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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Mar 23. 2023

초5 아들의 놀라운 표현력

'학교장허가 교외 체험학습'

게임으로 시작해 게임으로 끝나는 동글이의 일상이 반복되던 길고 긴 겨울 방학이 끝났습니다. 신학기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2023년이 시작된 듯 느껴지는 건 저뿐만이 아니겠죠?


유튜브를 시청하던 동글이가,


"엄마, 우리는 언제 롯데월드에 가?"

"롯데월드? 갑자기 왜?"

"응~ 그냥... 한 번도 안 가봤잖아."

"한 번도 안 가봤어? 정말??"

"응. 안 가봤는데?"


돌이켜보니 동글이가 롯데월드에 안 가봤네요. 롯데월드도, 63 빌딩도, 하다못해 흔한 고궁도 동글이는 안 가봤습니다. 유치원 다닐 때까지는 초등학교 입학하면 시간을 내서 이곳저곳 다녀보자 생각해 놓고서 초등학교 입학 후 찾아온 코로나로 변변한 나들이 한 번을 제대로 못하고 훌쩍 시간만 보내고 말았네요.


"어차피 방학인데 내일이라도 당장 가지 뭐..."


곁에서 듣고 있던 남편이 한 마디 거듭니다.


"엥? 내일?? 아빠, 방학이라 지금 가면 줄 서다 끝나..."


앵글이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럴 것도 같습니다.


"그럼... 3월에 신학기 시작하고 하루 현장체험학습 신청해서 다녀오자. 어때? 동글아??"

"난, 다 좋아."


yes맨 동글이는 뭐든 ok입니다. 마음 넉넉한 동글이까지 도장 콕 찍었으니 설렘 가득 3월을 기다려 볼까요?


학교장허가 교외 체험학습


신학기가 시작되니 동글이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역시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과 맘껏 뛰어놀아야 건강해지나 봅니다. 약속했던 대로 체험학습 신청서를 제출하고 고대하고 고대했던 롯데월드로 향했습니다. 신학기 평일 오전임에도 역시 롯데월드는 북적입니다. 그래도 주말, 공휴일, 방학 기간보다 현저히 관람객이 적어서 체험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10여 년 만에 찾은 롯데월드지만 바뀐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놀이기구 타는 것을 좋아하는 남편이 번지드롭, 자이로드롭을 함께 타자고 제안했습니다. 아이들과 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죠. 포기할 줄 알았지만 남편은 혼자라도 타고 오겠다며 야심 차게 놀이기구에 올랐습니다. 수월하게 탑승한 번지드롭과 달리 자이로드롭을 타고 내려온 남편의 두 눈에 눈물방울이 맺혔습니다.


"여보, 울어?"

"아니?"

"뭐가 아니야... 눈물이 맺혔는데?"

"그래? 온몸이 경직돼서 나도 모르게 몸에서 내보내나 봐."

"그러게. 타지 말랬잖아..."

"이거... 정말... 장난 아니야. 절대 죽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자이로드롭에서 내려온 남편은 '자살'을 선택한 사람들의 심정을 느껴보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절대 선택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했죠. 떨어지는 순간 후회가 밀려왔다며 말이에요. '자살예방교육' 강사 활동을 하고 있는 제게 귀한 예시안이 되어주었습니다. 직접 경험할 수는 없지만, 남편의 간접 경험으로 얻은 지혜였습니다.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동글이가,


"엄마, 저 건물 이름은 뭐야?"

"응, 롯데타워야. 123층이고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빌딩이래."

"근데 엄마, 저 건물 더위사냥 같지~"

"어? 정말 그렇게 보이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게 이상할 만큼 정말 더위사냥을 닮은 모양새입니다. 아이의 시선은 언제나 정확합니다. 보고 느낀 그대로 상상하고 표현해 내죠. 정형화된 어른들의 시선에 비친 롯데타워가 이이의 시선으로 달달하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으로 표현되니 친근함이 더해지는 것 같습니다. 동글이가 앞으로도 고정된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창의적으로 표현하며 세상을 조화롭게 바라보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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