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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Oct 31. 2022

누나의 덕질

보글보글 10월 넷째 주

고3 앵글이는 틈 날 때마다 동글이 어릴 적 사진과 영상을 봅니다. 외장하드에 모아둔 사진을 보고 또 보다가, 핸드폰에 옮겨 담아 다시 열어보며,


"엄마, 너무 귀엽지 않아? 내 동생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귀여워서 그래."

"그런데 앵글아~ 지금은 안 귀여워?"

"안 귀엽지... 그런데 지금 모습을 한 5년쯤 지난 뒤에 보면 다시 또 귀엽게 느껴지겠지?"


앵글이의 덕질은 꼬마 동글이에 한해서입니다. 현재의 앵글이는 동글이에게 폭탄 같습니다. 아주 무섭고 살벌한 잔소리 폭탄에 동글이는 누나만 등장하면 바짝 긴장합니다. 유아독존 동글이의 천적과도 같은 존재가 앵글이입니다. 우리 부부조차 앵글이의 단호함에 깜짝 놀랄 때가 있지만 누나의 훈육이 시작되면 입을 꾸욱 다뭅니다. 집에 무서운 사람 한 명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동글이가 얼마나 누나를 무서워하는지는 앵글이 없이 외출할 때 확연히 느낄 수 있습니다. 엄마, 아빠와 셋이 외출할 때 차 안에서의 동글이는 한껏 자유로와 보입니다. 자기도 모르게 수다와 노랫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죠. 뒷자리에서 누웠다 앉았다 앞으로 다가왔다 기댔다를 반복하며 한껏 신이 난 동글이에게 아빠가,


"동글아~ 너 유난히 신나 보인다?"

"엄청 신나지..."

"혹시, 누나가 없어서 말이 많아진 건가?"

"그런~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입니다. 앵글이가 차에 함께 오르면 동글이 단도리부터 시작합니다.


"동글!! 뒤로 기대앉아서 벨트 매!"

"동글!! 한 번 말하면 들어야지! 누나가 기대서 똑바로 앉으라고 했어 안 했어?!"

"동글!! 좀 조용히 가자. 할 말 있으면 또박또박 한 번만 말해. 계속 꿍얼거리지 말고!"


쭈글이가 된 동글이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요? 그럴 리가요. 동글이는 누나의 무서운 호령에 입을 꾹 다물고 꾸물꾸물 뒤로 기대앉습니다. 그러다가도 5분만 지나면 이내 긴장이 풀어집니다. 그러니 또 잔소리를 들을 수밖에요. 둘이 어쩜 이렇게 다를까요?


더 신기한 건 이렇게 무섭게 야단치던 앵글이가 밖에 나가면 동생 손을 놓지 않는 겁니다. 동글이 태어나 지금까지 외출하면 앵글이의 시선이 동글이만 따라다녀요.


"엄마, 쟤 지금 뭐 하고 있는 것 같아? 엄마, 아니 주위를 살피면서 있어야지 저렇게 멍 때리고 있으면 어떡해!"


천방지축이라 주위를 살피지 않는 동글이를 따라 단속하고 챙기는 건 언제나 앵글이 입니다.


핸드폰으로 영상을 옮기는 앵글이의 뒷모습


앵글이 핸드폰 클라우드에는 동글이 사진이 가득합니다. 반복해서 보다 이미 욀 지경인 듯한데 어쩜 볼 때마다 새로운 듯 반응하는지 그런 앵글이가 더 신기합니다.


"엄마, 이것 좀 봐봐. 얘는 어쩜 이렇게 맨날 신이 나지? 사진을 보면 다 웃고 있어."


사르르 핑거스틱이 입술에 붙었어요
무언가에 집중만 하면 꾹 다문 입술이 튀어나와요


울음 끝이 짧은 동글이는 애앵~ 애앵~ 두세 번이면 이내 잊고 방긋 웃습니다. 간혹 울음이 터져도 10초 정도면 그쳤던 동글이라 울고 있는 사진이 귀합니다.


"엄마, 아기가 울고 있는데 안 달래고 사진을 찍었어? 엄마도 참..."

"우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귀한 장면이라... ㅎㅎㅎ"

"아이 키우는 게 보통일이 아니네~ 엄마도 참 대단하다..."


세상 서러운 말 "이놈!!"


육아 평을 늘어놓기도 하고 혼자 큭큭 웃기도 하며 동생 덕질을 하는 앵글이가 고맙습니다. 터울이 많이 나다 보니 조카 같은 마음이 드는 걸까요?


시험이 다가오니 조증과 울증이 반복되는 앵글이입니다. 마음이 가라앉을 때면 한참이고 영상을 되돌려보는 앵글이의 동생 덕질은 엄마 입장에서 감사할 일입니다.


주인공이 입 맞출 때마다 까르르 웃는 동글이

알고 웃는 걸까요? (*^^*)

오늘도 앵글이의 동생 덕질은 ing입니다.


보글보글 10월 넷째 주 "덕질"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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