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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Apr 19. 2023

학부모 공개수업에 다녀왔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된 동글이는 여전히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방과 후 놀이터에서 놀다 보면 학원 시간에 맞춰 친구들이 하나둘씩 떠나가지만 동글이는 친구들을 보내고 맞이하며 놀다가 집으로 돌아옵니다.


"동글아, 친구들이 학원 간다고 가버리면 동글이는 누구랑 놀아?"

"나? 친구랑 놀지."

"함께 놀던 친구가 학원에 가도 친구가 있어?"

"끝나고 오는 친구도 있잖아. 그래서 괜찮아."


처음 모여서 놀던 친구가 아니어도 다른 친구들과 새로운 놀이를 하며 놀이터 지킴이가 된 동글이입니다. 동글이가 한껏 뛰놀 수 있는 이 시간을 맘껏 누릴 수 있도록 기다리는 중입니다.


"엄마, 나 영어학원에 갈까?"

"왜?"

"음... 다음 주에 학부모 공개수업이 있거든? 그런데 영어래."

"그래? 공개수업이 영어라서 부담스럽니?"

"응. 엄마가 와서 볼 거잖아. 내가 발표를 못하면 엄마가 속상하지 않을까?"

"글쎄... 그런 생각은 안 해봤는데 엄마가 속상해할 것 같아?"

"다른 친구들은 발표를 잘하는데 나면 손을 안 들면 그렇지 않을까?"

"엄마는 괜찮은데 동글이 마음은 불편할 수 있겠네. 영어가 어렵니?"

"영어를 엄청 잘하는 애들이 있거든. 내가 그 정도는 아니니까... 학원에 다니면 잘하게 되지 않을까?"

"동글이가 그렇게 느낀다면 엄마랑 같이 동네 학원을 둘러볼까?"


동글이가 스스로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고 도움을 청하는 이 순간이 참 귀합니다. 조금 늦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이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이때가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문제해결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으니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어야겠죠?


동글이와 함께 몇 곳의 학원을 방문해서 상담을 했습니다. 그리고, 동글이가 선택한 학원에 등록을 하고 첫 번째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동글이의 즐거워고 드디어 학부모 공개수업날이 되었습니다.


첫 번째 시간은 영어 수업이었습니다. 동글이가 걱정하던 것과 달리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고 발표도 잘했습니다. 눈에 띄게 유창한 발음으로 발표하는 아이도 몇몇 있었지만 엄마의 시선에 머무는 건 역시 동글이입니다. 한 모둠씩 앞에 나와 발표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 5학년은 다르구나 싶습니다. 한 아이도 쭈뼛댐 없이 즐겁게 참여하는 모습을 보니 뭉클한 감정이 올라옵니다.


드디어 동글이 모둠이 발표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영어에 자신이 없다며 걱정하던 것이 생각나 어떤 역할을 맡았을까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동글이는 엄마 마음이 무색하게 제가 맡은 역할을 잘 해냈습니다. 조금 멈칫하고, 느리게 걸어도 아직 열두 살이니 괜찮습니다.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이 한참 더 남았으니 말이죠.


두 번째 시간은 '나의 장점 찾기' 수업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학부모들도 함께할 수 있는 수업재료를 나눠주셨습니다. 신나게 수업에 참여하고 아이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덕분에 추억거리 하나가 쌓였습니다.


학부모공개수업

                     

작년까지는 코로나 여파로 학교 참여 행사가 없거나 간소화되었는데 올해는 자유로운 참여가 가능해졌습니다. 학부모의 참여로 아이들은 더 즐거워 보였습니다. 수업을 마치며 담임 선생님께서는 깜짝 선물로 아이들의 합창을 들려주셨습니다. 함께 입을 모아 '새싹들이다' 합창을 하는 아이들을 보니 오랜만에 학교가 살아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채워진 교실, 생동감 넘치는 학교가 있어 참 좋은 오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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