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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작세 Nov 01. 2022

속이는 재미에 푹 빠졌다.

보글보글 매거진 10월 5주 차 글놀이 '덕질'

제가 이러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크고 작은 거짓말도 해보았고

아주 가끔은 누군가를 속여 본 적은 있었어도

상대를 기만하고 속이면서 이토록 큰 기쁨을 느끼리라고는 전혀 몰랐었습니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먼 길을 달려가서 긴 시간을 기다렸기에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왔음을 느끼는 순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그녀의 가냘픈 몸이 움직일 때는 너무 짜릿합니다.

그동안 나를 기다림에 지치게 했던 그녀에게 복수라도 하는 것 같아서

그녀를 완벽하게 속였다는 것만으로도 제가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속는 그녀 입장에서는 어처구니도 없고, 속고 나서 속았다는 것을 깨달을 땐 이미 아픔이 엄습하고 있어 몸부림을 치다가 결국은 제 풀에 꺾여버리는데,

그 모습을 보며 즐거움에 함박웃음을 웃는 저의 모습은

거의 사이코패스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상대를 속이는 것도 부족해서, 아주 힘들어하는 것을 빤히 보면서도 희열을 느끼니

너무 잔인한 것 같은데

너무 재미있어서 그만둘 수가 없으니

이보다 더 악랄한 덕질이 어디 있겠습니까?


덕질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저였는데,

날씬한 몸매에

찬란하게 빛나는 은빛 옷을 걸쳐 입고

현란한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

덕질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녀를 알게 된 지는 겨우 2년.

그나마 첫 해는 잘 알지 못해서 만나는 게 쉽지 않았었습니다.

본격적인 만남은 올해 8월부터 시작되었지요.

그녀를 속이는 재미가

만나기 전에는 '재미있을 것 같다' 정도였는데

만난 후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어서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있는 곳에 다다라서도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와 기다림이 필요하지요.

그래도 그 유혹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지금 저는,

그녀를 속이는 재미에 푹 빠져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갈치입니다.


로운 작가님의 글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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