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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Jun 16. 2023

아들의 일기장을 보았습니다.

'일기장 검사는 왜 하실까?'

가족들이 모두 잠든 시간,

자리끼를 챙기러 나왔다가 식탁 위에 펼쳐진 독서일기 공책을 보았습니다. 아마도 동글이가 잠자리에 들기 전 부리나케 숙제를 했나 봅니다. 혹시 다음 날 숙제를 빼놓고 갈까 염려가 되어 가방에 넣어주려다가 써놓은 글 몇 편을 읽어보았습니다. 


2023년 4월 10일
오늘 내가 읽을 책은 [일기 감추는 날]이다.
이 일기 감추는 날은 처음 제목만 봐도 뭔가 주인공이 일기를 쓴 걸 감춘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요약하면 주인공은 '일기는 내껀데 선생님이 내 마음을 몰라주고 맘대로 보는지 모르겠다' 이럴 것 같다. 나도 이 주인공의 마음을 알 것 같지만 내가 이런 상황이면 봐도 될 것 같다. 왜냐면 선생님이 일기를 보면 선생님이 '아, 얘는 이게 부족하고, 이게 좋다'라는 걸 알고 더 키워주려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을 때 재밌었다.
오늘의 독서록 끝!


동글이의 글을 읽고 [일기 감추는 날] 동화를 찾아보았습니다.

[일기 감추는 날]은 [마당을 나온 암탉]을 쓴 황선미 작가의 책입니다.


요즘에는 그렇지 않지만, 학창 시절 일기 쓰기는 강제적이었습니다. 방학마다 '날씨'를 꼭 기록한 매일 일기 쓰기 숙제 때문에 개학이 다가오면 일기장을 빌리러 집집마다 돌아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일기는 우야무야 채우겠는데 날짜에 맞는 날씨는 몰아 쓰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요즘처럼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있었다면 걱정할 일이 없겠지만, 그 시절 지나간 날씨는 성실한 친구의 일기장이 아니면 채워 넣을 수 없는 것이었죠.


[일기 감추는 날]은 '일기장 검사는 왜 하실까?'라는 생각을 거듭하게 하는 책입니다. 아이들의 일기를 읽고, 선생님께서 빨간색 볼펜으로 생각을 나눠주십니다. 책 속에서는 생각뿐 아니라 지적도 하십니다.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아이들의 관점에서 보면 '침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야기 속 동민이는 "일기는 내 거라면서 선생님이 왜 맘대로 봐"라며, 일기장에 '용수철 달린 주먹'을 설치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을 저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동글이는, [선생님께서 '아, 얘는 이게 부족하고, 이게 좋다'라는 걸 알고 더 키워주려는 것 같다.]라고 생각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앵글이는 일기 쓰기로 글쓰기 연습을 시켰습니다. 6살 때부터 3줄, 5줄, 10줄, 15줄... 조금씩 늘려가며 주 1회, 2회부터 매일 쓰기를 했었죠. '나는', '오늘은', '참 재미있었다' 등은 사용하지 말라는 규칙도 정해주었습니다. 그날의 일화와 느낌 위주로 글을 써야 한다고 가르쳐주었죠. 가끔,


"엄마, 엄마가 시킨 일기 쓰기 말야. 그때는 정말 싫었는데 지나고 나니 신의 한 수였어. 덕분에 내가 글을 잘 쓰게 되었잖아? 그런데 엄마, 동글이는 왜 안 시켜??"


아마도 첫 아이라서 엄격하게 키웠던 것 같습니다. 엄마로 사는 건 처음이었으니까요.


동글이의 담임 선생님께서는 주 2회 독서일기 숙제를 내어주십니다. 독서 일기는 모둠별로 친구들과 함께 책을 돌려 읽고 일기 형식의 독서 감상문을 쓰는 것입니다. 담임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의 글쓰기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십니다.


가끔 동글이가 글쓰기 공책을 자신만만하게 보여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가 아니면 가급적 읽지 않는 편입니다. 엄마에게 평가받는다는 느낌을 주게 될까 염려가 되기 때문입니다. 주제가 어렵거나, 글이 풀리지 않으면 도움을 청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직접적인 도움보다 같이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거나, 경험했던 일들 중에서 주제를 찾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동글이가 책 읽기도 글쓰기도 좋아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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