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운 Jun 03. 2022

참 좋은 이웃, "덕분에 감사합니다."

마을 잔치를 앞두고 단장이 시작되었다. 다행히 산들산들 바람이 불어 주었다.


산책로에서 불어오는 바람결을 따라 짙은 풀내음이 났다. 예초 작업과 함께 베어진 풀들이 아우성이다. 마치 떠나가기 아쉬워 마지막 몸부림을 치듯 양껏 내뱉는 풀내음이 참 좋다.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예초기 칼날에 쓸려 풀들이 튕겨져 나갔다. 예초기가 지나갈 때마다 풀과 함께 작은 돌멩이도 마른 흙도 함께 흔적을 남겼다. 아저씨가 지나간 길을 거슬러 가면 풋풋한 풀내음이 코끝을 자극한다. 아무리 훌륭한 조향사도 자연의 향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풀들이 내뱉는 녹색 향기가 가슴속까지 향긋하게 채워주는 것 같았다.


예쁘게 단장해주신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잔치에는 먹거리가 있어야 잔치 맛이 난다. 역시 먹거리 장터가 단연 인기다. 작년처럼 각 가정에서 각자 용기를 준비해오셨다. 줄만 서면 음식값은 없다. 오가는 풍성한 인심에 마음도 함께 든든히 채워주는 것 같다.  


실내에서 음식을 나눌 수 없어서 준비해 온 그릇에 음식을 나누어드렸다. 길게 드리워진 줄이 짜증 날 법도 하지만 오늘은 마을 축제라 마을 주민들 마음도 여유롭다. 간혹 아이들이 기웃거리면 살짝 끼워주기도 가능하다.


먹거리 축제

음식을 들고 가족끼리 아파트 내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나눠 먹거나, 미리 준비해둔 야외 테이블에 모여 앉은 가족도 있다. 소풍 나온 느낌이 물씬 난다. 떡볶이 꼬치어묵, 닭갈비, 해물 부추전, 꿀떡과 절편, 그리고 카페테리아에서 아이스티와 커피를 나누어 드렸다. 역시 "먹는데서 정난다."는 속담이 찰떡이다.


나눔축제와 체험교실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는 체험 행사가 진행되었다. 며칠 전부터 천막을 치고 손님 맞을 준비가 한창이었다. 미리 신청을 받아 아나바다 행사를 준비했다. 많은 주민들이 참여해 주셔서 마당이 풍성해졌다. 꼬깃꼬깃 쌈짓돈을 들고 나온 아이들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맘에 드는 물건 고르기에 여념이 없다.


작년에 가장 인기 있었던 달고나 만들기 체험과 마당놀이 공간을 만들었다. 청테이프로 마당에 오징어 게임, 팔망줍기, 제기차기 공간을 그려놓았더니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흥을 돋아주었다. 커뮤니티에서는 양말 목으로 티 매트 만들기, 캘리그래피 책갈피 만들기, 네일아트, 어린이 기자단 체험 수업이 있었다. 재료비도 수강료도 무료이다. 사뭇 진지하게 참여하는 마을 주민들의 참여로 올해 봄맞이 축제는 모두가 행복한 행사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더불어 살아야 사람 냄새가 난다. 작년 마을 축제에는 거리두기가 한창이라 열체크와 방명록을 작성하고, 동선을 고려해 금줄을 쳤다. 봉사하시는 주민들도 참여하는 분들도 축제를 누리기에 제한이 많았다. 먹거리 축제 공간의 줄도 1M 간격을 두고 표시를 해 두느라 동대표님들이 몇 날 며칠 수고해 주셨다.


여전히 코로나로 조심스럽지만 두려움은 조금 내려놓은 듯하다. 참여하는 마을 주민들의 활짝 핀 표정에서 활기가 느껴졌고, 서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풍요로운 하루를 보냈다. 서로 교류하고 나눌 때 사는 맛이 나나보다. 오랜만에 시끌벅적한 마을 풍경이 물먹은 솜처럼 늘어졌던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웃음소리가 넘쳐나고,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 이곳이 내가 사는 마을, 우리 동네다.










작가의 이전글 왜 여자들은 줄을 서야만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