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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Jan 05. 2023

이거슨~ 호떡인가? 공갈빵인가?

종로 체부동 명물 [술 화덕 빵] + 토속촌 삼계탕

어릴 때부터 다녔던 삼계탕집이 있습니다. 가벼운 고쟁이 쌈짓돈을 털어서 벼르고 별러 들렀던 삼계탕집을 찾을 때면 어머니께서는 '대통령도 다녀가신 어마어마한 맛집'이라는 수식어를 꼭 갖다 붙이셨습니다. 청와대 근처이다 보니 대통령이 다녀가셨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마주친 적은 없습니다만 어머니께서 그렇다시면 그런 거겠죠.


보양식이 필요할 때면 경복궁 옆 토속촌 삼계탕집에 갔었습니다. 국민학교 때부터 다녔으니 40년쯤 된 것 같습니다. 한옥 구들장 아랫목 뜨끈함이 있던 기억과 비 오는 날, 집과 집 사이 처마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던 기억이 가물가물 스쳐 지나갑니다. 추억 속에 남은 그 느낌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있는 토속촌은 그리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곤 합니다.


병치례를 한차례 한 후, 아이를 유산했을 때, 수술하고 난 뒤, 어머니는 토속촌에 데리고 가셨습니다. '국물까지 후루룩 다 먹거라!'시며 토속촌 삼계탕의 비법을 너만 알고 있으라고 속닥이셨습니다. 그 비밀을 여러분들께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건 저희 어머니만 특별히 알고 계신 특급 비밀이므로 어디 가서 소문내시면 절대 안 된다는 당부를 꼭 드리고 싶습니다.


아주 오래전 토속촌이 종로에 자리 잡았을 때 인근에도 삼계탕집이 있었더랬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토속촌은 언제나 사람이 바글바글하고 급기야 대통령도 다녀가셨다는 소문이 돌더랍니다. 안 그래도 인산인해인데 대통령이 다녀가셨다는 소문이 도니 이후 앉을자리도 없이 사람들이 몰려 백리 밖까지 줄을 서야 삼계탕을 맛볼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새벽녘부터 나와 줄을 서도 오밤중이 돼서야 삼계탕을 먹을 수 있게 되니 답답한 노릇 아니겠습니까? 문제는 주변 삼계탕집들입니다. 줄 서기를 포기하고 와서 먹어주면 좋으련만 굳이 토속촌만 고집하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야속하기까지 했답니다. 어느 날, 다른 가게 쥔장이 토속촌의 비법을 훔치려 염탐을 하는데 며칠이 지나도 삼계탕 삶는 모습을 구경할 수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24시간 번을 서가며 염탐을 하기로 맘을 딱 먹었습니다. 그리고 밤이 새도록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토속촌 주인장의 수상한 움직임을 발견하고야 말았습니다. 숨을 죽여 창문틈 사이로 지켜보는데 아 글쎄, 주인장이 커다란 독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가마솥에 넣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니 헉!! 커다란 뱀 서너 마리를 닭 삶는 가마솥에 넣는 것이었습니다. 숨어 염탐하던 옆집 삼계탕집 주인장은 '이것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겠구나!' 절망하며 걸음을 옮기고야 말았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이 이야기를 전하시며 '고기는 남겨도 좋으나 국물은 꼭 다 마시거라!'라고 하셨습니다. 이후 저는 지인들과 토속촌에 방문할 때마다 '국물은 꼭 끝까지 다 마시라!'라고 비법을 전수해 줍니다. 뱀을 고아 끓인 국물은 아닐지 모르나 정말 깊은 맛이 나고 맛있습니다. 참, 토속촌에는 어중간한 시간에 방문하셔야 기분 좋게 식사하실 수 있습니다. 긴긴 줄 때문에 식사 전 마음부터 상하면 안되니까 말이죠.


토속촌 입구에 줄을 선 손님들 / 간발의 차로 기다리지 않고 맞은 삼계탕

토속촌 뒤편으로 살짝 돌아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면 막걸리로 발효시켜 구운 '술(화덕)빵'집이 있습니다. 공갈빵처럼 생겼지만 달콤한 계피꿀이 듬뿍 들어 마치 호떡 같은 느낌이 드는 빵 맛이 꿀맛입니다. 바삭하고 쫀득하며 달콤한 빵을 후식으로 먹으면 안성맞춤입니다. (삼계탕으로 배가 든든해도 술빵 하나쯤 얼마든지 먹을 수 있잖아요? 아이참~ 저만 그런 건 아니잖아요? 그렇죠?)


맞은편 골목을 지나 통인 시장 방향으로 걷다 보면 작은 카페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디든 맛있으니 따뜻한 커피와 술빵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두런두런 걸으며 후식을 즐겨보세요. 포만감에 배가 꽉 차 있어도 순식간에 양손에 든 커피와 빵이 사라지는 진귀한 현상을 직접 체험할 수 있으실 거예요.


종로 체부동 명물 [술 화덕 빵]


친구들과 삼계탕과 술빵 그리고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뜨아를 곁들이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습니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토속촌에서 통인시장까지 순간이동 되어 있던 건 맛깔난 수다도 한몫했지만 말이죠.


쌀쌀한 날씨에 헛헛하시거든, 든든하게 삼계탕 보양하시고, 달콤 쌉싸래한 술빵과 커피로 마음을 달래 보시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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