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도 언제든지 그럴 수 있다!

tvN '우리들의 블루스' 5회 시청 후.

by 로운

지난 4월 9일 첫 방송된 tvN '우리들의 블루스'는 이병헌, 신민아, 차승원, 이정은, 한지민, 김우빈, 엄정화, 김혜자, 고두심 등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옴니버스' 형식의 드라마이다. 특정 주연들만의 이야기를 큰 줄기로 삼는 다른 드라마와 달리 모든 배우들이 한 번쯤 자신의 이야기에 주인공이 되어 매 회차 보는 재미를 더해준 '우리들의 블루스 5화'에서는 청소년의 임신을 주제로 이야기가 펼쳐졌다.


제주 살이가 지긋지긋한 영주와 지고지순한 현이의 이야기가 5회 차의 중심을 이뤘다. 방송에서 '청소년의 임신'에 대해 다루고 있기에 결과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보는 이로하여금 내내 속상하고 화를 불렀다.


영주는 미래를 위해 낙태를 생각하고, 현이는 둘 사이에 찾아온 아이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한다. 영주는 고3이라는 현실과 앞으로 살아내야 할 미래와 꿈, 그리고 미성숙한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하지만 현이는 이상적인 이야기로 영주를 설득한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우리들의 블루스 5회 차'는 보는 내내 불편했다. 어쩌면 고3 딸아이를 키우고 있어 감정이입이 더 많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tvN '우리들의 블루스'


어려운 발걸음으로 영주는 병원을 찾는다. 진료실에 들어서니 남자 의사가 앉아있고 영주는 멈칫한다. 그 마음이 십분 이해가 되었다. 첫아이를 임신하고 '여의사 산부인과'를 찾아 검색하던 내가 떠올랐다. 들어설까 말까를 고민하는 그 멈칫거림이 마음에 와닿았다. 어렵게 자리에 앉은 영주에게 남자 의사는 내내 불친절했고, 그 표정에서 비웃음이 묻어났다. 거칠고 무례한 태도로 반말을 일삼고, 청소년 임신이라는 불안한 과정을 겪어내고 있는 영주를 한껏 조롱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엄마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그의 태도가 무척이나 화가 났다. 그러면서 드는 의문이, 요즘에도 저런 의사가 있을까? 싶었다. 세상이 변하고, 청소년의 임신은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청소년의 임신은 피했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환자로, 고객으로 그들이 터부시 될 이유는 전혀 없다. 나이와 상관없이 의사로서 환자를 대하는 태도는 존중과 공감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tvN '우리들의 블루스 5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여곡절 끝에 '낙태'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병원을 향한 영주에게 의사는 굳이 '아기의 심장소리'를 들려준다. 영주는 오열했고, 제발 심장소리를 듣지 않게 해 달라고 호소한다. 결국 아이를 낳기로 결정하게 되는 그 과정을 작가는, 연출자는 '꼭 이렇게 그려내야 했을까?' 생각하며 시대가 변했어도 우리의 편견은 변하지 않았음을 여실히 느끼게 하는 장면이 씁쓸하다.


언젠가 앵글이와 약국에 가서 콘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일반형은 되는데 고급형은 왜 안돼?) 편의점과 약국에서 콘돔을 구매할 수는 있지만 미성년자에게는 특수형을 팔 수 없다는 앵글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의문이 생겼었다. 약사법이 아닌 청소년 보호법에 해당하는 내용이라는 강준 작가의 댓글을 읽고도 마음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청소년기에 성관계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하지만 그래야 할 이유가 '학생이어서'라고 못 박고 싶지는 않다. 앵글이와 청소년기의 성과 임신, 피임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그 이유는 단지 '학생이기 때문에'라기보다 '내 몸을 바로 알고 건강하게 지키기'위해서 필요한 교육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몇 년 전 홀로 임신기간을 보내고, 복대로 부른 배를 감싸며 열 달을 지낸 청소년이 공중화장실에서 아이를 낳고 유기한 후 한 달여 시간이 지나 경찰에 인계된 사건이 신문에 보도되었다. 취재 과정에서 내가 놀랐던 사실은 콘돔을 구입하기 부끄러워 검정 비닐봉지를 콘돔 대신 사용하였다는 내용이었다. 청소년의 콘돔 구입이 자유롭지 않은 우리나라는 살 수는 있으나 시선을 견뎌야 하고 그 시선이 불편한 아이들은 차선의 방법을 고안한다.

