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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Jun 20. 2022

커피 좋아하세요?

커피 좋아하세요?


커피에서 느껴지는 맛, 아시죠?

카페에 가면 산미가 느껴지는 맛과 고소한 맛 중 선택하게 합니다. 하지만, 커피를 어떤 맛이라고 산뜻하게 표현하기는 어렵습니다. 커피의 맛은 향과 함께 느껴지는 것이라 커피 본연의 맛이라기보다는 향이 주는 맛일 수도 있겠습니다. 로스팅 정도에 따라 꽃향기가 나기도 하고, 초콜릿향, 단향, 캐러멜향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 향과 함께 달고, 쓰고, 시고, 고소한 끝 맛이 느껴지는 것이죠. 


저는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실 때에는 산미가 느껴지는 원두로, 라테로 마실 때에는 묵직하고 고소한 맛이 느껴지는 원두를 선택합니다. 커피 맛을 모를 때는 달콤한 맛으로, 때로는 우유의 고소맛이 좋아 커피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죠. 커피와 친숙해진 후부터는 커피 본연의 맛을 다양한 방법으로 즐기고 있답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제가 느끼는 커피의 향과 맛이 그렇습니다.


애정 하는 커피메이커


맥심 모카골드와 동고동락하다가 맞이한 [커피메이커] (사진 속 커피메이커는 세 번째 머신입니다.) 


분쇄 원두를 거름망에 넣고 물을 채운 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저절로 커피가 내려집니다. 뒷정리도 번거롭지 않은 커피메이커는 획기적인 애용품이 되어주었죠. 그리고 취향에 따라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매력도 있습니다. 옅은 커피맛을 즐기는 편이라 보리차보다 살짝 진한 강도로 커피를 내려봅니다.


한 잔이 두 잔 되고 두 잔은 세 잔 되어 물 대신 커피를 마시게 되었죠. 갈증도 해결해주고, 심심한 입맛도 달래주며, 향긋한 커피 향으로 마음까지 주니 일석 삼조입니다. 그렇게 커피메이커와 친해진 어느 날부터 이십여 년 동안 매일 아침 함께 해 준 커피메이커는 뒷방 골동품이 되어갑니다.


선물받은 베트남 위즐 에스프레소 기구


선물 받은 베트남 위즐 원두에 에스프레소 기구가 함께 포장되어 있었습니다. 겉보기에 부실해 보이는 기구를 보며 '커피가 내려질까?' 싶었지만 아주 맛있게 내려집니다. 아이디어 상품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특유의 단맛과 고소한 향이 가득 퍼지는 위즐 커피의 맛은 커피에 입문하는 분들에게 안성맞춤입니다. 선물 받은 커피를 거의 다 소진하고 재구입을 하려고 찾아보니 '사향 커피'의 한 종류였습니다. 위즐 커피는 사향 족제비에게 커피 열매를 먹이고 소화시키지 못해 배설된 원두를 가공해서 만든 원두입니다.


베트남 사향 족제비는 잘 익은 커피 열매를 좋아해서 자연 상태에서 커피 열매를 따먹게 됩니다. 과육은 소화시키지만 씨앗(생두)은 고스란히 배출하죠. 이를 세척한 뒤 햇볕에 말려 생산한 것이 커피 위즐이라고 합니다. 베트남 현지에서 사향 족제비를 방목해 사육함으로써 사향고양이(루왁) 커피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동물 학대도 최소화했다고 하네요. (출처 : 에너지 경제신문 2015.08.26 요약)



한 동안 원두 분쇄할 때 올라오는 향이 너무 좋아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마셨습니다. 수동 그라인더에 원두 넣은 후 손잡이를 돌리면 원두가 분쇄되어 서랍 속에 차곡차곡 쌓입니다. 원두가 분쇄되며 고소하고 달큼한 향이 슬그머니 올라옵니다. 그 향이 너무 좋아 매일 아침 원두를 분쇄해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케냐,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등 좋아하는 원두를 소량씩 구입하여 내려마시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족 모임으로 8잔의 커피를 내리려고 원두를 분쇄하게 되었습니다. 갈고 내리고, 갈고 내리 고를 반복하다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장비 갖추기 딱 좋은 기회입니다. 때는 이때다 싶어 자동 분쇄기와 에어로치노(라테용 밀크폼 제조기)를 구입했죠.



자격증 없는 바리스타지만 원두의 굵기에 따라 맛과 풍미가 달라지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시행착오 끝에 스스로 통달한 방법으로 가끔은 수동 분쇄기를 활용해 맛나게 한 잔 내려마십니다. 여유로움을 가득 안겨주는 귀한 시간, 향으로 한 번, 기다림으로 두 번, 맛으로 세 번 감동하게 하는 커피를 어찌 애정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사진을 찍으려고 보니 남아있는 믹스커피가 이 정도입니다. 아이스라테를 만들 때에는 우유 2/3컵, 연유 2~4큰술, 카누 블랙 한 포를 넣은 후 자동 거품기로 돌려주면 카페에서 마시는 아이스라테가 부럽지 않은 맛이 납니다. 얼음 동동 띄우고, 달고나 조각을 듬뿍 얹어주면 달고나 커피로 변신하죠. 머신으로 에스프레소를 뽑아내면 물이 섞여 우유맛이 옅어지지만 분말 커피는 수분 함량이 없으니 우유의 고소한 맛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여름이 다가오는 요즈음, 달달한 라테 한 잔 어떠세요?



