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운 Jun 12. 2023

초딩 아들 여자친구의 사과편지

학교 갔다 돌아온 동글이가 현관에서부터 요란스레 들어섰다.


"엄마~ 엄마아~~~"

"왜?"

"엄마~ 나 혹 났어!!"

"혹? 어디?"

"여기! 여기 봐봐~!!"


동글이의 이마에 발갛게 부풀어 오른 자국이 보였다.


"왜 이랬어?"

"아니, 학교에서 리코더 연습을 하는데 세이가 리코더로 이마를 내려쳤지 뭐야?"

"리코더로 내려쳤다고??"

"앗!! 아니,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장난으로 그런 거래..."

"그래도 리코더로 장난을 치면 안 되지."

"세이도 깜짝 놀라서 미안하다고 했어."

"아프진 않고? 괜찮아?"

"그냥 있으면 괜찮은데 만지면 아파!"


붉은 자국을 남긴 동글이의 이마는 점점 옅어져 노란빛으로 변했다. 며칠 뒤,


"엄마, 세이가 이거 줬어."


툭! 던져 놓은 초코송이 위로 메모지가 곱게 접혀있었다.


To. 동글이

동글아 어제 리코더로 네 이마를 때린 거 정말 미안해...(ㅠ.ㅠ)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
집에서 '얼마나 많이 아플까,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해 봤어.
그만큼 너무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많이 아팠지?
앞으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조심할게.
초코송이 먹으면서 화 풀어!
그럼 안녕!
다시 한번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from. 세이


"읽어봤어?"

"그럼~ 받자마자 읽었지."


마음이 가득 담긴 메모를 읽으며 픽~ 웃음이 나왔다. 순간 세이도 놀랐나 보다.


한참 장난기 많을 초등학교 5학년,

같이 놀다 예측 못할 사고(?)에 동글리도 놀랐겠지만 편지를 읽어보니 세이는 더 놀랐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사과 편지를 전해주는 세이의 마음이 읽히니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편지 속에 '미안해'가 몇 번이나 등장하던지 세어보니 열 번이네요.


'사랑해'보다 어려운 말이 '미안해'라고 합니다. 나의 잘못을 인정하고 표현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겠죠. 아이라서 잘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여도 잘 못하는 것이 '사과!' 아닐까요? 집으로 돌아가서도 내내 마음이 쓰였을 세이를 토닥토닥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초5 담임선생님의 주말 숙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