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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Mar 06. 2023

거절에도 연습이 필요해!

보글보글 3월 1주 차 "거절하는 용기"

주말 아침, '따라라라~라란...' 안방에서 핸드폰 벨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주방에서 뭇국을 끓이다 벨소리를 듣고 후다닥 달려가 전화기를 들여다보니 동네 동생이었습니다..


"여보세요~"

"언니~ 어쩌고 저쩌고..."


궁금한 게 있었고, 도움을 청하는 내용이라 통화를 하고 끊는 사이 주방에서는 국이 끓어 넘치고, 가족들은 거실에서 통화 내용을 듣게 되었습니다.


"여보~ 누구야?"

"아, OO이가 뭘 좀 물어봐서..."

"중요한 내용이었어? 당신이 꼭 들어줘야 하는 거야?"

"음... 꼭 그런 건 아닌데, 도와달라고 하니까..."

"오늘 주말이고, 하던 일이 있으니 월요일에 다시 통화하자고 해도 되잖아."

"아!! 그 생각은 못했네?"


통화가 길어져 가스레인지에 올려놓은 국은 끓어 넘쳐 엉망이 되었고, 가족들은 아침을 훌쩍 넘겨 아점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는 거죠. 결국 식탁을 정리한 후 온 가족이 모여 대화의 장을 열었습니다.


"앵글아, 아까 그 상황에 대해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음... 엄마는 좋은 마음인데 그분은 엄마 마음 같지 않은 것 같아서 좀 그래."

"너도 그렇게 느껴? 아빠도 그래..."

"엄마는 무슨 일이 있다고 하면 아무런 계산 없이 그냥 막 도와주잖아.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엄마를 도와주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

"그러니까... 당신이 앵글이 처럼 야무지면 걱정이 없을 텐데..."


가족들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는 게 그리 호락호락한가요? 손해를 보기도 하고, 때론 좀 넘치기도 하면서 사는 거죠. 그중 만만하게 보고, 적당히 이용하다 멀어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들이 그럴 것까지 계산해서 이리저리 재고 따지며 살고 싶지는 않다고 에둘러 얘기하고 말았습니다.


다양한 일을 하며 살아오다 보니 만물박사가 되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잔병치례가 많고, 아이들과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생활질병부터 영유아 건강과 육아에 대한 질문에 적절한 코멘트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관계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으니 살면서 일어나는 갈등과 해결에 관한 상담을 청하기도 하고, 부동산과 건축 관련 질문을 받기도 합니다. 잘 모르면 지인 찬스를 사용해서라도 해결안을 찾아주려 하고, 적절한 기관과 연계해 주기도 하니 동네방네 '로운아~'하며 찾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도 있습니다.


문제는 시간과 상황에 쫓겨 도저히 도와줄 수 없을 때 도움을 청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겁니다. 거절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 하면 거절하지 않고 해결해 줄 수 있을지를 생각하다 보니 가족들에게 걱정의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죠. 거의 대부분은 이해해 주고 있지만 그들의 이해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은 아니라서 늘 고민입니다.  


거절이 꼭 필요한 상황에도 상대방의 마음과 상태를 살피느라 내가 챙겨야 할 것들을 놓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내 상황을 모르고 청한 것이라 그들이 배려 없었다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가족들은 곁에 있기에 객관적인 시선으로 상황을 보고 있으니 '선의의 잔소리'를 하게 되고, 나는 누군가 부탁을 해 오면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이 앞서서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니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이죠.  


거절에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조금 더 야무지게 나를 챙기면서 살아봐야겠습니다.


5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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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문 사진 : 창 밖에 뜬 붉은 달이 너무 예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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