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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Jan 13. 2023

딸기, 왜 이제야 왔니...

부부의 설 명절 선물 구입기

아이들이 딸기를 좋아한다는 건 이미 수년에 걸쳐 습득되었기에 충분히 알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마트에 갈 때마다 딸기로 눈이 갔지만 가격표를 볼 때마다 고개를 돌렸다. 1kg 한 박스에 19,500원은 너무 비싸다. 딸기,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비의 문제였다. 딸기를 좋아하는 우리 집 남매는 1kg 한 박스를 한 자리에서 해치운다. 어쩔 때는 그도 아쉬워 '엄마, 딸기 더 없어?'라고 외치기도 하는 동글이다. 동글이의 만족도를 채우기 위해서는 한 번에 1kg 두 박스 정도는 사 와야 안심이다. 그런데 한 자리에서 2만여 원의 딸기 두 박스, 4만 원을 해치운다는 건 주부 입장에서 충분히 사치스럽다 느껴지기에 잘 볼 때마다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의 행복도만 따지자면 4만 원 정도 투자하는 것이 아깝지 않다. 그런데, 딸기는 한 번 시작하면 겨우 내 딸기가 메인 간식이 되고 만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동글이를 마트에 동반하지 않은 지 꽤 되기에 딸기를 들여오지만 않는다면 딸기가 마트에 진열되어 있음을 알지 못할 것이라 여겼다. 그렇게 딸기가 마트에 등장하고 두 달여 시간을 외면하며 지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줄 알면서 외면하는 일은 쉽지 않다. 단골 마트의 청과 부장님은 정말 약았다. 꼭 딸기를 입구에서 제일 잘 보이고 빛나는 곳에 진열을 해 둔다.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아이들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딸기 박스를 들고 들어설 때 환호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는 일은 꽤 즐겁다. 그래도 마음을 꾹 누르는 것은 한 번 시작하면 매일 딸기 두 박스씩 날라야 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명절 선물 구입을 위해 gogo


명절이 다가오고 있다. 이때마다 남편과 주변에 선물할 상품을 고르느라 마음을 쏟게 된다. 고민이 많이 될 때 습관적으로 고르던 정관장을 이번 설에는 건너뛰기로 했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참신한 것이 없다. 명절 선물은 택배로 전달되기에 겉 포장지도 중요하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크라프트박스나 노끈, 5cm 박스 테이프로 칭칭 감겨 전달되는 것은 왠지 마음에 들지 않다. '택배로 받더라도 알만한 포장지로 정갈히 포장된 선물이 전달되면 받는 이의 마음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 우리 부부의 생각이다. 선물은 정성이니 말이다.


백화점 이벤트홀에 들어서니 각종 선물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상품을 안내하는 직원들의 호객행위는 재래시장보다 더한 것도 같다. 몇 바퀴 돌다 보니 그날의 할당량이 있어 분량을 채우기 위한 노력임을 알게 되었다. 우리의 물량이 많다 보니 그분들의 눈빛에 절실함이 어른거렸다. '제발 우리 칸에서 주문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적당한 상품을 선택하고 직원과 가격 조율을 했다. 우리는 현명한 쇼핑을 했다며 기쁨의 하이파이브를 날렸고, 아래층 동생에게 명절 선물을 준비하려면 조율된 가격으로 주문해 주겠다는 전화를 넣었다. 그런데 되돌아오는 말이, '언니, 로켓으로 주문하면 그것보다 싼데? 난 인터넷으로 주문했어.'였다. 즉석에서 검색을 해 보니 대형마트, 백화점에서 진열된 상품과 같은 상품임에도 인터넷 쇼핑몰과 가격차가 너무 컸다.


우리에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졌다. 좋아하는 화이트 초콜릿 모카를 주문하고 카페에 앉았다. 달달한 커피가 들어가니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았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초심을 잃지 말자고 마음을 모았다.


물량이 많이 밀려있는 백화점들은 명절 전날까지 배송하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고민하느라 시간을 사이 배송물량이 많아져 밀려버린 것이다. 지난 명절까지만 해도 한 달 전쯤 움직였었는데 금번 명절은 일찍 움직인다고 했어도 일주일 남짓 남은 상태라 배송 문제와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돌고 돌다 고양 하나로 마트에 갔더니 다행히 배송일을 맞춰줄 수 있다고 했다. 남편이 주문서를 작성하는 동안 아이들에게 사다 줄 간식거리 장보기를 시작했다. 역시 딸기는 언제나 눈에 제일 잘 띄는 곳에 반짝이며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딸기를 사 갈까?' 마음이 동할 때 눈에 들어온 가격표가 내 마음을 울렁이게 했다. '얏호!' 환호성이 터졌다. 명절선물을 안전하게 구입한 사실보다 딸기 가격이 마음에 쏙 드는 착한 맛이라는 사실이 더 기쁜 것은 어쩜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달달한 딸기향 가득~~~♡


딸기 1kg 한 박스 5,990원, 1인 두 박스, 6,000원 할인!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그래서 딸기를 구입했다. 맘 같아서는 진열장에 있는 딸기는 모두 들고 오고픈 마음이었지만 제한 수량과 냉장고 용량을 생각해서 두 박스를 구입하고 나니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 집에 들어서니 동글이가 현관까지 달려와 맞아준다. 순간 우뚝 멈춰 서더니,


"엄마, 혹시... 그거... 딸기야?"

"응."

"우와~ 드디어 딸기가 나왔구나!!"

"엄마, 올 해 첫 딸기야"


속으로 생각했다. '동글아, 딸기는 진작 나왔었어...'


1kg 한 박스를 씻어 아이들에게 똑같이 나눠주었다. 10분쯤 지났을까?


"엄마, 딸기 더 씻어주면 앙대영?"


애교가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다. 역시 막내 빨은 당할 재간이 없다.


"돼지."

"그럼, 딸기 쫌만 더 듀세용~"


'아낌없이 주리라. 얼마든지 먹거라!' 기쁜 마음으로 1kg 한 박스를 씻었다. 아이들은 포만감 가득하게 딸기로 배를 채웠다. 아주 흡족한 딸기 파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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