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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Nov 16. 2022

딸아이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전 날, '엄마도 처음이라.'

고3 엄마의 수능 전 기록

"앵글아, 시험 어느 학교에서 보니?"

"아직 모르지..."

"며칠 남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보는지도 몰라?"

"17일이 시험이니까 16일에 알려줄걸?"

"그래? 부정행위 예방하려고 그러는 건가?"

"뭐... 그럴지도?"


앵글이는 덤덤한데 며칠 전부터 시험 보는 꿈을 꿉니다. 배도 안 고프고 소화도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엄마, 나는 괜찮은데 엄마가 왜 긴장하고 그래..."

"그러게 말이야. 나도 수능 보는 딸은 처음 키워봐서..."

"엄마, 이번 주에는 학교 안 가. 아마 전국 고등학생 전체가 온라인 클래스일걸?"

"시험장 정리하느라 그런가?"

"그건 것 같아..."


시험이 다가오니 시간이 더 안 가는 것 같습니다. 2주 전까지만 해도 두 달 정도 더 남았으면 좋겠다 싶더니만 막상 시험 주간이 되니 하루하루가 더디 가네요. 어제는 이것저것 챙기던 앵글이가 달려와,


"엄마, 주민등록증이 안 보여."

"잘 찾아봐."

"생각해봤는데 원서 접수하는 날 사용하고 그 뒤 사라진 것 같아."

"엉뚱한 데서 나올 거야. 주민등록증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하지?"

"선생님께 여쭤봤더니 주민등록증 발급 신청확인서를 받아오래."

"그래도 다행이다. 시간 여유가 있으니 말이야..."

"내일 소집일 갔다가 주민센터 들러서 발급받지 뭐."


오전 10시, 수험표를 받으러 학교에 갔습니다. 재학생들은 각 반 담임 선생님께 받아오니 금세 끝나지만 n수생들은 길게 줄지어 수험표를 받습니다. n수생들은 수험표 받는 것조차 녹록지 않네요.


2023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 수험표


저도 받아봤던 수험표인데 앵글이가 받아 온 수험표를 보는 느낌이 남다릅니다. 엄마는 처음이라 그런가 봐요. 수험표만 받아 들었는데도 감회가 남다릅니다. 마치 한 번도 시험을 치러본 적 없는 것처럼요.


"엄마, 시험 보는 학교 앞에 들렀다 가자."

"그 학교 어딘지 엄마는 아는데?"

"그래도 가 보고 싶어. 시험 장소가 어디인지 확인도 좀 할 겸..."


유난히 안개가 자욱한 아침, 모두 같은 마음으로 차를 굴려 시험을 치를 학교 앞으로 줄지어 갑니다.


"엄마, 저 앞에 있는 차들도 다 OO고등학교로 가는 것 같지?"

"아마도... 근데 왜 이리 떨리지?"

"엄마가 왜 떨어... 나도 괜찮은데..."


이상합니다. 다른 엄마들 마음도 제 맘 같을까요?


시험장 확인 후 주민센터로 갔어요. 앵글이는 번호표를 뽑고 대기의자에 앉았죠.



"저, 내일 수능 보는데 주민등록증을 잃어버렸어요."

"재발급 신청하면 확인서 확인서 발급해드릴게요. 그런데 사진은 6개월 내의 사진인가요?"

"음... 봄에 발급받을 때 찍은 사진인데요...?"

"주민등록증 발급받았을 때 사용했던 사진 하고 같네요... 6개월이 지나서 사진이 달라야 해요. 근처에 빨리 인화되는 사진관에 가서 찍고 올래요?"

"음... 수능 사진 받은 것도 돼요?"

"그럼요..."


사진을 바꾸러 집으로 다시 갔다가 오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시험 전에 알게 돼서 다행이다 싶었어요. 혹시 몰라 사진을 두 장 가져갔는데 한 장이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또 집으로 왔다 갔다 할 뻔했지 뭐예요? 발급 신청 확인서가 필요할 때에는 사진을 꼭 2장 준비해야 해요.


주민등록증 발급 신청 확인서

이제 시험 볼 준비 완료입니다. 수험표를 받으러 갔다가 학부모회에서 미리 준비해 주신 선물 꾸러미도 받아왔어요. 샤프심, 수정액, 지우개, 핫팩, 초콜릿 등을 넣은 꾸러미가 실속 만점입니다. 너무 감사한 선물이에요... 소화 잘 되는 음식으로 점심을 먹고 싶다는 앵글이와 함께 1인 샤부샤부를 메뉴로 선택했어요.

 

샤브보트에서 각각 한 냄비씩


드디어 하루 앞으로 다가왔네요. 2004년생들은 고입과 동시에 코로나로 2년의 시간을 보냈죠. 고등학교 입학식도 못했고, 현장체험학습도 수학여행도 없었어요. 학교생활도 누려보지 못하고, 고1 때에는 50일도 채 학교에 가지 못했습니다. 생기부에 필요한 활동도 2년의 멈춘 시간 때문에 원하는 만큼 채워 넣지 못했을 거예요. 아이들의 아쉬운 마음을 어찌 채워줄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동안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최선을 다한 아이들을 응원해주고 싶습니다.


두근두근 떨리기도 하지만, 내일 하루 잘 보내면 여유로운 시간이 찾아올 것 같은 기대감으로 설레기도 합니다. 앵글이도 같은 마음일까요? 학령기의 마무리가 수능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노력한 만큼 실력 발휘를 잘하고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2023학년도 수험생 여러분~ 파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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