발점까지 되돌아오기가 어렵다. 단순한 놀이 같지만 과한 욕심이 화를 부른다는 삶의 원리까지 깨칠 수 있는 좋은 놀이이다.


도구 없이도 즐겁게 할 수 있는 놀이지만 상대적으로 체격이 작은 아이들을 위해 이끔이가 요령껏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는 것도 팁이다. 자칫 놀이하다 마음이 상해 울음바다를 만들 수도 있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시간만 낸다면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재미난 놀이들이 많이 있다. 우리의 전통놀이는 꾸준히 되살리기 운동을 하고 있지만 학교 체육시간에만 활용되는 것이 좀 아쉽다. 미디어 매체와 정형화된 장난감 등에 노출된 아이들도 함께 놀아 줄 어른만 있다면 얼마든지 땀 흘리며 즐거운 놀이를 할 수 있다. 아이들의 놀이 문화가 어느 순간 뚝 끊어져 동네 놀이터나, 공터에서도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흠씬 땀을 흘리며 협동하여 놀 수 있는 고무줄놀이, 다방구, 술래잡기, 얼음 땡, 발 뛰기와 같은 건강한 놀이가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신나게 뛰고, 크게 웃을 때 더 많이 성장한다.



4월 2주
사물 보고 글쓰기 "돌멩이"

5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다양한 글을 각각의 색으로 소개합니다. 주제는 그림책을 매개로 하여 선정됩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매일 한 편씩 소개됩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작가님들은 매주 일요일 주제가 나간 이후, 댓글로 [제안] 해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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