커피메이커와 반자동 드롱기를 거쳐 입문한 캡슐 머신은 신세계로 이끌어주었습니다. 캡슐 머신이 흔하지 않을 때 해외 직구까지 동원해가며 맞이한 첫 번째 반려 머신은 네스프레소 픽시입니다. 번거롭지 않고 맛과 풍미도 손색없는 캡슐 하나는 분주한 아침이 주는 여유로운 시간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매일 한 잔의 커피를 번거로움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해 준 고마운 픽시입니다. 소소한 사치를 즐기게 해 주는 머신이었죠.



네스프레소 버츠오는 라테에 제격입니다. 사용해보니 픽시는 아메리카노, 버츠오는 라테에 최적이었죠. 머신을 바꾼 후 남편도 앵글이도 하루 두 잔 정도 커피를 즐깁니다. 카페인 과다복용 예방을 위해 한 잔 이상을 마시게 될 때는 디카페인 커피를 권하고 있습니다. 붉은 선이 둘러진 캡슐이 디카페인입니다. 믹스로 판매되는 디카페인 커피는 일반 커피와 비교했을 때 살짝 부족한 맛이 느껴지지만 네스프레소 디카페인은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카페인에 취약한 커피 덕후들에게는 안성맞춤이죠.


휴일 아침, 아티 카페로 마실을 나가봅니다. 오전 10시, 사장님께서 카페 입구 작은 정원에 물을 주고 계셨습니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꽃들이 시원해 보였어요.



오늘도 손님이 되어 카페에 들어섰습니다. 3주째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방문했더니 사장님께서 첫눈에 알아보시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셨습니다. 이렇게 단골이 되어가는 거죠.

늘 앉던 자리에 노트북을 내려놓고 커피를 주문합니다. 좋아하는 얼그레이 케이크와 함께 말이죠.



원두 분쇄되는 소리 후 잠깐의 찰나, 커피 향이 솔솔 풍겨옵니다. 고소한 쿠키향이 나는 것도 같고, 초콜릿 향이 나는 것도 같습니다. 달달한 향기가 거칠어진 마음을 다독여 주는 것도 같네요. 그리고 사장님의 손에 들려 테이블로 다가옵니다. 작은 카페의 매력은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 어딜 가나 키오스크가 주문을 받고 벨이 울리면 손님이 직접 서빙을 합니다. 주고받는 인사도 없이 기계적인 움직임이 가득한 장소가 되어가는 것이 좀 아쉽기도 합니다.


정성스레 가져다주신 커피를 들고 '흠~' 향을 한 번 들이키고, 한 모금 입 안 가득 채워봅니다. 조금 전 공간을 채우며 달려오던 향과 맛에서 느껴지는 향은 조금 다릅니다. 커피의 쓴 맛, 우유의 부드러운 맛, 연유의 달콤한 맛은 느껴지지만 살랑이는 바람결을 타고 오던 쿠키나 초콜릿의 고소하고 달달한 향은 느껴지지 않네요.


집에서 커피를 내릴 때도 이런 느낌입니다. 고슬고슬 분쇄 원두를 꾹꾹 눌러 넣고  뜨거운 물을 둥글게 돌려 조금씩 채우면 거품이 뽀글뽀글 올라오며 유혹적인 향이 코끝을 간질입니다. 속도 없이 한 방울, 두 방울 천천히 떨어지는 커피를 기다리며 조바심이 납니다. 이름도 다양한 원두를 구입해서 매일 다른 커피를 마시지만 내릴 때 목안 가득 채워주던 향과 맛으로 느끼는 향은 조금 다릅니다. 원두의 이름도 다르고, 향도 다르지만 맛은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쓴 맛!  ! 고소한 맛!


젊음을 무기로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서 지금은 즐기고 싶어도 제한된 횟수만큼만 마실 수 있습니다. 커피 다이어트 중인 거죠. 커피 다음으로 좋아하는 차는 "포트넘 앤 메이슨"의 스트로베리입니다. 선반 하나를 가득 채울 만큼 온갖 유명한 차를 갖추고도 늘 커피를 먼저 찾게 되네요.


오후에 즐기는 차들


커피는 오전에 딱 한 잔! 공복에는 안됩니다. 식빵 한 조각이라도 든든히 채운 후 마셔야 하죠.  낮 12시가 지나면 커피를 마실 수 없습니다.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오후에 커피를 마시게 되면 영락없이 밤샘 각입니다. 알면서도 마시게 만드는 커피는 뽀통령과 견주어도 이길 것 같습니다.


매력이 철철 넘치는 커피,

글을 쓰다 보니 '커피'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지네요. 달고 쓰고 시고 고소한 맛이 나지만 대체할 수 없는 매력으로 똘똘 뭉쳐진 커피, 한 번 친해지면 영영 떠나지 못하도록 발목 늘어지는 커피처럼 유혹적이고 대체 불가한 사람이 되고 싶어 졌습니다. 그리고 제가 유혹하고픈 사람은 바로, 


당신입니다.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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