콘돔 대신 랩을 사용한 기사를 읽으며 앵글이와 함께 대화를 나눠보았다.


"앵글아, 이 기사를 읽고 무슨 생각이 들어?"

"청소년이 성관계를 하는 것은 안 되는 일이지만, 이 정도 준비도 없이 관계를 하려고 하는 건 더 문제라고 봐."

"콘돔을 사용해도 피임 확률이 100%가 될 수 없는데, 비닐봉지나 랩을 사용한다면 피임이 전혀 안될 수도 있겠지..."

"엄마, 청소년은 숙박업소에 들어갈 수가 없어. 민박도 남, 녀 둘이 가면 숙박이 안돼. 그럼, 청소년은 비어있는 자기 집이나 공공장소 중 후미진 어느 곳에서 관계를 해야 한다는 결론인데, 그렇게까지 해서 관계를 하는 것이 더 문제인 것 같아."

"그렇지. 여성의 몸은 유리처럼 연약해. 신기한 것은 뇌와 질은 통증을 느낄 수가 없다는 거야. 비닐봉지를 사용해도 통증을 느낄 수는 없지만 연약한 여성의 질은 상처가 나겠지? 당연히 위생적이지 못하니 염증을 유발할 수도 있고 말이야."

"나는 이런 생각을 한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돼. 결국 여자의 몸만 더 나빠지는 거잖아."

"그래. 자신의 몸을 더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충동적으로 이런 감정이 일더라도,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하면 그런 상황이 되었을 때에도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한번 더 생각할 수 있을 거야. 네가 그랬으면 좋겠어."

"엄마, 그런 걱정은 하지 마. 난 내가 너무 소중하거든."


자궁이 미성숙한 청소년기 임신은 여성의 건강에 치명적이다. 청소년기 임신은 초기 발견이 어렵고, 청소년의 임신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음지로 숨게 만든다. 인터넷에 의존하여 방법을 찾으려 하니 불법적인 유혹에 넘어가기 쉽고, 수술 시기를 놓쳐 출산을 해야 할 상황에 놓일 확률이 높다. 미성숙한 청소년의 임신은 적절한 영양공급의 부재로 기형아 출산율을 높이고, 소파수술로 인해 영구 불임이 될 확률도 높아진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성관계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니라 성관계 후 책임을 질 수 있게 된 것, 즉 어른이 될 준비가 되어가는 과정을 비로소 걷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청소년기 임신의 의학적 문제에 대해 자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제대로 알고 있는 자녀는 사고의 위험에서 한 걸음씩 물러난다. 또래들과의 상호작용으로 알음알음 아는 것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들이 알고 있는 지식은 무작위로 노출된 떠도는 가십에 불과하다.


여아의 경우 초경이 시작할 때부터, 남아의 경우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적극적인 성교육은 절실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아 보여도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정보에 노출되어있고, 그들이 아는 지식은 잘못된 경우가 더 많다. 뉴스에 보도된 자료들을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는 것도 좋다. 어린이, 청소년을 위해 출간된 책들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우리의 소중한 자녀들이 자기 몸을 더 아끼고 사랑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부모의 노력과 교육이 필요하다. 부끄럽고, 민망한 이야기가 아니라, 꼭 필요하고 절실한 것이 바로 내 자녀를 위한 성교육이다.


'내 아이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는 없다. '내 아이도 언제든지 그럴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대비해야 한다.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일이 내 앞에 닥쳤을 때 당황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내 아이의 편에 서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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